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학년제 사과꽃발도르프학교 교육 과정의 차이를 살펴보다
대한민국의 공교육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총 12년의 교육과정 동안 대학입시에 목표를 두게끔 부추기는 면이 있다. 지난한 세월 동안 유지된 이러한 환경은 아이들이 성장해 갈수록 학부모는 사교육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을, 학생들은 심리적 불안을 떠안게 된다. 이는 안타깝게도 많은 이들이 겪어봤을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이다. 좁은 깔때기를 통과해 저마다의 그곳에 닿았을 때 과연 ‘무엇’을 얻었는지, 과연 그것이 가치 또는 지혜라 명명해도 마땅할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공교육 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새롭게 고안한 학교를 발도르프학교(대안학교)라고 한다. 전국에는 16개의 발도르프학교가 있으며 <홍주신문>은 이번 호에서 이중 한 곳인 ‘사과꽃발도르프학교(예산읍 향천리)’를 소개하며 일반 학교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려 한다.<편집자주>

[홍주일보 예산=이정은 기자] 발도르프교육이란 지난 1919년 독일에서 처음 시작됐으며 오스트리아의 인지학자 ‘루돌프 슈타이너’에 의해 세워진 발도르프학교에서 출발한 대안교육이다. 또한 1996년 유네스코가 선정한 바람직한 21세기 교육모델로 선정된 바 있다. 발도르프교육에서는 신체와 정신 그리고 영혼의 조화를 중시하며 학생들의 신체와 정신적 성장에 맞춘 의지, 감정, 사고의 조화로운 발달을 추구한다.
지난 2022년 3월, 기존의 획일화된 교육 방식을 벗어나 루돌프 슈타이너의 사상이 담긴 발도르프교육이 사과꽃발도르프학교에서 움트기 시작했다. 사과꽃 발도르프학교는 가을이면 붉게 물든 단풍으로 장관을 이루는 예산읍 향천사(절, 사찰)와 가까운 곳에 있어 마치 자연의 양팔에 안겨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사과꽃발도르프학교는 음악, 의지, 언어, 감정, 인간, 사고, 자연 등을 핵심적인 교육 지침으로 삼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오이리트미(언어를 움직임으로 표현한 동작 예술), 음악과 노래, 외국어, 우리 말과 글, 역사, 과학, 수학, 형태 그리기, 미술, 수공예 등을 교육하고 있다.

사진=박봉서 학부모 제공
■ 8년간의 섬세한 교육과정
사과꽃발도르프학교는 1학년 입학 후 8학년까지 한 명의 교사가 담임을 맡아 아이들이 교사와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며 그들의 성장과 발달을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는 교육을 펼쳐가고 있다. 각 교과는 유기적으로 서로 연계돼 마치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몸집을 키우고 가지를 뻗어나가 무성한 이파리와 열매를 맺듯 조화로운 성장을 이끌어 나간다.
■ 상상력으로 자신을 가득 채우라
인간에 대한 앎을 바탕으로 개별성과 고유성을 존중하는 발도르프교육은 아이들의 발달 과정을 이해하고 각 시기에 맞는 내용과 형식으로 가르친다. ‘아이 안에 어떤 능력이 잠재돼 있는가’, ‘무엇이 형성되고 발달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아이가 가진 개별성과 고유성이 잘 계발되도록 돕는다.
■ 교과서가 없다
발도르프교육에서는 손과 발, 가슴과 머리로 함께 배울 때 온전한 배움이 일어나며 모든 예술 활동은 최고의 교육 방법으로 간주한다. 아이들은 배우고 익힌 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공책에 정리하며, 그것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예술적인 배움의 과정이자 결과가 된다.
■ 사고, 감정, 의지의 조화로운 발달
학생들은 모든 배움을 움직임과 노래, 낭송과 연극, 그림과 조소 등 다양한 예술 활동으로 경험하며 배운다. 모든 교과는 아이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이끌 수 있는 주제로 제시되고 전체에서 부분, 다시 전체로 연결되며 점차 확장, 심화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 자연의 순리와 흐름에 따라 배우다
모든 배움은 하루, 일주일, 한 달, 한 해의 흐름 속에서 잠과 깸, 들숨과 날숨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3일 리듬의 수업, 한 달 주기 집중 수업, 절기 수업 등은 사람과 자연의 리듬을 조화롭게 하는 발도르프의 교육 방법이다.

노승희 담임교사
사과꽃발도르프학교에서 3년가량 아이들과 함께한 노승희 담임교사를 만나 사과꽃발도르프학교와 발도르프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사과꽃발도르프학교 발단이 궁금해요.
A.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던 시기, 어느 학부모님들께서 ‘더 이상 공교육으로 보내기보다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공부 모임이 생겼고, 이게 사과꽃의 시작이에요. 저희 학교는 부모님들의 역할이 일반 학교보다 큰 편이에요. 부모님들의 비용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많은 부분에서 부모님들이 참여하시고 교사회와 부모회가 서로 소통하고 부모회의 의견을 반영해 프로그램을 구성하기도 해요.
Q. 발도르프학교 교사가 된 계기는?
A. 아는 분께 담임교사를 제안받고 발도르프교육에 호기심이 생겼어요. 그리고 저라는 개인 또한 많이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발도르프학교는 교과서, 커리큘럼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결국은 제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고 수업을 준비하느냐에 달린 거라서요. 더 나은 수업을 만들기 위한 교사회의 지속적인 수업 피드백, 멘토링과 함께하는 공부 덕분에 예상했던 대로 굉장히 성장했다고 느껴요.
Q. 주기 집중 수업이 뭔가요?
A. 100분 동안 진행되는 수업인데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100분 동안 애들이 앉아 있냐’는 질문을 많이 하세요. 100분 동안 무조건 앉아서 수업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많이 움직이면서 깨우는 시간을 갖거든요. 발도르프교육에서는 몸이 준비돼야 사고도 할 수 있고 공부라는 걸 할 수 있다고 봐요. 그렇기 때문에 예를 들어, 저학년일수록 100분 중의 60분은 몸으로 움직이는 걸 하고 이후 30분 정도 수업과 연결된 걸 하고 나머지 10분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진행돼요.
Q. 일반 학교와 가장 큰 차이점이 뭘까요?
A. 미디어를 일절 쓰지 않는다는 거예요. 교실에는 칠판만 있고 어떤 스크린이나 음향 기기나 이런 것들이 전혀 없어요. 예를 들어 음악이나 노래 수업을 할 때도 저희는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등 그렇게 수업을 진행해요.
Q. 담임교사로 근무하시면서 좋았던 점이나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요?
A. 제가 전에는 아이들 만나는 일을 하던 사람이 아닌데, 아이들이랑 지내는 게 굉장히 잘 맞고 좋더라고요. 아이들이 잘 성장하고 변화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아이들의 웃는 얼굴, 이런 것들이 큰 보람으로 다가오더라고요. 힘들기만 했던 건 없는 것 같고 앞서 말했던 것처럼 교과서, 커리큘럼이 없어 교사의 몫이 상당히 크다는 점에서 아무래도 업무량이 많을 수밖에 없으니 그 부분이 힘들긴 했지만 저 또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었던 건 확실하다고 여기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