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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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 주호창 <광천노인대학장>
  • 승인 2024.02.2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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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설 명절도 지나가고 ‘같은 시간도 기쁜 일이 있을 때는 빨리 지나가고 슬픈 일에는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 같다’고 하더니, 지난 1월 15일 아내가 운명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간 것 같은데 이제 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

가끔 생각나는 말 가운데 “행복해지기를 바라지 말고 행복하자. 털어봐! 아프지 않은 사람 있나? 꾹 짜봐! 슬프지 않은 사람 있나? 찾아봐! 힘들지 않은 사람 있나? 물어봐! 사연 없는 사람 있나? 살펴봐! 고민 없는 사람 있나? 가까이 다가가 봐! 삶의 무게 없는 사람 있나?”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그렇다. 다시 용기를 내자!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고 가슴이 먹먹하여 손에 일거리가 잡히지 않지만 어찌할 수 없는 인생의 희로애락에 순응하며 이대로 정체될 수 없기에 힘을 내어 우선 ‘우리들의 이야기’ 모음집 제3권을 발간하려 한다.

도서관이 대학이라는 말처럼 요즈음은 컴퓨터에도 좋은 글들이 매우 많아 우연히 지난 2006년에 홍성군노인종합복지관에서 한문강사로 활동하며 한 장씩 나눠준 명언들이 지난해까지 644장이 모여 그간 1집과 2집으로 발간했다

윤형주 가수의 ‘우리들의 이야기’를 제목으로 개사를 해서 부르기도 했다. 그 많은 명언 중에 요즈음 나의 마음에 공감되는 ‘낙조의 사색’을 소개하고 싶다.

“흘러가고 흘러가니 아름답습니다. 구름도 흘러가고 강물도 흘러가고 바람도 흘러갑니다. 생각도 흘러가고 마음도 흘러가고 시간도 흘러갑니다. 좋은 하루도 나쁜 하루도 흘러가니 얼마나 다행인가요! 흐르지 않고 멈춰만 있다면 물처럼 삶도 썩고 말텐데 흘러가니 얼마나 감사한가요…(중략) 그러나 어쩌지요? 해질녘 강가에 서서 노을이 너무 고와 낙조인 줄 몰랐습니다. 속상하지 않나요, 이제 조금은 인생이 뭔지 알만하니 모든 것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요. 그러니 사랑하세요! 많이 베푸세요.”

그리고 ‘노년의 길’이라는 글에는 “어디쯤 왔을까? 가던 길 잠시 멈추고 뒤돌아보니 걸어온 길 모르듯 갈 길도 알 수가 없다. 살아오며 삶을 사랑했을까? 삶을 사랑하고 있을까?…(중략) 건강의 중요성을 느낄 때쯤 건강이 무너지기 시작하고 나 자신을 알 때쯤 많은 것을 잃는다. 흐르는 강물도 흐르는 세월도 막을 수도 잡을 수도 없는데 모든 게 너무 빠르게 변하며 스쳐가고 항상 무엇을 보내고 또 얻어야 하는가?”라는 글이다.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생사(生死)는 한자 풀이로 하면 생(生)은 소(牛)가 외나무다리(一)를 걷는 것처럼 조심하라는 뜻이고 사(死)는 하루(一) 저녁(夕)에 비수(匕)가 꼽히는 것이라고도 한다. 어쩌면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에 명명식처럼 죽을 날과 시간이 미리 점지되는 것 같다고도 한다.

그러나 아무도 그 시간과 그 시각을 모르며 사는 것이고 그것이 도리어 행복한 것이 아닌지. 우연의 일치인지 50년이 지난 1973년 1월 15일, 결혼을 한 달 앞두고 병석에서 아버님이 별세하셔서 은연중에 그런 생각이 떠올라 아내도 그렇지 않을까? 했는데 정확히 1월 15일 새벽 2시에 운명했다.

이제 나 혼자 외로이 망망대해와 같은 세파를 헤쳐 나가야 하지만 우선 올해 말에는 2019년부터 광천노인대학장으로 있으면서 매주 한 장씩 나눠준 명언들을 모아 ‘황혼의 향기’라는 제목으로 모음집을 발간하려 한다.

흔히 인생살이를 책에 비유해서 서론, 본론, 결론으로 구분하듯이 서서히 결론에서 그간 살아  온 나날들을 모아 자서전을 쓸 준비도 해야겠다.

경제적인 여력이 허락되면 옥상에 그다지 보잘 것 없는 삶이지만 삶의 이삭들을 주워 유물들도 살아 있을 때 전시관을 만들고 싶다.

가끔 책을 읽거나 글을 쓰다가 피곤하면 피아노 건반에 ‘내 영혼이 은총 입어’ 찬양을 부르는데 이에 함께할 동반자가 어디 없을까.

주호창 <광천노인대학장, 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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