엄마의 자존감 찾기
상태바
엄마의 자존감 찾기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2.10.27 08: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의 자존심 선언(I am Me)과 관련된 글이 있어서 소개한다. “나는 나다. 온 세상 천지와 나와 똑같은 다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부분이 나와 비슷한 사람은 있겠으나 나와 완전히 똑같은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나로부터 나오는 모든 것은 나 혼자 하기로 선택한 것이므로 진정 나의 것이다. (중략) 나 자신에게는 나를 궁금하게 하는 면이 있고 또 있는지 몰랐던 면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내가 나 자신을 친절하고 사랑스럽게 대하는 한 나는 용감스럽고 희망차게 나를 궁금하게 하는 문제들의 해결책을 찾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좀 더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중략) 나는 나의 주인이며 나는 나를 조절할 수 있다. 나는 나이며, 나는 괜찮다.”

대학에서 5년 정도 교제하다가 결혼한 부부가 있었다. 현재 결혼 17년 차로 세 명의 자녀가 있다. 큰아들은 게임으로 인해 학교에 가는 일수가 적고, 게임 외에는 어떤 것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더욱이 친구 관계나 동생들과도 관계가 원만하지 않아서 고립돼 가는 듯해 걱정이 크다. 아내는 몇 년 전부터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기에 매일 출근을 하면서, 아이들을 돌보고, 남편은 직장 때문에 주말에 집에 오지만, 아내가 요구하는 것 외에는 능동적으로 하는 것이 없다.

이날도 큰아들은 둘째 딸에게 무엇인가를 요청했다. 딸이 응대하지 않자 아들이 딸을 때렸고, 이 모습을 본 남편이 오빠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하면서 딸을 나무랐다. 딸은 울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계속 울었다. 눈치가 빠른 셋째 아들은 아버지와 형의 심부름을 불평하지 않고 아주 재빠르게 행동한다. 남편이 유일하게 칭찬하는 대상이 막내아들이다. 아내는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다가 딸의 방으로 들어간다. 딸은 엄마를 보면서 속상함과 억울함을 토로할 때마다 자신의 모습과 동일시돼 다독이며, 꼭 안아준다.

남편은 2남 1녀 중 둘째로 성장했다. 아버지는 건설현장에서 몸으로 일을 했고, 술을 즐겨했으며,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오신 날이면 폭언이 온 집안을 휘감았다. 어머니는 오랫동안 H시설에서 화장실 청소를 했다.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으면서도 가족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일을 관두지 못했다. 두 분의 관계는 항상 거칠었지만, 생활력이 강해서 자녀들을 굶기지 않으려고 노력한 점은 존경스러움으로 기억된다.

아내는 1남 2녀 중 장녀이다. 아버지는 목장을 운영했고, 보수적이며 조용한 분이었다. 어머니는 매우 활동적이며, 시동생을 대학까지 보낼 정도로 형제 우애를 중요하게 생각한 분이었다. 장녀였던 아내는 어머니와는 친밀했지만 아버지와는 놀아본 적이 없었고, 늘 어려워 친밀한 관계 유지가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가장 든든하고 힘이 되는 지원군이다.

사티어의 경험적 가족치료 모델은 자아존중감, 의사소통 유형, 가족규칙을 중요하게 다룬다. 특히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자신의 장점과 자원을 발견하도록 하며, 낮은 자아존중감을 회복시켜서 문제 상황에 잘 대처하게 한다. 자아존중감은 자기, 타인, 상황으로 설명하는데, 자기는 애착, 사랑, 신뢰, 존중을 통해 갖는 자신의 유일성이며, 타인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형성되며 다른 사람에게 느끼는 것으로 다른 사람과의 동질성과 이질성, 상호작용에 대한 것이다. 상황은 주어진 여건과 맥락을 의미하는데 주로 부모나 원가족 삼인군에서의 상황을 말한다.

이 부부의 대화를 살펴보면, 두 사람은 상황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한다. 남편은 1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직장을 매일 오가기에는 몸이 힘들고, 사람을 만나는 서비스직이기 때문에 집에 오면 쉬고 싶은 욕구가 1순위라고 한다. 

그런데 큰아이는 예민하기 때문에 그 아이와 부딪히는 것을 원치 않기에, 딸이 오빠의 요청을 들어주면 조용해지는 데 그것을 안 해줄 때 짜증나고, 화가 나서 딸을 꾸중하게 된다고 했다. 특히 아내까지 자신에게 많은 역할을 요구하지만 그 요청을 들어줄 만큼 에너지가 없다고 호소한다. 이에 아내는 일주일 내내 혼자서 아이들을 뒷바라지하고, 가게도 운영하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지친다고 했다. 가족의 평화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자주 있다고 호소한다. 

이에 상담사는 부부와 합의했다. 특히 아내의 경우 자녀나 남편과의 갈등 상황에서 “내 잘못이다”, “나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등 지나칠 정도로 모든 것을 해결해주려고 하는 경향이 아주 높아 본인 스스로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황이었다. 이에 남편이나 자녀들에게 의사소통 내용과 내면의 감정이 일치하는 대화를 하도록 훈련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고, 눈물을 자주 흘렸지만, 충분히 기능한 인간의 모습으로써 성장하는 모습이 보였다. 

부부 가족시스템은 움직이는 모빌과 같다. 장난감 모빌에서와 같이 부부가족 모빌에서도 한 부분을 움직이면 다른 부분들도 움직인다.(Satir, 1972)

최명옥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상담학 박사·칼럼·독자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