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아세요? ‘미치다’의 반대말은 ‘못 미치다’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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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아세요? ‘미치다’의 반대말은 ‘못 미치다’예요
  • 이정은 기자
  • 승인 2025.03.20 08:45
  • 호수 882호 (2025년 03월 20일)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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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지역 각양각색 문화예술인
⑤내포사랑예술단 풍경소리 김동남 단장
김동남 단장이 발탈을 손에 들고 웃고 있다.

[홍주일보 홍성=이정은 기자] 김동남 단장은 지역문화예술의 발전과 숨은 예인 발굴, 문화예술 소외 지역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2010년 ‘내포사랑예술단 풍경소리’를 창립했다. 

김 단장을 필두로 한 20명의 풍경소리 단원들은 홍성지역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그중 2021년부터 시작된 ‘전통시장 부보상 행렬 재현 및 마당놀이 한마당’은 △홍성·광천·갈산전통시장 △(사)대한노인회 홍성군지회 △홍성군노인종합복지관 △홍성군6차산업협동조합 △코레일 홍성역 △임득의장군 추모사업회 △전통문화연구소 해일 등과 업무협약을 맺어 매년 성황리에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서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부보상’은 부상(등짐장수)과 보상(봇짐장수)을 총칭하는 명칭이며, 흔히 ‘보부상’으로 쓰이고 있지만 이는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에서 우리 민족의 역사를 왜곡하기 위해 의도된 책략으로 ‘부보상’이 정확한 명칭이다.

또 한 가지, 부보상 행렬에는 가마니를 짊어진 지게꾼이 한 명 등장하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이 ‘가마니’는 우리나라의 곡식을 수탈해 가기 위한 목적으로 보급된 일본식 자루이며, 우리나라 고유의 곡식을 담는 자루는 이보다 덜 촘촘한 ‘섬’이다. 즉, 가마니는 일제강점기로부터 태어난 우리의 아픈 역사를 상징한다. 

“저희 풍경소리는 홍성의 문화가 발전될 수 있다면, 이라는 가정하에 어떤 물음표나 느낌표를 던져 놓고 계속해 나아갑니다.”
 

홍성전통시장에서 펼쳐진 공연, 홍성역사인물이 소개되고 있다.

김동남 단장은 공연의 등장인물 역할뿐만 아니라 기획·연출·진행 또한 담당하고 있다. 김 단장의 기획으로 구성된 부보상 마당극 ‘장타령’ 속에는 홍성 12경과 홍성역사인물을 소개하고 홍성군 특산물인 한우, 한돈, 토굴 새우젓, 광천김 등 다양한 먹거리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저는 사물놀이를 하다가 이후 ‘발탈’이라는 걸 하게 됐어요.”

김 단장은 1993년 이광수 명인과 함께 (사)민족음악원을 설립해 수석 단원이자 사무국장으로
활동했으며, 2004년에는 故 박해일 명인으로부터 ‘발탈’을 이수받았다. 

“제가 사물놀이를 조금 할 줄 알아서 90년대 초에 홍주성 근처에서 공연을 하게 됐는데요. 그때 거기에서 장사익 선생님을 만났어요. 장사익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태평소를 배우게 되면서 사물놀이의 역사를 알게 됐고, 그 흐름을 타고 이광수 선생님을 만나게 되면서 민족음악원을 창단하게 됐죠.”

김 단장은 운명처럼 닿게 된 두 인연을 계기로 전통음악세계에 본격적으로 빠져들게 됐으며, 이는 결국 필연으로 매듭지어진다.
 

홍북노인대학에서 발탈 재담이 진행 중이다.

“사물놀이·풍물놀이는 기쁜 일이 있을 때나 슬픈 일이 있을 때나 우리 민족의 세계를 대변했어요. 우리의 DNA, 우리의 심지에는 사물놀이의 장단과 호흡이 들어있어요. 민족음악원 팀으로 활동할 땐 정말이지 눈코 뜰 새 없이 돌아다녔어요. 국악한마당, 국경일 행사, 열린음악회 기타 쇼 프로그램 뭐 말하자면 끝이 없어요.”

김 단장의 열의는 나날이 성장하며 2004년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창작무용과에서 강사로, 2005년부터는 지역 내 여러 학교에서 사물놀이 강사로 활동했으며, 이후 2010년 ‘내포사랑예술단 풍경소리’가 시작된다.
 

광천시장에서의 행렬, 김 단장이 태평소를 불며 앞장서고 있다.

“풍경소리는 그동안 공연을 해오면서 느꼈던 어떤 한계를 넘어보고자 꾸리게 됐어요. 반복되는 정해진 레퍼토리를 다르게 시도해 보고 싶었고, 숨은 예술인들을 발굴하고 그분들과 함께 봉사활동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크기가 다른 두 개의 발탈.

‘발탈’이란 발(신체)을 이용해 조종되는 구조의 인형 배우와 인간 배우가 함께 등장하는 재담(익살과 재치를 부리며 재미있게 이야기함)을 중심으로 연행하는 전통예술이다. 

김 단장은 발탈 이수자로서 기존의 대본에서 벗어나 홍성의 역사와 문화 등을 담아 재구성한 재담을 통해 우리 지역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발탈은 원래 정해진 대본이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똑같이 하면 동네가 다르기 때문에 관객들이 별로 관심이 없단 말이에요. 그래서 우리 지역의 이야기를 넣는 작업을 한 거예요. 예를 들면 ‘이 사람아, 광천 토굴 새우젓이 말이여~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된 거 아녀~ 그것도 물렀나!’하면서 우리 지역의 정보를 재밌게 알리는 거죠.”

인터뷰 내내 김 단장의 표정과 어투는 일관되게 유쾌했다. “제가 많은 분을 만나 뵌 건 아니지만, 전통음악과 전통춤을 하시는 분들의 공통점이요… 뭔가… 좋은 쪽으로 미쳐있다는 느낌이 있어요. 오로지 거기에만 완벽하게 몰두돼 있는 거요”라는 기자의 말에, 김 단장은 “예. 맞습니다. 그거 있잖아요. 미쳤다는 게 정신이 미쳤다는 게 아니고요. 어느 지점에 ‘도달했는가’의 미쳤다예요. 그래서 미쳤다의 반대말은 ‘도달하지 못했다’. 즉, 못 미쳤다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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