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들이 찾는 ‘진짜 맛집’을 소개합니다!

[홍주일보 홍성=이정은 기자] 기자는 결성의 분위기를 좋아한다. 특히 매년 가을엔 빼놓지 않고 결성을 찾는다. 홍성에서 결성으로 가는 길, 차창 밖으로 물러나는 황금빛 벼들은 마음을 광휘롭게 한다. 솔숲을 이룬 야트막한 석당산엔 가녀린 꽃 수술에 노오란 꽃밥을 찔끔 달고 만개한 꽃무릇과 그 사이를 유영하듯 떠도는 검은 나비의 우아한 날갯짓이 있고, 그것들은 한 인간의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천수만은 바늘 없는 시계처럼 고요하며 위아래로 깔린 짙은 초록 더미는 쉬쉬 소리 내며 다음을 추적한다.
이 매혹에 하릴없이 결성을 찾으면서도 자못 아쉬운 점이 있다면, 끼니를 해결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결성을 찾을 때면 매번 같은 식당만을 갔다. 이러한 이유로 기자는 지난 인터뷰 때 만난 이은희 결성면장께 넌지시 사심을 밝히며 결성 맛집 몇 곳을 소개받았다.
이번 주 <홍주신문>이 추천할 맛집은 그중 한 군데이며, 기자의 기준에 부합된 곳이다. 홍성의 옛 고을이자 전통의 숨결을 간직한 결성면, 그 중심부에 기지개를 켠 듯 자리한 ‘명성식당(대표 송연숙)’은 16년째 지역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굳건히 장사를 이어오고 있다.
명성식당에서는 여름 계절 메뉴인 냉면을 포함해 총 14가지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기자는 주문에 앞서 송연숙 대표에게 인기 메뉴가 무엇인지 물었다.

“저희 집은 골고루 다 잘 나가는데 보통 두 분이 오시면 김치찌개나 부대찌개, 오삼불고기를 많이 드세요.”
추위가 버젓이 남아있는 때, 아무래도 국물이 당긴다. 김치찌개와 부대찌개를 두고 수 분간 고민한다. 돼지고기냐 햄과 소시지냐, 게다가 부대찌개는 라면 사리까지 있다. 고심 끝에 욕심을 부려본다.
“사장님 여기 부대찌개 하나 주세요.”
잠시 후 무생채, 깍두기, 멸치볶음, 두부부침, 열무김치, 진미채, 어묵볶음, 갈치조림, 나물, 느타리버섯까지 모두 10가지 반찬이 죽 깔린다. 손님은 겨울에 만난 열무김치가 반가워 미소 짓는다. 쉼 없이 젓가락질하며 하나하나 맛을 본다. 음, 하고 낮은 감격이 새어 나온다. 이어 눈꺼풀을 내리깔고 눈동자를 느리게 움직이며 오로지 맛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침잠이 동반된다. 익히 아는 맛이지만 보통을 뛰어넘을 경우, 이렇듯 특정 반응이 따라붙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재료를 파악하기 위한 무언의 움직임, 그러는 동안 바로 사리를 넣어도 좋을 만큼 먹음직스러운 부대찌개가 놓인다. 본식을 맛보기도 전에, 재차 메뉴판을 훑으며 전 메뉴가 맛있을 거라 넘겨짚는다.

명성식당의 부대찌개는 얼핏 보면 김치찌개와 흡사한, 부대찌개라기엔 조금 낯선 듯한 생김새를 하고 있다. 거침없이 자른 듯한 김치, 만두와 햄 그 사이로 콩나물 몇 가닥이 누워있다. 꽉 들어찬 재료를 비집고 두 동강 낸 사리를 조심히 밀어 넣는다.
면이 익고 각 재료가 우러나올 동안, 밑반찬에 의해 반 공기가 사라졌다. 윤기 흐르는 차진 밥과 10가지 반찬이 전부 맛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앞접시에 꼬들하게 익은 면발과 갖가지 재료 그리고 맛의 결정체인 국물을 짤람거릴 만치 담아온다. 후후, 건성으로 불고 빠르게 흡입한다. 곧장 국물을 떠먹는다. “깔끔한 맛이구먼!” 맛있음의 표현은 의식을 거치지 않고 튀어나와 버린다. 보통 부대찌개는 끓을수록 면에서 나오는 전분 탓에 농도가 걸쭉해지고, 햄과 소시지 등에서 나온 지방으로 인해 다소 느끼한 맛으로 변하게 된다. 그러나 명성식당 부대찌개의 첫인상부터 마지막까지, 한결같이 깔끔했다. 기자는 그 비결이 궁금해졌다.
“제가 음식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바로 육수예요. 모든 음식의 기본이기 때문에 육수가 맛있어야 음식이 맛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특히 육수 낼 때 공들여 신경 쓰고 있어요. 저희는 소뼈를 사용하는 육수와 멸치·코다리 머리·양파·대파·다시마 등을 넣은 채수 이렇게 두 가지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부대찌개는 기름진 재료가 들어가다 보니 담백한 채수를 사용하고, 다른 집보다 김치가 많이 들어가는 편이라 깔끔하다고 느낀 게 아닐까 싶어요.”
송 대표는 식재료를 들일 때도 발주 넣어 배달받지 않고, 재료에 따라 홍성·광천·결성 등에서 소량씩 직접 장을 보고 있다. 이에 더해 명성식당의 반찬 중엔 송 대표가 직접 구운 김이 나온다. 김이 누지기 쉬운 계절인 여름엔 김을 대신해 계란말이가 나온다. 이리도 부지런히 정성을 쏟아 붓는데, 맛이 없을 수가 없다. 16년째 지역민들에게 받아온 사랑에는 송 대표의 갖은 노력이 어려있었다.
“처음엔 정말 힘들었어요. 음식 장사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덥석 뛰어들었다가 손님들한테 혼꾸녕 나가면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부단히 노력했죠. 음식 장사가 힘에 부치고 힘들어도 손님들이 ‘어떻게 반찬이 전부 다 맛있어요~, 맛있게 잘 먹고 가요~’하고 말씀하실 때, 특히 어르신들이 오셔서 ‘아이고 애기 엄마 밥 잘 먹고 가~’하실 때 정말 큰 보람을 느껴요.”
부대찌개는 한 민족의 갈라짐 사이에 서 탄생한 최초의 퓨전 음식이다. 언뜻 한데 모여있으면 안 될 것 같은 재료의 조합처럼 보이지만 각 재료는 완벽하게 어우러져 부정할 수 없는 맛을 뽑아낸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 서러울 만치 바람 잘 날 없는 이 작은 땅에서, 이토록 조화로운 음식이 지리멸렬한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탄생했다니… 우리의 하나 됨은 여전히 요원한 일이며 역사와 음식, 이 정반대의 성질에 온 마음이 아려온다.
◆명성식당 메뉴
△닭볶음탕 50,000원 △삼겹살 15,000원 △오삼불고기 14,000원 △육개장 10,000원 △동태 10,000원 △냉면 9,000원 △순두부 9,000원 △갈치찌개 45,000원 △조기찌개 45,000원 △홍어찌개 11,000원 △아구찌개 11,000원 △부대찌개 9,000원 △김치찌개 9,000원 △된장찌개 9,000원
ㆍ주소: 충남 홍성군 결성면 구성남로 10
ㆍ영업시간: 11:00~20:30 (쉬는 시간 14:30~17:00)
ㆍ전화번호: 041-642-3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