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사 중에 가장 힘든 농사가 자식 농사라고 한다. 개인의 기질과 다양한 환경이 작용하기에 부모는 자녀에 대한 기대감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H씨는 청소년기 남매를 둔 아버지이다. 3년 전 아내와 이혼 후 혼자 두 아이를 양육하면서 다양한 걸림돌을 만나고 있다. 고등학생 아들은 기숙사 생활을 하지만 주말이나 방학 때 집에 오면 밤새 게임만 한다. 이를 보다 못해 H씨가 아들의 PC게임을 제지하자 아들은 H씨에게 물건을 던지고, 욕설을 퍼부었다. 더욱이 자신이 출근하고 집에 없을 때 딸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응하지 않으면 폭언과 신체적 학대를 함으로 자신이 외부에 있을 때는 더욱 불안감이 엄습한다. 결국 아들의 반복된 거친 행동에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 H씨는 경찰서에 신고했고, 분리조치가 이뤄짐으로써 현재 아들은 O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다.
본 기관에서는 필자와 아버지 H씨, O쉼터 담당자, 아들의 담임교사와 가정방문상담사를 중심으로 솔루션 회의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각 기관에서 협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본 기관에서는 아들에게 스마트폰 사용 조절 및 진로 상담을 지원하게 됐다. 이후 아들은 상담 기간 동안 성실하게 상담에 임했지만 아버지와 담임 교사의 권면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자퇴했다.
아버지 H씨는 아직까지 아들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의 두 마음이 공존한다. 아들은 만 4세 때부터 영재교육원에 다녔고, 초등학교 입학했을 때는 영어와 수학 특별반에서 매일 10시간 이상 공부를 했으며, 성적을 잘 받으면 아내로부터 선물과 칭찬 세례를 받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엄청난 비난과 신체적 학대를 당해야 했다. 아내는 화가 나면 감정 조절이 어려웠고,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해소함으로써 뒷감당은 H씨의 몫이 됐다. 이러한 상황들이 반복되고 뒤엉키면서 H씨는 3년 전 아내와 이혼을 감행했고, 아직도 아내가 저질러놓은 카드빚을 갚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어린 시절의 영향으로 사춘기를 건강하게 보내지 못하는 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과 불안함이 있는 반면 언젠가는 자기 몫을 잘 감당하는 건강한 성인으로 자랄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다.
《초보자를 위한 공동의존》의 저자, 달린 랜서는 공동의존을 ‘잃어버린 자기(self)’로 정의한다. 공동의존의 대표적 이미지는 ‘남을 잘 돌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학협회에 따르면 역기능 가정의 경우 중독자 가족이 72%이고,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가족이 20%로, 이를 합산하면 거의 모든 사람이 공동의존에 해당한다고 보고했다. 중독은 만성질환, 학대, 외상과 함께 역기능적 가정의 주요 원인이다. 역기능 가정에 기여하는 또 다른 요인은 높은 이혼율이라고 할 수 있다. 아동의 1/3은 부모와 함께 살지 않는다. 이혼은 갈등, 위기, 상실, 유기에 아동을 노출시키는 심각한 외상이다. 이러한 결혼생활은 이혼 전부터 기능 장애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고, 경제적으로나 심리적, 신체적으로 관심이 부족할 확률이 높을 것으로 여겨진다.
H씨는 아들의 게임 중독을 회복시키기 위해 상담을 의뢰했지만, 본질적인 부자관계의 공동의존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self) 회복에 초점을 둬야 한다. 곧 진정한 자기를 찾고, 자신을 만나고, 자신을 보듬는 과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첫 단추는 자기 자신에게 진실하기이다. 여러 방법이 있지만, 그중 자기와의 긍정적인 대화를 제안한다. 이를 위해 첫 번째는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자신에게 인사를 건네고 자신을 토닥여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성장하면서 기억나는 칭찬을 적어보는 것이다. 세 번째는 자신이 세운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네 번째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공동의존을 회복하는 첫걸음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자기 사랑은 자기 연민과 다르다. 자기 연민은 ‘이래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지만, 자기 사랑은 저항하거나 교정하려고 하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긍휼과 수용’이라고 할 수 있다.
최명옥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상담학 박사·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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