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을 다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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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을 다시보자
  • 조남민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3.03.0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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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南山)은 말 그대로 ‘남쪽에 있는 산’을 말한다. 예전에는 마을이나 가옥들이 대체로 남향인 곳이 많았으므로 남산은 자연스럽게 ‘앞산’을 뜻하기도 했다(북쪽에 있는 산은 보통 ‘뒷산’으로 불린다). 경복궁의 남쪽에 있는 서울의 남산이 가장 유명하지만, 경주의 ‘남산’이나 대구의 ‘앞산’도 널리 알려져 있다. 전국에는 크고 작은 남산이 많이 있으며 지도에 나오지 않지만 남산이라 부르는 조그만 동산들도 있다. 아마도 이런 작은 동산에서 ‘배가 남산만 하다’라는 친근한 속담이 생겨났을 것이다.

남산은 주로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 특징이며, 도심의 남쪽에 있으면서 일반적인 산(山)에 비해 규모가 비교적 작다. 이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자주 찾을 수 있는 공원이나 산책로, 둘레길의 형태로 가꿔지는 곳이 많다.

우리 홍성에는 두 개의 남산이 있다. 하나는 홍주읍성 안에 있는 남산‘공원’이며, 또 하나는 홍성읍 남장리에 있는 남산 ‘산림욕장’이다. ‘홍주읍성에 웬 산(?)’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엄연히 남산공원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남산은 지금의 홍주성역사관 위쪽에서 홍화문에 이르는 송림지역 일대를 말하는 것으로 한가운데에는 병오항일의병비가 세워져 있다. 

이곳은 산이라는 이름을 붙이기가 민망할 정도의 야트막한 언덕 수준이긴 하지만, 홍주목 동헌인 안회당에서 봤을 때는 그렇지가 않았던 모양이다. 풍수를 중요하게 여겼던 예전에는 평지보다 ‘한 치(약 3cm)만 높아도 산으로 여긴다’는 원리에 따라 산이라는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옛 지도에서 보면 이곳은 소나무가 울창했는데, 홍성의 진산(鎭山, 도읍지나 각 고을에서 주산으로 정해 제사 지내는 산)인 백월산에서 뻗어 나온 산줄기가 홍주읍성의 남쪽을 찌른다고 해 이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심은 것이라 한다. 뾰족하고 날카로운 능선 끝이 직격하는 ‘능침살’을 피해, 약하거나 모자란 것을 도와서 채운다는 이른바 ‘비보풍수(裨補風水)’의 사연이 담겨있는 것이다. 

홍주읍성 안에 있는 남산공원 일대에 휴게시설과 편의시설을 조성한 후, 이곳을 홍주의병공원으로도 부른 적도 있지만 2013년, 홍주의사총 뒤편에 홍주의병기념탑이 세워진 이후에는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홍성에서 현재 ‘남산’이라고 하면 홍성읍 남장리 일대에 있는 해발 222m의 산을 말하며, 월산에서 이어지는 금북정맥이 보개산과 남산의 일부를 통과, 마온리 꽃조개 고개를 지나 오서산에 이르기에 정맥산행을 하는 전국의 많은 산행꾼들이 꼭 거쳐가야만 하는 곳이기도 하다. 

홍성의 남산은 충청인의 기질을 ‘적당히’ 닮았다. 높지도 얕지도 않은 적당한 높이, 산책과 산행의 중간쯤 되는 적당한 길이, 새벽 오전 오후 아무 때나 가도 적당히 좋고, 정자와 운동기구도 적당히 설치돼 있고, 등산로도 이곳저곳으로 적당히 나 있으며, 사계절 아무 때라도 적당히 사람들이 있어서 외롭지 않은, 그야말로 표나지는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될, 중용과 미덕을 갖춘 충청인을 닮은 중요한 산이다.

남산의 봄은 야생화 천국이다. 다양한 꽃들이 곳곳에 고개를 내밀어 봄이 왔음을 알린다. 화살나무의 잎도 무성하게 피어나 산책도 하고 반찬거리도 찾는 주부들을 기쁘게 한다. 여름이면 남산 ‘산림욕장’답게 다양한 휴게시설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며 특히, 호국영령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충령사(忠靈祠) 부근에는 편하게 쉬거나 숲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어 어린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가을이면 단풍을 감상하려는 사람들이 정자에 붐비고, 겨울이 돼도 운동에 진심인 사람들은 꾸준히 이곳을 찾는다.

홍성에 남산이 있다는 것은 홍성사람들에게 하나의 축복이다. ‘여유를 느끼며 자연과 삶을 돌아보는 사색의 시간을 편하게 가질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라는 것이 남산을 방문한 외지인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남산에는 하루에도 수백 명의 지역주민이 다녀가고 있으며 심지어 겨울날의 새벽녘에도 랜턴을 들고 오시는 분들이 꽤 많다.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남산이지만 몇 군데 손을 봐야 할 곳들도 있다. 우선 방치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만해 한용운 선사 동상을 생가로 이전하든지, 주변을 재정비하든지 해야 할 것이다. 남산산림욕장과 남산도시자연공원이라는 명칭이 같이 쓰이는 것도 낯설고, 오래된 낡은 표지판의 정비도 필요하다. 충령사 주변의 시비도 새로 난 길에 맞추어 위치를 바꿔야 하며 약천사 방면의 급경사에도 계단을 설치해 산림의 훼손을 막아야 할 것이다. 능선에 있는 두 군데의 정자 사이에 황톳길이나 매트길을 조성해 맨발로 걸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길은 하나인데 금북정맥길과 내포문화숲길, 재너머 사래 긴 밭 가는 숲길이 겹치다 보니 여기에 대한 안내를 명확히 할 필요도 있다. 보개산, 월산과 연계된 구간의 코스를 설정하고, 정확한 거리, 시간 등을 표시해 준다면 남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남산이 지역주민들에게 여유과 건강을 챙겨주고 삶의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활기찬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조남민 <홍성문화원 사무국장·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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