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 한국 생활 정착하도록 힘 보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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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여성, 한국 생활 정착하도록 힘 보탤 것"
  • 최선경 기자
  • 승인 2013.01.18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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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족지원센터 통번역사 최소연(중국) 씨
여성의 힘, 세상을 바꾸는 작은 힘의 시작
여성의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 남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이다. 일터에서, 가정에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며 세상을 바꾸는 일에 작은 힘을 보태는 여성들을 만나본다. <편집자 주>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생활의 어려움을 딛고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목표입니다"
중국동포 출신 결혼이주여성인 최소연(35. 홍성읍 학계리) 씨는 중국어 통번역사이며 홍성군내 8개 나라 결혼이민자들의 자조모임 회장을 맡고 있다. 2002년 강서용(45) 씨와 결혼해 슬하에 수만(10), 수정(7) 남매를 두고 있다.

"중국에 있었다면 저는 어느 누구보다 평범한 삶을 살았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참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아 저 자신이 무척 자랑스러워요" 한국에 시집 온 순간부터 편하게 쓰던 중국어가 아무 쓸모없는 말이 돼버렸고 가족들에게조차 가까이 다가서기 힘들었다. 낯선 이방인이 되기 싫어 소연 씨는 열심히 한글을 배웠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했고 쓸모없다고 여긴 중국어는 새로운 삶의 문을 열어줬다. 원래 공부 욕심이 많았다던 소연 씨는 한국에서 방송통신고등학교를 거쳐 혜전대학 아동복지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청운대 중국학과를 진학했고 얼마 전에는 대학원 입학 수속을 마쳤다. 한국에 온 지 12년 동안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결과다.

"처음에 홍성에 와서 실망을 많이 했어요. 지금도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지만 당시 시부모님께서는 하우스 12동에서 취나물을 생산하고 있었어요. 눈만 뜨면 하우스에서 취나물을 뜯었던 것 같아요" 중국어와 한국어 두 가지 말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소연 씨의 언어실력은 처음엔 홍성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 통역봉사로 사용됐다. 결혼이민자통역사와 다문화가정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소연 씨가 취득한 자격증만 스무 가지가 넘는다.

"제가 하는 통역일의 대부분은 결혼이민자들의 고충을 해결하는데 필요한 것들이었습니다. 부부싸움, 폭력, 이혼 등 수많은 사연을 가진 결혼이민자들이 답답한 현실에서 자포자기하지 않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바로 제가 하는 일들이었습니다" 소연 씨는 이런 고충들을 경찰서를 통해 해결했고 이제는 경찰서와의 긴밀한 협력으로 곤경에 처한 결혼이민자들을 적극적으로 돕게 됐다.


■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
소연 씨에게 2012년은 잊을 수 없는 소중하고 행복한 해였다. 지난해 충남도 주최 결혼이민자 다문화강사 50여명이 참가한 '다문화강사 콘테스트'에서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중국어와 한국어의 언어실력과 대학에서 아동복지학을 전공한 전문적인 경력, 소연 씨 특유의 꼼꼼하고 서글서글한 수업 방식은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지난해 말 홍성군청 종무식에서 군수표창을 받았다. 또 제2회 다문화활동 체험수기로 경찰행정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김기용 경찰청장으로부터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한 마디로 상복이 터진 한 해였다.

요즘 소연 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교육 문제다. "다문화가정 자녀가 이중언어, 이중문화 환경에서 자라는 것은 소중한 자산입니다. 이들이 나중에 어떻게 발전할지는 누구도 모르는 것이죠. 이들에 대한 지원과 지속적이고 따뜻한 관심이 진정 필요한 때입니다. 홍성군에서도 학원연합회와 업무협약을 맺어 다문화가정 자녀 학원비 50% 할인해 주는 방안도 있지 않을까요? '홍성학'처럼 '다문화 이해 교육'이란 강좌를 대학에 교양과목으로 개설해 결혼이주여성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서 강의를 하는 방안도 있구요. 찾아보면 물질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것보다 다양한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일자리를 갖고 어느 정도 자신의 위치를 확보한 소연 씨를 롤모델로 삼는 후배들이 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 후배들에게 소연 씨는 기회가 저절로 오는 게 아니라 스스로 항상 준비된 상태가 돼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스스로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무작정 일자리가 주어지길 바라는 마음은 빨리 버려야 합니다. 결혼이주 여성이 언제까지 정부의 지원을 받고 살 수는 없어요. 우리가 자신감을 키우고 직접 부닥쳐야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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