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직업교육(HiVE) 사업이 지역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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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직업교육(HiVE) 사업이 지역을 살린다
  • 김진욱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3.04.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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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정부 정책이 난항을 겪고 있다. 국가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의 지지도는 20%대다. 추진하는 일마다 성과는커녕 가십거리 일쑤고, 협치하겠다던 약속은 온데간데없이 독주다. 야당 일방으로 통과된 양곡관리법은 대통령의 재의요구로 통과가 어렵게 됐고 치솟는 물가와 민생은 뒷전이며 혼선투성이의 외치에만 몰두하는 형상이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재정적자는 1분에 1억 원 이상씩 늘어나며 향후 개선될 기미가 없다고 한다. 국가 살림을 잘 못살면 그 빚은 오롯이 다음 세대로 전가되고 인기 위주로 추진된 정책문제의 폐해와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으려면 엄청난 노력과 혈세가 낭비되기 마련이다.

일찍이 1996년 대학설립준칙주의(설립 허가요건만 갖추면 인가)로 전국에 수많은 대학이 우후죽순처럼 신설됐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에는 190개의 일반대학교와 134개 전문대, 교육대 10개와 산업대 2개가 운영되고 있다. 홍성군도 수혜 지역으로 산업대학교가 신설되면서, 군 단위임에도 3개의 대학이 설치됐다. 그로부터 30년이 채 지나지 않았고 수년 동안 많은 대학이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해왔음에도 지방대학들의 폐교가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방만하게 운영됐던 대학들의 구조조정은 이제 불가피해졌다. 인구구조에 대한 각종 지표가 매년 국가통계로 산출돼 입학자원 부족은 진작에 예견됐지만 정부가 손 놓고 있는 새 큰 폐해가 예상된다. 국가의 교육정책은 백년대계라 했는데 30년도 내다보지 못한 피해를 고스란히 지방의 사립대학들이 떠안게 생겼다. 지역대학이 문 닫으면 그곳은 어떻게 될 것인지 자명하다. 십여 년 전 우리 지역은 관내 대학교 입학정원의 1/4 수준인 총 375명이 인천 제2캠퍼스로 옮겨가는 일로 심한 갈등을 겪었다.

존립을 위한 사립대학 학교법인의 작은 몸부림조차도 지역발전에 위협요인으로 여겨 이전 자체를 반대하면서 지역 공동화를 우려했다. 일부 어려운 집단도 있었지만 머잖은 세월에 학사촌의 원룸을 유학생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워주면서 우려했던 슬럼화는 심하지 않았다. 만약 그때 거점을 다원화하지 못하고 허가된 입학정원 전체를 홍성에서 모집했다면 지금은 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소멸의 위협지수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와 지역발전에 필요한 우수 인재 육성을 위해 40년 전에 둥지를 튼 H전문대를 시작으로 C산업대와 폴리텍대가 지역발전에 적잖은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교육과 훈련을 국가책임으로 하고 있다. 물론 두 가지 책임을 주로 한 기관에서 일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교육은 교육부에서 훈련은 고용노동부에서 관장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이 부분의 통합은 꼭 필요한 주요 정책의제(policy agenda)고 오랫동안 논의됐지만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또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은 정권교체 때마다 교육 현장을 뒤흔드는가 하면 불리하면 시장경제에 맡기겠다고 윽박지른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교육의 책임을 사립대학에다 맡겨두는 경우는 흔치 않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교육의 공적 책임을 나라에서 전담하나 우리나라는 특이하게 지금까지도 일반대의 4분의 3과 전문대의 90%이상을 사립이 담당하고 있다. 게다가 반값 등록금이 시작된 지 10년이 지났다. 한 푼이라도 등록금을 인상하면 국가장학금 등 정부 지원이 끊겨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등록금 동결의 긴 세월을 겨우 버텨왔다. 시혜적으로 국책 지원 사업과 국가장학금 등 간접적인 지원을 수혈했지만 이제 입학자원 고갈로 존폐위기를 맞았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새 정부는 지방 전문대학과 지자체를 중심으로 지원책을 제시했다. 우리 지역은 지역특화사업을 기반으로 홍성군과 대학 간 컨소시엄을 구성해 HiVE사업에 우선 선정됐다. 전국제일의 친환경농업과 축산업을 특화로 융합학과를 만들어 학비 전액을 지원하는가 하면 지역주민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HiVE에 대한 정부의 기대효과는 지역의 특화산업에 필요한 인재는 지역대학에서 양성하고 졸업 후에도 그 지역에 정착해 인구소멸과 지방쇠퇴를 막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희망의 불씨를 잘 살려야만 한다. 전제조건은 구성원과 이해관계자들의 혼연일체다. 컨소시엄 구성원을 비롯해 예외 없이 전 주민이 힘을 모을 때 가능하다. 현 정부의 첫 번째 지방소멸 방지책으로 지역에 기회를 던져준 것이다. 오랜 세월 쌓아온 친환경농업의 금자탑과 축산특화 산업의 후계자들이 지역에서 우수하게 양성되면 전국적으로 풀무학교 이상의 명성이 기대되고 우리 지역이 살기 좋은 고향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HiVE사업 농축산융합학과는 컨소시엄의 대표자인 총장과 군수가 앞장서고 대학의 열정적인 교수진과 재학생의 적극적인 참여와 노력 속에서 군청 관계자 뒷받침은 물론 지역주민들의 전폭적인 성원과 지지로 극대화될 수 있다. 아무리 전액 장학생으로 지역특화산업의 인력양성을 목표로 한다지만 성원과 관심 부족은 비인기학과로 고전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대학들은 올해도 학생을 확보하지 못해 우수학과를 폐지해야 하는 고충을 겪고 있다. 소규모지만 시작이 반이라 했다. 내년부터 교육교부금도 지자체를 통해 50%이상 지원될 계획이다. 지역과 대학이 머리를 맞대고 노력하지 않으면 국비 지원을 통한 지방소멸 문제해결의 단초를 마련하기 어려워졌다. 

다행히 우리 지역은 도농 복합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2013년 충남도청 이전과 함께 본격화된 내포신도시는 어느덧 열 살이 됐고, 인구 3만의 소규모 신도시지만 올해 충남도와 홍성군, 예산군이 협력해 관리조합이 출범됐고, 또 국가산단 지정으로 일자리 창출과 산업구조 재편의 발판은 조성됐다. 빠른 인구 유입을 기대해보지만 지난 세월 경험으로 쉽잖을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지역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우리가 직접 양성하는 HiVE사업에 더 관심을 가지고 지역에 정착할 청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다면 자연스레 대학도 살아남고 지역소멸의 위기도 극복할 수 있지 않겠는가.

김진욱 <혜전대학교 교양과 교수, 행정학 박사, 칼럼·독자위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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