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조직 경쟁력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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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조직 경쟁력의 딜레마
  • 김진욱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3.08.1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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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청 이전 후 지난 2016년에는 처음으로 홍성 인구가 10만 명을 넘었는데, 최근 계속 줄어들고 있다. 신도시가 생겨나면서 인구 증가로 지역발전의 활력이 되살아나면서 민선 6기 공약사업으로 시(市) 승격에 대한 공론화가 재점화되기도 했다. 군의회는 시 승격 준비를 위한 특별위원회와 원도심 공동화 방지 관련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가칭 ‘홍주시(洪州市)’에 희망이 있었다. 대다수 주민은 지역의 위상이 높아지고 상급 기관들이 내포 신도시에 입주하면서 인구가 늘어나고 대규모 공단 조성과 함께 제6차 산업 확대로 도시의 급속한 성장을 기대했었다. 새로운 청사진은 다양하게 제시되지만, 실제 주민들의 삶의 질(quality of life)은 나아진 것이 별로 없다. 일자리 창출은커녕 하루하루 벌어 먹고사는 소상공인들의 고통은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한편 인구가 늘어나자마자 홍성군이 가장 먼저 취한 조치는 행정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지방자치법 및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 기준 등에 관한 규정(인구 15만 미만의 군은 1개 이상 3개 이하의 실, 국을 둘 수 있다)을 근거로 3개국을 신설했으며 자연스럽게 하부조직과 공무원의 수도 증가했다. 일견 매우 신속하고 발 빠른 대처로 지역주민의 민원 서비스 편의 제공에 특별 조치로 볼 수 있다. 일전에 모 지역신문에서 홍성군이 타 지자체에 비해 ‘공무원 1인당 주민 수’가 어렵다는 것이다. 즉 공무원 수가 절대 부족하며 특히 홍성읍은 그 비율이 매우 높고 직원들이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로 방역에 동원된 일시적인 행정수요나 홍북읍과 같이 새로운 도시형성으로 부분적인 일손 부족을 경험할 수는 있다. 하지만 광천읍과 8개 면의 상황은 어떤가? 계속되는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지역주민 대비 공무원 수는 급격하게 줄여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공무원 수를 늘릴 때는 필요에 따라 시설과 조직을 급조하지만 반대 상황은 그렇지 않다. 제도적 한계로 일단 확장된 조직을 줄이는 데는 갖가지 제약과 구성원들 처리 때문에 어렵다. 이런 제도를 보완하는 방편이 기간제고 기업 등 사(私)조직에서는 사용하다가 만료되면 언제든 정리해 조직 관리 측면에서 편리한 제도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일찍이 파킨슨 법칙(Parkinson’s law)은 관료조직의 확장을 두 가지로 설명했다. 업무량 증가와 공무원 수의 증가는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공무원 수는 일의 분량과 관계없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통계학적으로 증명했다. 즉 파킨슨은 관료화된 거대 조직의 비효율성을 비판했는데, 일이 많아져서 사람을 더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확대로 사람이 많아지면서 일자리가 더 필요해진다고 역설했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일반공무원 수는 기간제 근로자를 포함해 46만 5000여 명이었는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57만 8000여 명으로 늘어났다. 물론 정부가 바뀌면서 ‘혁신과 효율’을 내세워 기존의 조직을 통합하고 개편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조직확장은 지속됐고 앞으로도 그 현상은 계속될 공산이 크다. 문제는 경제침체와 인구감소기에도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미래의 정부는 큰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다. 그 선례가 바로 지난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이었다. 지자체에 할당해 기간제를 무기계약직으로 8만여 명을 전환했다. 기간제 근로자들은 더없이 반갑고 심적 안정에 보탬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 조직에서 수행했던 위상과 역할 그리고 업무성과와 비교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경쟁 상황에서 성과를 통해 역량을 평가해 안정적인 고용기회를 제공해야 하는데,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면서 경력이나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상당수의 신분을 보장한 결과는 향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 지붕 두 가족의 공존에서 파생될 갈등도 불 보듯 뻔하다. 관료조직은 계층제(hierarchy)를 특징으로 하고 있는데 곳곳에서 볼멘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공직사회에서 지휘와 명령계통, 통솔범위와 통제가 직업공무원과 다르기 때문이다. 직업공무원은 법적 책임과 함께 높은 도덕적 책임도 부여받지만, 공무직은 차이가 있다. 국민연금과 노동법 및 근로기준법에 적용받으며 그 권한과 책임도 한계가 있다. 공공부문도 규모의 경제(scale of economy)로 국가 경제발전과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절대 기여해야 하지만, 관료조직만 비대해지고 업무 효율성이 낮다면 언젠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재정파탄에 이르러 국가부도 사태(moratorium)를 맞이할 수도 있다. 남유럽과 남미의 여러 국가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며 특히 저출산과 초고령 국가인 우리도 심층적인 고민과 혁신이 필요하다.

