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료 부재료 가리지 않고 모두 최상품만 고집
[홍주일보 예산=이정은 기자] 사찰에서 부처에게 공양하는 귀한 음식이었던 두부는 중국 승려들의 왕래가 활발했던 삼국시대 말에서 통일신라 시대 즈음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며, 100% 식물성에 고단백 식품으로 혈압·콜레스테롤·혈관 질환 개선 등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적합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우리나라 음식만 하더라도 국과 찌개는 물론이고 반찬으로도 놓이며 만두를 빚을 때도 들어가는 등 두부는 개성이 강하지 않아, 어느 음식에 들어가도 전체적인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영양감까지 채워주는 기특한 재료이다.
이번 주 <홍주신문>은 이러한 두부로만 메뉴판을 가득 채운 집, ‘본가두부전문점(대표 김대웅·김희경)’을 소개한다. 덕산온천지구, 스플라스 리솜 인근에 위치한 ‘본가두부전문점’은 온천 방문객의 시간에 맞춰 새벽 5시 30분부터 식사가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어둠을 가로질러 덩그러니 불 밝힌 주방, 복사안개 같은 부연 증기가 부드럽게 번지고 김 대표의 하루가 시작된다. 새벽 4시, 재료 손질부터 시작해 육수를 우리고 두부를 만들고 겉절이를 버무리는 동안, 주방의 시계는 숨 가쁘게 움직인다.
하루치만 준비해 당일 소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김 대표 부부는 “좋은 재료로 꾸준하게 오래 가자는 마인드로 장사하고 있다”고 말한다. 맛 내기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소금’은 간수가 빠지게끔 2~3년가량 묵혔다 사용하는 것은 기본, 김치에 들어가는 젓갈은 마트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는 ‘가리비젓’을 사용한다.

기자는 두부를 만들어 본 경험도 없을뿐더러 두부 만드는 과정 또한 지켜본 적이 없기에 김 대표 부부에게 두부의 생산 과정에 대해 질문했다.
“일단 불린 콩을 갈아요. 그걸 면 보자기에 넣고 저으면 윗부분엔 비지로 불리는 콩 찌꺼기가 남게 되고 아래로는 콩물이 내려오죠. 다음으로는 적정 온도의 콩물에 간수를 넣어요. 그럼 점차 덩어리가 생기고 이게 바로 순두부예요. 이 덩어리를 판에 넣고 누르면 두부가 되는 거고요.”
본가두부전문점은 파주 ‘장단콩’과 천연 바닷물 간수를 사용해 두부를 만들고 있다. 장단콩은 우리나라 최초의 콩 장려품종으로 선정됐으며, 맛과 영양이 다른 지역 콩보다 풍부하고 우수하다 알려져 있다.
김 대표 부부는 “5분이라도 이르면 두부가 딱딱해지고 반대로 지체될 경우엔 두부가 뭉쳐지지 않기 때문에 두부를 만듦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과 온도, 간수를 사용하는 노하우”라며 “초창기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거듭 반복한 결과, 이로부터 터득한 감각으로 완벽한 질감과 모양을 갖춘 두부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2018년 7월 28일 문을 연 본가두부전문점은 평소 두부를 워낙 좋아하던 김대웅 대표의 열정으로부터 시작됐다.
“저는 대략 20~30년 전부터 두부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 무렵 처음으로 파주 장단콩으로 두부를 만들어 보기도 했고요.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도 어떤 콩을 쓰냐에 따라 맛을 좌우하거든요. 그리고 제가 애주가라서 해장하러 전주 화심까지 순두부를 먹으러 다니기도 해요.”
본가두부전문점의 시작에는 비교적 단출한 4개의 메뉴밖에 없었으나, 현재는 계절 메뉴인 물냉면·비빔냉면·콩국수를 제외하고도 15개의 메뉴가 준비돼 있다. 기자는 이중 매생이 순두부와 순대 순두부, 버섯고기 순두부, 명품수제왕돈가스까지 총 4가지 메뉴를 맛보았고, 개인적으로 평균을 웃도는 맛이라 느껴졌다.
