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찰(診察)과 진단(診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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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찰(診察)과 진단(診斷)
  • 주호창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4.10.1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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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창
광천노인대학장, 칼럼·독자위원

며칠 전만 해도 그토록 무덥던 폭염이 이제는 조석으로 한기를 느끼게 되는 자연의 오묘한 섭리 앞에 두 손을 모으게 된다.

어언 60년 전인 1964년 10월 16일에 육군에 입대해 논산 훈련소와 대구 군의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강원도 화천 12사단 의무중대로 배속돼 근무하면서 의술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을 조금씩 체득하게 됐다.

사전에 보면 진찰은 의사가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환자의 병 증세를 살펴보는 것이라 했고 진단은 의사가 환자를 진찰해 병의 상태를 판단함이라 했는데 예를 들면 진찰에는 시진, 문진, 타진, 청진 등이 있다는 것도 배웠다.

불행하게도 1년 전 10월 18일에 집사람에게 진찰과 진단에 의해 췌장암 4기 판정으로 암세포가 간에까지 전이 됐다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 결국 시한부 인생으로 3개월을 예측했는데 거의 정확하게 3개월째 되던 올해 1월 15일에 우리 곁을 떠나게 됐다. 그동안 여러 가지 슬픔과 아픔과 연민의 소용돌이 속에서 많은 생각과 후회와 안타까움과 아쉬운 상념들로 혼란의 연속이기도 했다.

아내를 떠나보낸 죄책감으로 최소한 1년간은 자숙하는 심정으로 지난 5월 11일에 거행됐던 홍동면민 체육대회 날은 조용히 장항선 열차를 타고 익산을 다녀오며 지난날을 반추해 봤다. 전직 체육교사로 면내 체육회 경기 위원장과 단거리 육상선수였고 입장식에서 장구치고 노래자랑 심사도 하며 흥겨운 하루를 보냈다. 또한 지난 9월 28일 주민총회와 주민자치회 발표에도 전에는 주민자치위원장으로 몇 년간 행사에 사회도 보며 관심을 갖고 동참했지만 이런 행사에 불참하게 돼 지면을 통해 양해를 빌고 싶다.

한편 우리 몸의 질병을 진찰하고 진단하듯이 더 큰 몸통인 사회에도 여러 가지 질병과 같은 폐단이 있기에 명의가 진찰하는 것처럼 어느 명사가 진찰하고 진단해 시정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아울러 우리 몸이나 사회보다 더 큰 우주에도 많은 병마와 같은 전쟁과 재앙이 끊이지 않는데 과연 누가 진단을 하고 해결을 할 것인가! 우리가 사는 자연도 갈수록 여러 가지 기후변화와 인간들의 삶에도 급격한 변화가 초래돼 물리적 변화와 화학적인 변화로 근본 자체까지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 비근한 예로 자석은 같은 극(S-S)끼리는 서로 밀고 다른 극(S-N)끼리는 당기는 원리가 있는데 요즈음 인간 세상에서는 동성 간에도 당기는 동성애라는 변이된 원리가 조성되고 있다.

한편 역사의 흐름에서도 과거의 시각으로 현재를 보는 것과 현재의 시각으로 과거를 보고 진단하는 것도 불행의 요인이라고 한다. 이는 어렸을 때 입었던 옷을 성인이 돼서 맞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것과 같고 도시 한복판의 초라한 집 창문으로 번화한 도심 풍경을 보는 것과 화려한 도심에서 초라한 집을 보는 것은 서로가 불행이라고 한다.

이처럼 좋은 사회는 서로가 함께 동등한 처지에서 살아가야 하는데 세상은 빈익빈, 부익부라는 불균형에서 초래되는 불행한 사태가 야기되기도 한다. 과연 이런 불행과 부조리한 사태를 누가 진찰하고 진단한단 말인가! 어디 그런 사람 없을까? 하고 찾지만 그런 사람은 없다. 다만 우주 만물을 창조한 조물주만이 해결의 열쇠를 갖고 있을 것이다. 요즈음 유행되는 말에 조물주보다 건물주가 더 위력이 있다는 세상이 되었으니 인간들이 자연 현상까지 좌지우지하려는 교만이 우리 사회를 더 무질서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이제 가을이다. 가을은 결실과 수확의 계절이고 독서의 계절이며 사색의 계절로 깊은 성찰과 사려로 우리 삶을 진찰하고 진단해 본다면 어떨까.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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