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의 새로운 도약을 희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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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의 새로운 도약을 희구하며
  • 이성복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3.07.27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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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일부로 전 국민 건강보장 시행 34주년, 통합 건보공단 출범 23주년을 맞았다. 이 즈음에 오랜 기간 공단에 소속되어 직무를 수행한 필자로서는 전 국민 건강보장 시행과 그 동안의 제도 변화 과정을 돌아보며 미래 발전을 위해 새로운 전략을 공유할 시점이 됐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46년 전인 1977년 7월 1일 5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에 처음 의료보험이 도입된 이후 12년 만인 1989년 7월 1일에 전 국민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 시대가 열렸다. 전 국민 의료보험 달성에 독일이 127년, 일본은 36년이 걸렸으나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단기간에 성과를 이뤄냈다. 직장에 다니지 않는 국민들도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돼 전 국민 의료보험 달성은 국민건강 증진과 국민통합에 기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통합 첫 단계로 1998년 10월 1일 전국 227개 지역조합과 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직원 의료보험관리공단을 통합해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으로 출범했고, 2000년 7월 1일에는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과 전국의 139개 직장조합이 2차로 통합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통합 공단의 출범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하나된 건강보험 시대’의 개막이었다고 할 수 있으며, 치료중심의 의료보험에서 예방중심의 건강보험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역사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2008년 7월에는 제5의 사회보험으로써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도입돼 국민 모두가 바라고 만족하는 효보험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1년에는 그동안 4대 사회보험의 분리고지로 인한 행정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통합고지 및 징수 업무를 건보공단에서 일괄 수행하게 돼 국민의 편익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2017년 8월에는 보장률 70%를 목표로 한 보장성 강화대책의 시행에 따라 MRI·초음파·2~3인 병실 등 국민부담이 큰 비급여항목에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됐고, 선택 진료비를 전면 폐지해 보장성을 강화했다. 2018년 7월에는 소득 중심의 1차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이 이뤄졌고 2022년 9월에는 2차 개편이 단행됨으로써 저소득 가입자의 부담이 완화됐으며 그동안 무임승차 논란이 있던 소득 있는 피부양자 등에게 건보료를 부과하여 형평성 있는 제도로 발전하고 있다.

2019년 11월에 발생한 코로나19 감염병의 급격한 확산 과정에서는 국민건강보험이 진단검사비 지급과 보험료 경감 혜택 등으로 국민의 튼튼한 버팀목이 됨으로써 UN이 인정한 보편적 의료보장의 롤모델로서 K-건강보험이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다. 이제 공단은 전 국민 건강보장기관을 넘어 세계에서 인정받는 초일류 보험자로 우뚝 설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공단을 둘러싼 내·외부환경은 새로운 위기로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필자는 공단이 미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전략적인 과제들을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국민의 평생건강보장체계로써 건강보장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의료비 가계부담이 OECD 주요국에 비해 여전히 높고 취약계층의 보장성 강화와 건강보장제도 개선 요구가 많다. 따라서 국민의 요구를 반영한 필수의료 지원 강화 등 효율적인 사업추진체계를 구축하여 지속가능성을 제고해야 한다. 

둘째, 건강수명 향상을 위한 맞춤형 건강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고령화 및 만성질환 증가로 사회·경제적 부담이 심각하다. 이에 따라 예방·건강증진 사업의 체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며, 빅데이터 기반의 보건의료정책 지원과 건강보험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셋째, 국민이 안심하는 장기요양보험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동안 장기요양 인프라 및 급여 확대 등 국민이 만족하는 사회보장제도로 자리잡았으나, ‘의료-요양-돌봄’의 연계를 기반으로 한 지역사회 거주지원(AIP) 및 통합돌봄 시행에 대비해 서비스 전반의 제공기반을 강화해 국민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넷째, 건강보험 재정 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 글로벌 경기 둔화, 물가 상승 및 감염병 지속 등으로 보험재정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으므로 건강보험의 재무건정성을 유지하고, 안정적인 수입확충 방안 마련과 합리적인 지출 관리 등 전략적인 재정관리체계를 구축·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섯째, 혁신과 책임 기반의 공정·신뢰경영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 지금 사회적 분위기는 공적영역에서 수준 높은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 청렴도와 고객만족도는 높지만 건강보험 보장영역 확장, 공정 부과체계 설계 등 제도 안정화를 위한 혁신·책임경영이 필요하며, 국민관점에서 소통을 확대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제도 운영으로 국민신뢰도를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국민건강보험은 오늘이 있기까지 수많은 위기와 장애물이 있었지만 국민의 관심과 관련 종사자들의 노력에 힘입어 보다 행복한 국민,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기여해 왔다. 이제 더 건강한 미래를 위해 재도약이 필요하며 소중한 우리의 제도를 더 건실하게 가꾸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그동안 글로벌 건강보장 리더, 국민건강보험의 발전에 기여한 국민과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깊은 찬사를 보낸다.

이성복 <대한고령친화산업학회 이사, 고령친화산업정책 이학박사, 칼럼·독자위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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