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어반스케쳐스 홍성’

[홍주일보 홍성=이정은 기자] ‘어반스케쳐스(Urban Sketchers)’는 국제적인 비영리 조직으로 그림을 통해 소통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어반(Urban)’의 사전적 의미는 ‘도시’를 뜻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서 도시·시골·일상·여행지 등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 또한 풍경·사물, 실내·실외도 구분 짓지 않는다. 즉, 어디에서든 자유로이 그리고 소통하는 모임인 것이다.
어반스케쳐스는 지난 2007년 시애틀타임즈 기자이자 삽화가인 ‘가브리엘 캄파나리오’가 온라인 그림 공유 사이트에 ‘어반스케치 포럼’을 개설하면서 시작됐으며, 현재 전 세계 350여 개의 도시를 기반으로 한 공식 챕터와 비공식 챕터들이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는 공식적으로 총 9개 지역에서 어반스케쳐스 모임이 이뤄지고 있으며, 그 외 15개 이상의 지역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번 호에서 소개할 ‘어반스케쳐스 홍성’는 2023년 설립돼 매월 넷째 주 토요일마다 모임을 하고 있으며, 지역 내에서 열리는 축제에 참여해 ‘어반스케쳐스 홍성’에 대한 홍보와 활동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예산시장 ‘다방면 커피’에서 그림그리기에 열중하고 있는 이들을 만나, 그들의 그림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이은영(홍북읍) 씨
“‘모들’이라고 사진을 보면서 그림 그리는 모임이 있었거든요. 저는 그때부터 꾸준히 그림을 그렸었는데, 이후 자연스레 어반스케쳐스 홍성으로 이어오게 됐어요. 이렇게 그림을 그리다 보면 일상에서도 소재를 찾게 되고 관찰력이 좋아져요. 지난해엔 제주도를 다녀왔는데요. 그림을 목적으로 여행을 계획하기도 하고, 주기적으로 모임을 하다 보면 관계의 폭도 넓어져서 좋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2023년에 있었던 ‘경주 어반 페스타’가 인상적이었어요. 이런 페스타는 1년에 한 번 정도 열리는데,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참여하고, 전국에서 모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고 다양한 소통이 가능해서 좋았어요. 전 세계적으로 아시아 페스타가 열리기도 하는데, 다가올 여름에 아시아 페스타가 열리면 꼭 참여하고 싶어요.”

■ 김주성(홍북읍) 씨
“저는 어느 날 막연하게 그림을 그리고는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뭘 그릴까 고민하다가 내가 좋아하는 여행과 그림이 접목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던 찰나 어반스케쳐스 홍성을 알게 됐고, 2023년부터 모임에 들어오게 됐는데요. 오늘처럼 이렇게 모임에 나오면 점심 식사 전에 1차로, 점심 식사 후에 2차로 하루종일 그림을 그리거든요. 그날의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어서요. 제겐 이 시간이 힐링이에요. 좋아하는 걸 하며 시간을 보낸다는 것, 그 자체가 큰 의미이자 장점이죠. 저는 그림 그리는 할머니로 늙어 가고 싶어요. 먼 훗날 저의 꿈은 그림 동화책을 만들어 보는 거예요.”
■ 백은영(홍성읍) 씨
“저는 2019년도 내포신도시에서 있었던 어반 드로잉 강좌에 참여한 뒤 줄곧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어반스케쳐스 홍성이 결성된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에 들어오게 됐죠.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끼리 만나니 이 시간이 너무 즐겁고 행복해요. 내가 좋아하는 걸 하다 보니 시간을 허투루 썼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지나고 나서도 보람을 느끼게 돼요. 그렇기 때문에 계속 이어가고 있어요. 또 이렇게 모임을 하면 좋은 게, 저처럼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거예요. 내가 모르는 장소도 모임을 통해 편한 마음으로 가게 되니 너무 좋죠. 한 마디로 새로운 장소와 새로운 만남이요. 일상만 보내다 보면 이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잖아요. 예를 들면 저 같은 경우엔 ‘궁리항’을 이 모임을 통해 처음 알게 됐어요. 수도권에 살다가 2018년에 홍성에 내려왔거든요. 홍성이 바다와 가까운지조차 몰랐어요. 이후 궁리항을 종종 찾고 있어요. 갈 때마다 하늘이 다르고 가슴이 뻥- 뚫려서 너무 좋아요. 조만간 날이 따듯해지면 널은 꽃밭이나 ‘태신목장’에도 가보고 싶어요. 저는 이렇게 널따랗게 펼쳐진 풍경이 참 좋아요.”
■ 한혜영(홍성읍) 씨
“저도 어반스케쳐스 초창기 멤버인데요. 처음엔 홍북읍주민센터(신도시평생학습센터) 강좌를 통해 그림을 그리다가, 세계적인 어반스케쳐스 붐이 일면서 어반스케쳐스 홍성이 생기고, 그렇게 시작하게 됐어요. 저는 무엇보다 사람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이 커서 이 어반스케쳐스 홍성이 참 좋아요.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공통 관심사인 그림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제겐 가장 큰 장점으로 느껴져요. 그림만을 위해 모이고 각자 그림을 그린 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면, 일상에서 벗어난 느낌이 들거든요. 저는 벚꽃이 만개했을 때 갔던 ‘해미천’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흐드러지게 핀 벚나무와 꽃잎이 흩날리는 장관을 바라보며 그림도 그리고 도시락도 까먹고, 이 모임은 정말 이런 재미가 있어요. 제가 이 모임에서 느끼는 가장 큰 매력은 자유인 거 같아요.”

