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하게 고른 재료와 손맛으로 완성된 ‘진진한 맛’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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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하게 고른 재료와 손맛으로 완성된 ‘진진한 맛’의 향연
  • 이정은 기자
  • 승인 2025.02.06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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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신문이 추천하는 맛집] 〈8〉 홍성읍 왕벌식당
"전 메뉴가 몽~땅 맛깔나다니께유!"
곤드레밥을 주문하면 13가지 반찬과 청국장이 나온다.

[홍주일보 홍성=이정은 기자] 이번 주 <홍주신문>은 곤드레밥, 각종 찌개와 탕, 조림 등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맛집  ‘왕벌식당(대표 김수자)’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홍성도서관에서 우주은하아파트로 오르는 언덕길 우측, 하늘색 바탕에 귀여운 왕벌 캐릭터가 그려진 간판을 찾으면 된다.

문을 열자마자 쿰쿰하고도 구수한, 침샘을 자극하는 내음이 물씬하다. 실내 가득 배인 청국장 냄새에 기자는 즉시 감응되고 만다. 그 사이사이로 ‘맛있음’의 냄새 분자가 앞다투며 떠돈다.

기자는 이번 맛집 선정을 앞두고 총 네 군데의 식당을 돌아다녔다. 왕벌식당에 들어선 건 오후 12시 30분, 이미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사람 없는 테이블에 음식 없는 접시들이 눈에 들어오고 ‘바로 여기구나’ 생각했다. 들어서기가 무섭게 첫 번째로는 후각에, 두 번째로는 시각에 의해 벌써부터 맛을 보장받는다.

이어 눈동자는 메뉴판을 살핀다. 우리는 잘 아는, 이미 여러 차례 먹어본, 그중에서도 입맛에 딱 들어맞는 메뉴일 경우 글자만 보고도 군침을 삼킨다. 아는 바가 있을 때, 이미 우리는 그것을 먹기 시작한다. 기자는 ‘곤드레밥’이란 글자를 읽는 순간 그랬다. 허공에 떠도는 맛있는 냄새, 어떤 반찬이 나왔는지 알아볼 수 없게 비어버린 접시들, 그것들은 기대감을 부추긴다.
 

왕벌식당의 대표메뉴 중 하나인 곤드레밥.

머지않아 13가지의 찬이 상 위에 내려앉는다. 모두 다 먹어본 바 있는, 눈과 입에 익숙한 반찬들이다. 다음으론 검은 뚝배기에 담긴 청국장과 곤드레밥이 나왔다. 제일 먼저 양념장을 넣지 않고 곤드레밥만을 한 숟갈 크게 떠 입 안에 넣었다. 이곳에 들어서 처음으로, 곤드레가 청국장을 이겨 먹는다.

곤드레 특유의 구스룸한 내음이 입과 코에 물큰 배이고 저절로 눈이 감긴다. 음, 하고 낮고 긴 탄식이 흐르는 동시에 ‘제대로 찾아왔구나’하는 확신이 피어오른다. 숱하게 먹어본 음식들은 앞서 말했듯 군침을 삼키게 만들지만, 그만큼 아는 맛이기에 만족에 가닿기 까다로울 수 있다.

왕벌식당의 13가지 찬은 솔직하게 말해 12가지가 맛있었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절묘하리만큼 적당하게 맞춰진, 맛 내기의 기본인 ‘간’이 딱 맞았고, 개인적으로 불호인 조미료의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깔끔하고 속임수 없이 만들어 낸 맛, 곤두세운 혀끝은 그렇게 느꼈다. 
 

청국장.

청국장 또한 먹어보면 알 것이다. 국내산 콩으로 띄운 청국장이란 것을. 밥을 슥슥 비벼 먹어도 따로 먹어도 입안에서 부드럽게 으스러지는 구수한 알갱이들이, 곤드레의 풍미와 어우러져 마치 명상이라도 하고 있는 듯 심신을 놓이게 한다. 동행자와도 맛있다는 말을 제하곤 별다른 대화 없이 그저 먹기만 했다.