관료조직도 혁신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분권과 자치 시대에 지역의 위상을 제고하고 삶의 질을 높여주는 주체가 공공이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자치 후 3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제도적 한계와 주민들의 자치 역량은 낮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주체는 지역주민이지만 공공이 마중물 역할을 하지 않는 한 제도의 정착은 쉽잖다. 기껏해야 주민참여예산제가 전부인 현 상황에서 공직자들은 그저 주어진 업무만 많다고 푸념할 게 아니다. 재구조화를 통한 효율성 제고와 직무분석을 통한 적정 과업 부여 및 조직 내 협조체제를 잘 구축해야 한다. 일시적인 과업조직(TF)을 구성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가능해야 한다. 예컨대 잘되는 지점은 고객이 북적거리면 지점장까지 나서서 부하직원을 도와주지만, 여전히 지점장실에 앉아 “나도 예전에 그랬지”라고 회전의자만 지켜도 문제는 되지 않는다. 

공무(公務)의 특성상 합법성이 제일 중요하고 책임소재 때문에 동료의 업무에 전적으로 나서기 어렵겠지만, 직업공무원의 특성상 순환보직으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해 숙련도가 높기 때문에 충분으로 협업으로 처리될 수 있어야 한다. 지도자는 적극 행정으로 서비스의 질 향상과 주민 만족도를 높이면서 구성원들의 사기진작 방안을 동시에 구현해야 한다. 민원인에게 “담당자가 자리에 없습니다”라는 말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야 한다. 규제의 벽은 제도를 탓하기보다 심층분석을 통해 제도개선과 대안을 정책적으로 건의하면 된다. 언제까지나 주어진 업무만 챙기면서 규정 타령이나 하면서 소극적인 자세로 대응할 것인가. 

이제 우리 지역 인구확보를 위한 주민등록 이전 캠페인보다는 지역의 대학생들이 우리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제공하고 새로운 지원프로그램을 적극 운영할 때 지역의 경쟁력과 인구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 정책에 실질적으로 부응하기 위해서는 전담 부서와 인력이 따라가야 한다. 특정 과업을 부가 업무로 지정해 담당자에게 업무량만 증가시키기보다는 전담 인력을 적극 배치해 직무 효과성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지역 사회의 실질적인 거버넌스 실현이 가능해진다. 줄어드는 대학생으로 빈집이었던 원룸을 외국인 유학생과 근로자들이 채웠다면 이들이 지역경제의 파수꾼이다. 이들이 합법적으로 정착해 지역주민으로 계속 살아가게 한다면 지방소멸에서 벗어나는 선순환구조로 작용할 것이다. 예컨대 홍성 지역대학에 외국인 유학생 수가 500명이 넘었고, 외국인 근로자들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전담 인력은 몇 명입니까?
 

김진욱 <혜전대학교 교양과 교수, 행정학 박사, 칼럼·독자위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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