먼저 국물이 있는 메뉴에 공통으로 사용되는 육수에 대해 말해보자면, 바지락과 황태·채소 등을 넣고 끓인 육수가 사용되고, 김 대표 부부는 이 육수에 대해 여러 차례 시도하면서 연구해 만든 비법 육수라고 말했다.
본가두부전문점의 음식은 아무래도 두부가 주인공이다 보니 부드러운 식감과 담백한 맛이 모든 메뉴에 깔려있다. 이를 전제로 매생이 순두부에서는 깨끗한 바다가 연상되고, 순대 순두부에서는 감칠맛이 폭발하며, 버섯고기 순두부에서는 고소한 맛이 극대화됐다가, 명품수제왕돈가스에서는 타 음식점의 돈가스에 비해 느끼함이 확연히 적음을 느끼게 된다. 기자는 김 대표 부부에게 맛의 비결을 물었고, 특히 돈가스의 조리 과정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돈가스는 고기 망치에 두들겨진 돼지고기가 밀가루-달걀물-빵가루 순으로 옷을 입고 기름에 튀겨지게 되는 것이 보통인데, 본가두부전문점의 돈가스는 밀가루와 달걀물이 과감히 생략된 자리에 특별 비법인 ‘무엇’으로 고기를 적신 뒤 젖은 빵가루를 입혀 튀긴다는 것이다.

이어 돈가스에 뿌려지는 소스에는 음식점의 정체성을 드러내듯 두부가 들어간다는 것 또한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기자는 잡내 없이 고소하고 먹는 내내 입안 전체를 감칠맛으로 지배하면서도, 뚝배기를 기울여 끝을 볼 때까지 느글거리지 않았던 ‘순대 순두부’를 추천한다.
본가두부전문점은 대표 김치인 겉절이와 깍두기는 오천항에서 만들어진 가리비젓을 사용해 담그고 있으며, 배추와 무는 홍성에서, 또 다른 밑반찬인 오징어젓갈은 논산 강경 토굴 제품을 사용하는 등 기본으로 나오는 밑반찬에도 최상품만을 들이고 있다.
“저희는 재료 선별할 때 좋다는 거 다 써보고 각지에서 들여오고 있어요. 제일 맛 좋다는 파주 장단콩을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어디 또 좋은 콩 없나 보러 다니기도 하고요. 굴과 바지락은 통영에서, 매생이는 여수 것을, 순대 순두부에 들어가는 곱창은 서산에서 가져오고요.”
비릿한 풋내를 풍기며 갈린 콩은 바닷물을 만나 어설프게 또는 네모반듯하게 모양을 갖추고 두부라는 새 이름을 얻는다. 그러곤 사람의 입 속에서 힘없이 무너져 내리며 고소함을 퍼트리고 다시금 형태를 잃는다. 없다가도 있고 있다가도 없는 것이, 하는 수 없이 모양을 바꿔야만 하는 것이, 마치 인생의 굴레처럼 느껴진다. 뭉근하게 끓는 콩물 속에서 한 방향으로 계속해 저어지는 주걱을 보면서, 이상하게도 노 젓는 어부가 떠오르는 건 무슨 까닭일까.
◆본가두부전문점 메뉴
△굴 순두부 13,000원 △굴 매생이순두부 13,000원 △바지락 순두부 11,000원 △매생이 순두부 11,000원 △버섯고기 순두부 11,000원 △순대순두부 11,000원 △명품수제왕돈가스 11,000원 △만두 7,000원 △두부김치 16,000원 △부침두부 16,000원 △초당두부 10,000원 △소고기 두부전골 小 27,000원 中 37,000원 大 47,000원 △두부탕수육 中 25,000원 大35,000원 △두부+수육 45,000원 △두부+오리훈제 45,000원
ㆍ주소: 충남 예산군 덕산면 덕산온천로 318
ㆍ영업시간: 오전 5시 30분~ 오후 9시 (매달 1, 3번째 화요일 정기 휴무)
ㆍ전화번호: 041-337-83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