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심 후덕한 홍동 대영리의 웃음꽃, 프란체스카 할머니와 삼대(三代)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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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심 후덕한 홍동 대영리의 웃음꽃, 프란체스카 할머니와 삼대(三代) 이야기
  • 박승원 기자
  • 승인 2024.01.20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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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생활 청산, 3년 전 홍동면 대영리새 보금자리 마련
모나고 거친 심성이 부드럽고, 이해심 많은 할머니로 변해
홍성도서관 그림 전시회, 프란체스카·루시아·세실리아 참여

 

20대 초 시집살이가 녹록지 않을 때 유일한 즐거움은 백일홍·봉선화·채송화 사진첩을 꺼내 들어보며 시름을 달랬다. 

그때 시절을 회상하며 환하게 웃으시는 프란체스카(세례명) 최순옥(96세) 어르신은 오늘도 하얀 도화지에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화폭에 빠져들었다.

평생 꽃을 좋아하고 그림 그리기 소재가 대부분 꽃인 노모(老母)를 위해 딸 루시아(세례명) 김해든 씨는 시골 전원집 주변에 다양한 꽃을 심어 드리기 위해 오랫동안 대전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3년 전 홍동면 대영리로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그곳에서 평화로운 노년을 보내는 프란체스카는 꽃을 키우며 고요한 일상을 즐기고 있다.

특히 6년 전 세실리아(세례명) 외손녀(유혜영)가 내포신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하며 프란체스카 어르신은 “더욱 시골 전원 생활에 로망을 갖고 있었어요. 가능한 외손녀와 가까운 곳에 살면서 여생을 지내고 싶어 이웃 인심이 후덕한 홍동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프란체스카 어르신은 그림을 그리며 평상시 불안하고 외로운 마음을 달랬다. 루시아 씨는 “어머니가 예전과 달리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면서 내면의 변화를 겪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심성이 부드러워지고, 남을 배려하며 변화한 어머니의 행동은 주변에서 큰 주목을 받았어요”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어머니의 변화를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 루시아 씨는 국내의 미술치료 연구 자료를 살펴보았다. 김교옥 박사에 따르면 미술치료는 뇌의 가소성을 이용해 감정을 안정시키고, 심리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미술치료의 감각과 심상 활동이 우뇌를 자극하고 활성화된다. 

감정은 뇌 과학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정보로 관련돼 호르몬을 분비하며 그 배경에 내재 돼 있는 감정을 유발시킨 기억정보로 자리한다.

또한 세명대학교의 장범순 교수는 미술치료가 그림을 매개로 심상의 투사를 통한 비언어적 소통과 억압된 심리를 저항 없이 표출하는 효과가 있다. 미술 활동에서 드러나는 이미지를 통해 대상자와 치료자 사이에 친밀관계를 맺어 통찰과 승화로 자아 성장을 이룬다.

이와 함께 미술치료가 장애인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김도희 박사에 따르면 미술치료는 미술이라는 비언어적인 매체를 사용해 내담자가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보다 쉽게 표현하도록 돕는다. 손을 섬세하게 움직이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함으로써 충동성과 소근육을 조절하도록 돕는 데에도 유용하다.

루시아 씨는 “이러한 연구 자료를 통해 어머니의 그림 그리기가 그녀의 정신적 변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하며 기뻐했다.

한편 누구보다도 외손녀 세실리아는 외할머니 프란체스카의 사랑을 남다르게 기억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될 무렵부터 외할머니와 한집에서 살았어요. 옳고 그름을 가르쳐주시는 엄한 부분도 있으셨지만, 작은 성취에도 잘한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어요. 정말로 잘했든, 조금 부족했든 상관 없이요. 그리고 어디서 간식 같은 걸 받으시면 좋은 것은 남겨 두었다가 학교에서 돌아온 저희 남매한테 주곤 하셨어요. 특히 엄마가 홀로 가정 경제를 책임져야 하셨을 때 외할머니가 곁에 계셔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최순옥 프란체스카 어르신은 “1985년 대전여자고등학교로부터 ‘장한어머니 상’을 받았고 지난해 9월 한 달간 홍성도서관 그림 전시회에 참여해 딸 루시아, 외손녀 세실리아 그림도 함께 전시하는 기회를 가졌어요”라고 뿌듯해 했다.

주변에서는 96세에도 불구하고 주 3~4회의 그림 그리기에 전념하는 그녀를 칭송하고 있다. 프란체스카 어르신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그림일기를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쓱부쟁이-김정수
엄마의 그림책:꽃여행편-유지윤
시집살이-김막동·김점순 외 3명
할머니에게 바치는 글-윤성희·백수린·강화길·손보미·최은미·손원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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