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은 밀가루로 만든다? NO! 국산 햅쌀로 만든 ‘가루쌀빵’

[홍주일보 홍성=이정은 수습기자] 이번 주 홍주신문이 소개할 맛집은 홍성읍에 위치한 베이커리 카페 ‘홍성제빵소(제과제빵 명인 이인형 대표)’다. 눈에 띄는 파란색 외벽의 이 빵집은 1~2층 구조의 건물인 데다 2층만 해도 120평으로, 상당히 넓고 쾌적해 지인들과 대화하며 편하게 식음료를 즐기기에도, 집중이 필요할 때 찾기에도 적합하게 꾸려져 있다.
홍성제빵소는 3년 전 새 단장을 마친 뒤 지난 4월까지 영업을 이어오다 3개월간 임시 폐업 상황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8월 1일부터 현재 대표 이인형 명인이 운영하게 되면서 제과제빵 명인이란 이름에 걸맞은 ‘맛’으로 지역민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며 점차 손님이 늘어나 성공적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명인은 스무 살부터 제과제빵 업계에 발을 들여 현재 40년 차에 접어든, 제과 협회에서 인정받은 제과제빵 명인으로 “빵을 오래 만들다 보니 빵마다 그에 맞는 질감, 성질, 맛을 파악할 수 있게 됐고, 이를 제대로 살릴 수 있도록 공정을 철저히 지키며, ‘빵의 깊이’를 정확히 알게 됐다”고 말한다. 그의 말과 더불어 결과물로 보여지는 빵의 생김새를 통해 명인의 가차 없는 진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기자가 이번 주 맛집으로 홍성제빵소를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밀가루가 아닌 가루쌀을 이용해 빵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다. 생소할 독자들을 위해 설명을 덧붙이자면, 가루쌀은 물에 불리지 않은 쌀을 빻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쌀가루 전용 품종(국제 특허)’을 말한다.

게다가 국산 햅쌀만을 사용해 국내 농가와 상생하는 우리나라 식품 원료로써, 해외 운송에 따른 탄소 배출과 가공과정의 오·폐수 발생이 적기 때문에 환경친화적 이점까지 갖고 있다. 그렇기에 가루쌀은 먹는 이의 건강뿐 아니라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기특한 재료라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홍성제빵소에서 사용하는 가루쌀은 흔히 사용되는 쌀가루와는 달리, 쌀 외의 첨가물이 일절 들어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덤으로 농림축산식품부의 ‘가루쌀빵 할인 행사’에 참여 중이므로, 20% 할인된 가격에 맛있고 건강에도 좋은 빵을 구매할 수 있다.
또한, 명인은 ‘인스턴트 이스트’를 대체해 자연에서 얻은 천연 효소인 ‘천연 발효종’을 사용하고 있다. 빵을 먹고 나서 속이 불편하다면 이는 밀가루뿐 아니라 이스트 또한 원인일 수 있다. 이스트는 반죽을 발효시켜 부풀리는 역할을 하는, 빵을 만듦에 있어 없어선 안 될 필수 재료다. 그러나 이스트는 소화 작용을 방해하고 팽만감을 줄 수 있기에 명인은 천연 발효종을 택한 것이다.
가루쌀과 천연 발효종에 이어 한 가지가 더 있다. 직접 농사지은 작물을 애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사를 지을 때도 천연 부숙 퇴비를 사용하고 무농약으로 재배하기 때문에 부재료 또한 건강함과 직결되는 셈이다. 쪽파 시금치 대파 단호박 양파 감자 고추 등 모두 나열하기 힘들 정도의 다양한 재료를 직접 키워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익히 빵이란 음식은 밀가루가 들어가야만 한다고 알고 있었지만, 가루쌀이란 신재료가 생김으로써 빵과는 어울리지 않던 ‘약식동원(藥食同源)’이란 말을 붙일 수 있게 됐다. ‘약식동원(藥食同源)’이란 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는 뜻으로, 향토적인 먹을거리나 토종의 동식물이 건강과 환경에 좋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존의 빵에는 가당치 않은 말이겠지만, 가루쌀을 사용하는 홍성제빵소에는 정확히 통하는 말인 것이다.
이인형 명인은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오래전부터 쌀을 이용해 건강한 빵을 만들고 싶었다”며 “음식이란 보기에 좋고 맛도 있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우리 몸에 들어가는 것이니 위생은 기본이고 소화가 잘돼야 하지 않겠습니까”하고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명인의 음식 철학이 이러하니 그의 손에서 나온 빵 아닌 그 무엇이라도 건강하지 않을 수 있으랴.
명인은 조리법 또한 건강한 방식을 추구한다. 보통 ‘고로케’는 고온의 기름에서 튀겨내 보장된 맛을 선사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 건강엔 무익한 조리법이다. 홍성제빵소의 고로케는 기름에 튀기지 않고 오븐에 구워내 담백하면서도 바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빵이 마치 꽃집에서 산 화려한 꽃다발 같다면, 가루쌀빵은 새와 바람으로 자라난 수수한 들꽃과도 같다.
이렇듯 명인의 빵은 건강을 위한 여러 겹의 노력으로 빚어지며 맛 또한 훌륭하다. 월~토요일까지 매일 대략 30여 종의 빵이 생산되며, 인기 메뉴로는 홍국쌀식빵·슈레드(쪽파)치아바타·쌀6일빵(비건빵)·미나리야채빵 등이 있다. 기자는 인기 빵을 비롯해 대략 7종의 빵을 맛봤는데, 이중 미나리야채빵을 강력 추천한다.
전국에서 이곳 홍성제빵소와 전주의 한 빵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무려 특허까지 받은 빵이다. 갓 나온 빵이 맛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미나리야채빵은 온도와 무관하게 맛이 좋다. 부드럽고 고소한 표면 안에 아삭한 식감과 슴슴하게 맞춰진 간이 일말의 자극 없이 구미를 당긴다.

