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월이 간다. 어머니도 가신다. 그러나 어머니의 모습은 남아있다. 물론 아내(아이들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도 사무친다.
갑자기 울컥하며 어머니 생각과 아내에 대한 연민이 가슴 깊이 밀려온다.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이 뇌리에 스쳐 지나가면서….
5월은 가정의 달이라 축하와 기념의 날들이 많지만 어버이날 만큼 정감 있는 날은 없지 않을까?
마침 5월을 보내며 광천노인대학에서 ‘어머니’에 대한 영상에 진방남 가수의 ‘불효자는 웁니다’가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장면의 자막을 그대로 옮겨보며 음미하고자 한다.
나에게 티끌 하나 주지 않은 걸인들이 내게 손을 내밀 때면 불쌍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나에게 전부를 준 어머니가 불쌍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나한테 밥 한번 사준 친구들과 선배들은 고마워서 답례하고 싶어 불러냅니다. 그러나 날 위해 밥을 짓고 밤늦게까지 기다리는 어머니께 감사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제대로 존재하지도 않는 드라마 속 배우들 가정사에 그들을 대신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나 일상에 지치고 힘든 어머니를 위해 진심으로 눈물을 흘려본 적이 없습니다.
골방에 누워 아파하던 어머니 걱정은 제대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친구와 애인에게는 사소한 잘못 하나에도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에게는 잘못은 셀 수도 없이 많아도 용서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 세상을 떠나신 후에 이제야 알게 됐지만 아직도 너무도 많은 것을 알지 못해 죄송합니다.
오늘도 어머니 생각이 간절하게 나지만 다시는 볼 수 없는 먼 곳에 계십니다. ‘어머니’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정다운 이름이고 그리움이 간절합니다.
회자정리라 만나면 헤어져야 하는 게 우리 인생이라 불효에 대한 죄송스러움만 남아 우리를 괴롭힙니다.
사람의 일생은 갓난아이로 태어나서 맨 먼저 배우는 말은 ‘ㅁ’자로 생존을 위한 ‘맘마’요 사랑을 주는 ‘엄마’인 것 같다.
한편 유아기를 거처 아동기,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면 결혼을 하게 되는데 남자는 곡식 중에 ‘보리’에, 여자는 ‘벼’에 비유하기도 한다.
보리는 한 번 심은 곳에서 익으면 결실을 수확하는데 벼는 묘판에서 논으로 옮겨 심는 것처럼 남편의 집으로 시집을 가서 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머니에 대한 애정과 사연이 많고 특히나 어머니가 갓난아기를 가슴에 꼭 안고 젖을 먹일 때 사랑의 전율이 일생동안 남아있다는 말도 있다.
결국 아버지보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노래들이 많은 반면 아버지는 그 위치와 역할과 책임감이 무거우면서 아버지에 대한 칭찬이나 사연의 노래가 적은 것 같다.
누가 아버지에 대한 노래를 작곡해서 부르면 한 때 유행처럼 전해졌던 ‘고개 숙인 아버지’가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기야, 가정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 분담이 다르기는 하지만 요즈음은 확실한 구분이 없는 것 같아 자녀들의 성장기에 다소 영향이 있는 것 같다.
과거에는 아버지의 엄격함과 어머니의 인자함이 확실히 구분이 됐는데 요즈음은 아버지들의 엄격함이 다소 미약해 옳고 그름의 판단이 애매한 부분도 있어 아쉬운 감이 있다.
한편 갈수록 젊은이들이 결혼을 포기해 출산도 줄어드니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정하자는 말에 관심이 적은 것도 그런 영향이 있겠다.
이제 철이 조금 드는지 어버이날을 보내면서 부모님에 대한 감사와 한편 어버이로서의 책임감을 다시금 느끼면서 오월의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싶다.
내년 2025년 5월의 어머니를 기다리며….
주호창 <광천노인대학장, 칼럼·독자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