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예술인의 꿈 고이 접어 힘껏 나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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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예술인의 꿈 고이 접어 힘껏 나빌레라”
  • 정다운 기자
  • 승인 2022.11.19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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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빈 나빌레라 대표
나비처럼 훨훨 날아갈 이들의 꿈은 이곳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빌레라 소극장 입구의 모습.

청록파 시인으로 알려진 조지훈의 작품 <승무>는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로 시작한다. 우아한 나비의 날갯짓이 떠오르는 나빌레라의 사전적 의미는 ‘나비’와 ‘-ㄹ레라’라는 표현이 합해져서 ‘나비 같다’는 뜻이지만, 은유적 표현으로써 나비처럼 날아가고 싶다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아름다운 시적 표현처럼 홍성읍 조양로에서 청년예술의 날갯짓을 펼치고 있는 이가 있다. 이정빈 청년예술가협동조합 나빌레라 대표의 이야기다.

청운대학교에서 연극예술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재학시절 홍성군문화특화사업단에서 진행한 강의를 통해 문화도시에 대해 알게 됐다고 한다. 이후 문화예술사업에 관심을 가졌고 이 대표는 같은 과 선후배들과 힘을 합쳐 사업을 시작했다.

“강의를 들은 뒤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홍성에는 지역 곳곳에 문화재가 존재하고 유명 인물을 배출한 매력적인 도시지만, 문화예술 분야가 활성화되고 있지 못하다고 느꼈습니다. 예술인으로서의 도전정신을 일깨웠다고나 할까요? 자신감도 있었고 대학 졸업 후 대다수의 좋은 자원들이 수도권으로 빠지는데 저는 새롭게 시작해보고 싶었습니다. 마침 지역 선배들과 전임 교수님의 조언에 힘입어 같은 과 선후배들과 함께 팀을 꾸리게 됐습니다.”

지난 2020년 7월 22일 이 대표는 부푼 꿈을 안고 총 12명의 팀원과 함께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출발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수익성 있는 사업이 아니다 보니 많이들 떠나갔어요. 처음 시작할 때는 12명이었는데 지금 메인 인원이 5~6명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 제가 부족한 탓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언젠가는 더 잘돼서 꼭 데려오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팀원들의 노력 덕분에 소극장에 많은 분이 찾아주고 계시다는 겁니다.”
 

나빌레라 소극장 입구.

나빌레라 소극장은 3달 전 홍성군에서 민간 최초로 소공연장 인증을 받았다. “소공연장 인증을 받는 데 약 1년 정도 걸렸습니다. 관내에서는 저희가 최초라 조금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담당 공무원분들이 도와주셔서 잘 넘어갔네요. 최초로서의 자부심도 생기고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이 대표가 소공연장 인증에 힘을 쓴 데는 이유가 있다. “예술인복지재단이 발족하면서 경력 인정이 까다로워졌습니다. 정식 공연장으로 등록된 곳에서만 경력이 인정되는데 이번 인증으로 문제가 해결돼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또한, 중앙에서 시행하는 사업에도 지원할 기회가 많아졌어요.”

이 대표는 홍보와 청년예술인네트워크 형성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한목소리를 소리를 내야 정책도 바뀌고 홍보 효과도 배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홍성군 인구청년팀에서는 청년문화기획 사업의 일환으로 나빌레라 등 문화예술팀을 모아 여러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예산, 생업 문제 등의 이유로 예술인 네트워크 구축에 난항을 겪고 있다.

“홍성에서의 홍보는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홍보가 더 강점을 띤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특히 현수막과 전단지 배포 등을 통해 실제 공연에서 더 많은 관람객을 끌어모을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의 경우는 지역커뮤니티 카페나 공공기관의 SNS 등이 효과적이라 느꼈습니다. 문화특화사업단에서도 도움을 주고 있고 블로그·인스타 등을 활용해 청년들을 극장으로 유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예술인들의 색깔이 워낙 강해서 네트워크 형성이 이뤄지기 힘든 부분이 있어요. 지난번에도 충남문화재단 주도로 충남청년예술인총연합회가 만들어졌는데 주로 천안·아산 지역 위주로만 활동했습니다. 그래서 내포도 한번 만들어보자 했는데 1년째 말만 하다가 현재는 흐지부지된 상태입니다. 결국, 생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모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지난 5일 나빌레라 소극장에서 펼쳐진 역재방죽 이야기로 만든 아동극 <별의 아이> 공연 모습.

나빌레라는 사회적기업으로의 전환도 준비 중이다. 문화체육관광형 예비적사회기업을 신청했고 다음 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대표는 지역 대학교 출신들이 수도권으로 쏠리는 현상과 홍성읍 공동화 문제, 지역문화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짚었다.

“결과는 12월에 나오는데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떨어져도 크게 개의치 않을 것 같아요. 2년에 3번가량 지원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3년 안에 사회적기업에 된다고 떠들었는데 올해 벌써 2년 차라 걱정입니다.”

끝으로 이 대표는 나빌레라의 수익 창출 다변화와 방향성에 관해 설명했다. “대다수의 예술 활동이 보조금에 의지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보조금에만 의지한다면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빌레라는 앞으로 콘텐츠 제작 용역, 공간·도시재생 등 공연과 연계해 수익 창출 다변화를 도모할 예정입니다. 더 나아가 관내 존재하는 홍주읍성, 김좌진 생가, 이응노의 집 등 하나의 점들을 연결해 재밌는 콘텐츠로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12월 8일에는 홍주문화회관에서 금마면 독립운동을 주제로 뮤지컬 공연이 열리니 많은 분이 오셔서 즐겁게 관람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경상남도 김해에서 올라온 27세 청년 이정빈, 그는 지금 청년들의 수도권 쏠림현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조양로에서 불고 있는 청년의 날갯짓이 홍성군 문화예술의 새로운 도약이 되기를 바라본다.
 

사무실 벽면 한 켠에는 이정빈 대표와 함께한 청춘들의 추억이 가득하다. 사진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이정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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