오전 11시면 황금빛 환희로 넘실거리는 가을날의 벼처럼 탐스럽게 익은 빵이 고개를 내민다. 실내 가득 푸근하고 따뜻한 내음이 지배적이다 못해 문밖까지 비어져 나올 정도다. 빵 냄새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이 비정형의 냄새만으로도 우리는 머릿속으로 빵을 만들어 내고 군침을 삼킨다. 입맛뿐 아니라 기분까지 좋아지게 만드는 어떤 힘을 가진 ‘굽는 내음’이 이 기사를 읽는 독자에게도 전달되길 바란다.
홍성제빵소를 소개함에 있어 빵에 버금가는 커피를 빼놓을 수 없다. ‘커피 수혈’이라는 말을 만들어 낼 정도로 많은 이들이 커피를 달고 사는 시대에, 커피 맛을 알아보는 손님들 사이에선 이미 커피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홍성제빵소는 ‘신산커피하우스’의 최고 품종 원두를 사용하고 있었다. 때문에 기자는 홍성제빵소를 취재하며 이인형 명인은 어떤 요령이라곤 없는 사람으로 느껴졌다.
커피를 제외한 기타 음료도 대략 30여 종으로 선택의 폭이 넓으며, 직접 농사지은 농작물은 음료(생강차, 단호박식혜 등)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계절에 따라 재배·수확 작물이 다르기 때문에 때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며, 빵이든 음료든 농작물 활용 메뉴가 추가 개발될 계획이라고 한다.
기사의 끝자락에 닿아서도 맛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독자가 있다면, 기자 본인이 평소 빵을 즐겨 먹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홍성제빵소의 빵 맛에 ‘흠씬 반했음’을 귀띔해 주고 싶다. 살다 보면 세상으로부터 들쑤셔진 마음이 절름거릴 때가 있다. 쉽게 말해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말이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은 아마도 행복을 가장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건강 없는 행복은 있을 수 없다. 건강과 맛을 동시에 지키며 제대로 된 행복을 소유하길 바란다. 홍성제빵소의 메뉴들이 닫힌 꽃봉오리처럼 움츠러든 마음을 활짝 피어나게 해줄 것이며, 이윽고 우리는 다시금 아름다운 마음을 먹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음식의 힘은 이토록 다정하다.
◆홍성제빵소 메뉴
△홍국쌀식빵 7000원 △슈레드(쪽파)치아바타 4800원 △쌀6일빵(비건빵) 4800원 △쌀매일건강빵(비건빵) 6800원 △미나리야채빵 2500원 △구운고로케 3000원 △쌀프레첼소세지 2900원 △쌀육쪽마늘빵 5500원 △쌀바질대파빵 5500원 △쌀초코크로와상 4300원 △쌀백설기 5500원 △모카번 4500원 △쌀메이플크림치즈 4800원 △쌀단호박깜빠뉴 5800원 △쌀밤빵 5500원 △쌀팥빵 2500원
주소: 홍성읍 문화로 105, 1~2층
영업시간: 09:00 ~ 21:00 매주 일요일 휴무
전화번호: 010-3660-7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