만족감을 잠시 뒤로 하고 고개를 들어 메뉴판을 다시 본다. 이 정도 한 상에 가격이 1만 1000원이라니, 생각하며 하다 만 만족을 이어간다. 검은 뚝배기를 삭삭,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먹고도 모자라 뒤이어 나온 누룽지까지 빈 그릇으로 만들어 버렸다. 마치 어제부터 굶은 사람처럼 말이다. 곤드레밥 뚝배기에 둘러진 들기름도, 마지막에 나온 누룽지도 모두 마트 제품이 아니란 것을 혀가 알아챘고 정성 들여 먹을 수밖에 없었다. 

김수자 대표에게 음식 솜씨의 비결을 물었다. “저희 엄마는 손맛이 좋지 않으셨어요.(웃음) 일단 전업주부가 아니라 일을 하셔서 바빴고 엄마가 만들어 주신 게 맛이 없다 보니까(웃음) 학생 때부터 제가 만들어 먹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요리를 뭐 따로 배운 적은 없고 워낙 어릴 때부터 관심도 있었고, 시댁 제사가 1년에 12번인가 있어서 제사 음식도 많이 하고 그러다 보니 생활 속에서 익혀진 손맛인 거죠. 저는 그냥 느낌으로 해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또한 김수자 대표는 23년째 왕벌식당을 운영 중이지만, 이전에는 전업주부였으며 본인이 하고많은 장사 중 ‘음식 장사’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우리 애들이 초등학교 중학교 들어가고 그럴 땐데, 학원비라도 보탤 생각으로 막연하게 장사를 해볼까 싶어 읍내에 나가 이곳저곳 둘러보기도 하고 그랬는데요. 지인과 대화를 나누는데 식당을 해보라며 추천해 주더라고요. 솜씨가 좋으니 그걸 살려서 해보라고요. 처음엔 겁도 나고 걱정도 됐지만 애들 생각하며 용기 내 시작하게 됐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왕벌식당의 인기 메뉴는 곤드레밥과 갈치조림 그리고 계절 메뉴인 물메기탕이다. 그렇지만 거의 전부라고 해도 거짓이 아닐 만큼 모든 메뉴가 많은 손님들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수자 대표는 제주도산 갈치만을 고집하며, 인기 메뉴 중 하나인 물메기탕의 물메기도 생물을, 홍어 찌개의 홍어도 국내산을, 나물도 철마다 농사짓는 지인에게 최상품으로 들여온다고 한다. 이에 더해 조미료 대신 천연으로 만든 비법 가루를 사용하는 것 또한 이유가 되겠다.

“저는 식재료 배달도 성에 안 차서 직접 눈으로 보고 사요. 신선한 재료에서 나오는 맛이 있거든요. 작은 거든 큰 거든 저는 제 눈으로 일일이 확인하고 구입해요. 사실 갈치조림은 남는 게 별로 없지만 손님들이 워낙 좋아하셔서 계속하고 있어요. 손님들이 ‘정성이 듬뿍 들어간 게 느껴져요. 너무 맛있어요’하며 좋아하실 때, 그때 정말 많은 보람을 느끼거든요”라며 활짝 미소 지었다.

김 대표가 손님을 생각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손님의 기호에 따라 청국장을 된장찌개로, 매운탕을 맑은 지리로 탈바꿈시킨다. 선택의 폭도 다양하고 전 메뉴가 인기 메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맛이 출중하니 더할 나위 없지 않은가. 왕벌식당은 대게 오전 11시쯤부터 손님이 꽉 들어차니 예약을 하거나 기자처럼 점심시간을 살짝 빗겨 방문하길 추천한다. 
 

◆ 왕벌식당 메뉴
△곤드레밥 11000원(2인 이상 청국장 제공) △홍어찌개 15000원(2인 이상) △동태찌개 11000원(2인 이상) △우렁된장 8000원(2인 이상) △생삼겹살(200g) 15000원(2인 이상) △우럭매운탕 大 80000원 中 65000원 △물퉁뱅이 시가 △생태찌개 大 65000원 中 50000원 小 35000원 △갈치조림(제주은갈치) 大 79000원 中 59000원 小 39000원


ㆍ주소: 충남 홍성군 홍성읍 충절로 1041
ㆍ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오후 3~5시 브레이크타임), 매주 일요일 정기 휴무
ㆍ전화번호: 041-632-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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