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노동과 인권 등 사회에 반응하며 시를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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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으로 노동과 인권 등 사회에 반응하며 시를 짓다
  • 정세훈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3.12.2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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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사 시인 송경동의 첫 시집 <꿀잠>

온몸으로 노동과 인권 등 사회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시를 짓는 투사 시인 송경동이 2006년 3월 출판사 ‘삶이 보이는 창’에서 첫 시집 <꿀잠>을 ‘삶의 시선’ 17번째로 펴냈다.

시집에는 시인이 ‘시인의 말’에서 “현장에서 일할 때 산재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여럿 봤다. 나도 그렇게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늘 유서처럼 가슴에 담고 살았다. 딱, 하나 바람이 있었다면 제발 겨울에 떨어져 죽지만 말자는 것이었다.”고 고백했듯 노동현장에서 목숨을 내놓고 노동하는 노동자의 현실과 눈물겨운 꿈이 담겼다. 또한 “행복한 시대를 너무 행복하게만 살아가는 사람들아. 이것은 좀 너무하지 않은가. 조금은 더 모두가 고르게 행복한 사회가 돼야 하지 않는가.”라고 절규했듯 자본이라는 무기를 넉넉하게 가진 자만이 행복한 자본주의 시대의 온갖 병폐가 신랄하게 담겼다.

정희성 시인은 뒤표지글에서 “생각건대 그에게 시는 진실의 기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시집은 그가 오래 살아온 ‘오거리 뼈해장국’ 동네의 처절한 삶의 기록으로 보이는데, 그의 말은 어눌하며 목청이 높지도 않다.”고 전제, “그런데도 작품들이 주는 감동은 달변의 혀를 가진 자들이 쓴 시에서는 좀처럼 맛보기 힘든 것이라고 하겠다”고 논했으며, 백무산 시인은 “그의 시는 바보스럽도록 정직하다. 가난한 이웃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애정이 자주 도를 넘고, 처절한 삶을 날것으로 드러내어 읽는 이들을 불편하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가난을 대책없이 즐기고 있어 우리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한다. 억압받는 이들의 편에 서는 것으로써 자신은 만신창이가 돼도 돌보지 않을 작정이며, ‘나의 시’를 놓아줌으로써 시가 그들의 것이 되도록 하고 있다.”고 평했다.

“전남 여천군 쌍봉면 주삼리 끝자락/남해화학 보수공장현장 가면 지금도/식판 가득 고봉으로 머슴밥 먹고/ 유류탱크 밑 그늘에 누워 선잠 든 사람 있으리//이삼십 분 눈 붙임이지만 그 맛/간밤 갈대밭 우그러뜨리던 그 짓보다 찰져/신문쪼가리 석면쪼가리/깔기도 전에 몰려들던 몽환//필사적으로 필사적으로//꿈자락 붙들고 늘어지다가도/소혀처럼 따가운 햇볕이 날름 이마를 훑으면/비실비실 눈감은 채로/남은 그늘 찾아 옮기던 순한 행렬” (표제 시 ‘꿀잠’) 전문.
 

1967년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에서 태어난 시인은 1992년부터 2004년까지 구로노동자문학회에서 활동했으며, 2001년 ‘내일을 여는 작가’와 ‘실천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꿀잠’,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등을 발표했다. 용산철거민참사 진상규명범국민대책위원, 노동법개악저지 ‘을들의 국민투표’ 공동상황실장, 부산 한진중공업 김진숙 고공농성 ‘희망버스’ 기획, 광화문 캠핑촌 촌장,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규명위원회 총괄간사 등으로 활동했다. 천상병 시문학상, 김진균상, 신동엽 창작상, 고산문학대상, 조태일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정세훈 <시인, 노동문학관장, 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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