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에서 배운 한국 공동체의 삶과 문화, "인생 제일의 보물"
상태바
풀무에서 배운 한국 공동체의 삶과 문화, "인생 제일의 보물"
  • 김혜동 편집국장
  • 승인 2013.01.17 12: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본지 연재 '캐나다에서 온 편지' 저자, 마이클 부조(Michael Bujold) 씨 홍성 방문

새해를 맞아 본지는 칼럼진을 새롭게 확충하며 캐나다 출생, 마이클 부조(Michael Bujold·캐나다 몬트리올·43세) 씨의 특별한 삶과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글을 연재(코너명: 캐나다에서 온 편지)하고 있다. 금발에 하얀 피부, 옅은 갈색 눈동자의 마이클 부조(Michael Bujold) 씨와 홍성과의 인연은 특별하다. 한국인 부인과 결혼해 1996년부터 2003년까지 홍동의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이하 풀무학교)에서 영어회화를 가르쳤으며 현재는 한국학 등 학술지를 전문으로 번역하는 소망번역(www.somangtrans.com)을 운영해 오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 8일 캐나다 몬트리올로부터 장장 14시간을 날아 그리운 홍성 땅에 도착했다. 그가 새롭게 시작한 다양한 연구와 사업들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한 첫 번째 방문이었다. 6박7일간의 한국 일정동안 그가 홍성에서 머무른 시간은 사흘. 바쁜 일정을 틈타 홍성의 지인들을 만나고 풀무학교 시절을 회상하며, 오는 3월 재방문을 약속했다고 한다. 그가 홍성을 떠나던 날인 지난 13일, 필자는 홍성을 제2의 고향이라 부르며 앞으로 한국과 캐나다의 가교역할이 되고 싶다는 부조 씨를 만나 그가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던 홍동에서의 추억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유창한 한국어 솜씨를 뽐내는 부조 씨와의 대화는 흘러가는 시간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시종일관 즐거웠다.


■ 한국생활 10년…홍성은 제2의 고향
캐나다 몬트리올 중심에서 북쪽으로 30km정도 위치한 작은 시골마을에 살고 있는 부조 씨는 현재 자신과 한 살 터울인 유영기(42세) 씨와 슬하에 제스퍼 소망(13세), 제이슨 소원(9세) 두 남매를 두고 있다. 첫째인 제스퍼가 다섯 살 즈음 홍동에서 몬트리올로 거주지를 옮겼다는 부조 씨는 "전반적인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모국으로 이주할 것을 결심했지만, 내게 여전히 홍동은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라고 되뇌었다.
부조 씨의 대학 전공은 '아시아정치학'이다. 특히 독특한 근대사를 품고 있는 한국의 정치, 경제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가 캐나다 대학 재학 중 알게 된 지인의 소개로 한국에 첫발을 내딛은 것은 지난 1995년. 충북 진천에서 영어강사로 일하던 중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하고, 당시 그에게서 영어를 배우던 아주머니의 아들이 다니는 대안학교(당시 풀무학교)에 관심이 생긴 것이 홍동과의 첫 인연이었다.
협동과 공동체 정신을 강조하는 풀무학교의 교육방침과 지역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홍순명 선생님의 영향으로, 당초 1년여의 한국생활을 결심했던 부조 씨는 1996년 풀무학교에 재직하면서 2003년 한국을 떠나기까지 약 8년 동안 홍동과의 깊은 정을 쌓게 된다.

부조 씨는 "풀무학교에선 내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보다 배우는 것들이 많았던 시기였다. 특히 홍순명 선생님과 한동안 같은 집에서 살며 '인생을 잘 사는 방법'에 대해 배우고 고민했다"며, "현재 한국의 지역학을 캐나다에 번역서로 소개하는 국가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지역의 역사에 집중하게 된 것도 생각해보면 풀무학교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부조 씨는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이 발주한 한국 지역학 자료 번역에 참여하고 있다. 자신의 대학전공과 뛰어난 한국어구사능력을 인정받아 가능했던 일이었다. 언젠가는 홍성의 역사가 빼곡히 담긴 책자를 직접 번역해 캐나다 학자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것이 부조 씨의 작은 소망이다.


■ 번역·온라인영어학습·언어연수…"이제 출발점"
"한국의 영어교육은 읽기, 쓰기 위주이지만 실제 생활에서 필요한 것은 듣기와 말하기이다. 완벽하게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 서툴더라도 의사소통이 된다면 당신은 영어와 이미 친해진 것이다" 부조 씨는 한국의 학생들이 언어습득의 기본 절차를 무시한 채 수능에 맞춰진 영어를 공부하며 '영어'라는 언어 자체에 대한 흥미를 잃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조 씨는 최근 그의 고향인 몬트리올에서 SWLSB교육청과 함께 5년 동안 개발한 온라인 영어학습프로그램을 실전에 접목시키며 한국을 비롯한 비영어권국가 사람들이 해외 어학연수를 가지 않더라도 효과적으로 영어를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학자이자 번역가인 그가 비영어권 국가 국민들의 영어습득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결국 그의 한국생활을 통해서였다. 영어교사를 하면서 가르쳤던 홍성의 아이들처럼, 영어를 낯설어하는 많은 이들에게 보다 효율적인 학습방법을 소개해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작년 하반기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학생을 받아 홈스테이 방식의 언어연수도 진행하고 있다. 지역 교육청과 학교, 홈스테이 가정을 끈끈히 연계해 어학연수를 온 학생이 외로워하지 않고 최대한 즐기는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영어와 영미문화를 익히는 것을 목표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그의 주 관심사였던 한국의 근대사 자료 번역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조 씨는 "캐나다의 각 대학에 한국학 관련 학과가 1개 이상 개설돼 있지만 연구진들과 학생들이 공부할 만한 한국학자료들이 별로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국의 무궁무진한 자료들이 속히 번역서로 소개돼 캐나다를 비롯한 해외 각지에서 한국학 연구의 활성화를 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역사 중 특히 흥선대원군부터 6·25전쟁 사이의 근대역사에 관심이 많다는 부조 씨는 "기회가 된다면 '독립신문' 전회를 번역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부조 씨는 오는 3월 한국 재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아내 영기 씨의 고향인 청주를 거쳐 홍성에도 들릴 예정이다. 이번 기회에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영어학습 프로그램을 홍성지역 학생들이 원활히 수강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의 협조를 얻는다는 계획이다. 홍성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며, 한국학 전파에 있어 한국과 캐나다의 가교가 되고 싶다는 마이클 부조 씨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마이클 부조 (Michael Bujold) 씨는 캐나다인으로 1996년부터 2003년까지 홍동의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에서 영어회화를 가르쳤다. 그는 한국학 등 학술지를 전문으로 번역하는 소망번역(www.somangtrans.com)을 운영해 오고 있다. 또한 여러 관련자들과 함께 SWLSB 교육청과 협력하여 한국 및 외국 학생이 캐나다의 공립학교들에서 스쿨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소망에듀 (www.somangedu.ca)를 설립하였으며, 최신 플랫폼을 이용하여 온라인 ESL 코스를 제공하는 아이소망 (www.isomangworld.com)의 기획자 및 콘텐츠 제공자로 활동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