■ 김주영(보령시) 씨
“저는 2023년부터 어반스케쳐스 모임에 참여하고 있고, 홍성과 보령 두 지역 모임에 나가고 있어요. 어반스케치를 하시는 분들은 저처럼 본인 지역 외에도 여러 곳에 나가 소통하기도 하거든요. 저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일기를 쓰거나 사진을 찍는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단지 제 안의 것을 꺼내는 방식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그림은 어느 시공간에 놓인 나의 내면이 오롯이 담기거든요.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는 하나의 행위인 거죠. 그리는 행위는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에 대해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참 좋아요. 전에는 독서 모임을 열심히 다녔는데, 독서는 뭔가를 내 안에 집어넣는 행위라면 스케치는 반대로 내 안의 것을 끄집어내는 행위라고 여겨져요. 자신을 발산하는 행위인 거죠.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나 자신이 흐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시간을 꾸준히 갖다 보면 스스로를 좋아하게 될 줄 아는 것 같아요. 이렇게 모임을 통해 정기적으로 같은 마음과 목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하나의 소통 창구이자 ‘느슨한 연결’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연결은 사람의 본능이잖아요.”
■ 김주영 씨의 딸 김설아(보령시) 양
올해 10살이 됐다는 설아는 김주영 씨의 둘째 딸이다.
“초등학교 입학한 뒤부터 엄마 따라 그림 그리러 자주 왔어요. 저도 그림 그리는 게 너무 재밌어요. 저는 주로 색연필이랑 수채화 물감으로 그려요. 그동안 그림 그리러 갔던 장소 중에 가장 좋았던 곳은 ‘창리포구’예요. (그림 수첩을 펼쳐 창리포구에서 그렸던 그림을 보여주며) 여기예요. 제가 고양이를 좋아하는데, 고양이가 바다를 보고 있어서 그려봤어요.”

어반스케쳐스 모임에는 8가지 규칙이 존재한다. 첫째, 우리는 실내외 현장에서 직접 보고 그린다. 둘째, 우리의 드로잉은 여행지나 살고 있는 장소, 주변의 이야기를 담는다. 셋째, 우리의 드로잉은 시간과 장소의 기록이다. 넷째, 우리가 본 장면을 진실하게 그린다. 다섯째, 우리는 어떤 재료라도 사용하며 각자의 개성을 소중히 여긴다. 여섯째, 우리는 서로 격려하며 함께 그린다. 일곱째, 우리는 온라인에서 그림을 공유한다. 여덟째, 우리는 한 번에 한 장씩 그리며 세상을 보여준다. 어반스케쳐스는 이와 같은 질서 아래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이는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 그렇게 모인 ‘어반스케쳐스 홍성’ 멤버들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기자는 그들의 얼굴에서 자유와 사랑을 읽었고, 그것은 하나의 표정과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