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함 ZERO! 이색적인 맛으로의 초대

[홍주일보 홍성=이정은 기자] 부채 모양으로 펼쳐진 내포신도시의 먹거리 밀집 지역, 이곳에서 체인점을 거르면 과연 몇 개의 식당이 남을까?
평소와는 다른 맛이 당기던 어느 날, 호평으로 떠들썩한 리뷰를 확인하고 찾게 된 ‘홍주소반(대표 이기훈)’은 기자를 포함한 4명의 인원이 각기 다른 메뉴를 선택했음에도 전 메뉴가 평균 이상의 맛을 갖추고 있었기에 이번호 <홍주신문>이 추천하는 맛집으로 선정하게 됐다.
‘홍주소반’의 메뉴는 크게 파스타와 리조또, 덮밥, 뇨끼, 오므라이스 등이 있으며, 그 맛은 이탈리아 요리를 기반으로 한식·중식·일식이 끼얹어진 퓨전 스타일이다.
테이블마다 설치된 기계로 주문을 마치고 가게 안을 둘러본다. 늪지대 혹은 우림지를 연상시키는 짙은 초록색 타일과 소파 그리고 한쪽 벽면에 붉은 한자가 적힌 읽을 수 없는 팻말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들 사이로 유유히 왕가위 감독의 영화 OST가 이어진다.
홍콩? 하고 생각하는데 서빙 로봇이 다가온다. 접시를 테이블로 옮기고 자연스레 핸드폰을 손에 든다. 맛집 기사를 염두하고 찾은 게 아님에도, 생김새 자체가 ‘찍힐 음식’인 것이다.
특히 기자가 주문한 ‘페퍼로니사천파스타(맵기 선택:기본)’는 다른 메뉴들보다 유독 담음새가 예쁘면서도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식욕을 자극하는 색감에 군침 고이는 냄새까지 더해지니, 어쩔 도리 없이 맛있음을 예상하고 만다. 포크를 들어 대충 휘젓고 서둘러 맛을 본다. 역시, 맛있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아무래도 향신료의 맛이다. 뒤이어 해산물과 페퍼로니 그리고 알맞게 익은 스파게티 면이 조화롭게 뒤섞이며 각자의 존재를 알린다. 다소 묽은 농도에 자작하게 담긴 토마토소스는 마치 햇살처럼 온갖 것에 스며들어 신선하면서도 달착지근한 맛으로써 각 재료를 뒷받침한다. 천천히 음미하고 빠르게 분석한다. 그러면서도 자꾸만, 시선은 다른 이의 접시로 향한다.

‘트러플크림풍기파스타’는 후각을 건드려 시각을 이끈다. 트러플(송로버섯) 향에 인도돼 “맛있어요?”하고 묻는다. 사실 이 물음은 “저 한 입만 먹어봐도 돼요?”와 같다. 그렇게 맛을 본다. 트러플이 입에서 코로 솟아오른다. 찰싹찰싹, 소리 내며 산산한 물거품을 만드는 파도처럼, 그렇게 내음을 펼쳐내는 바다처럼. 트러플 향을 진진하게 머금은 소스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되직한 농도의 크림소스보단 혓바닥에 얇은 막을 한 겹 씌우는 듯한 질감으로, 마치 베일을 얹고 있어 정체가 묘연한 어떤 인물을 연상케 한다.
평소 기자는 파스타를 포함한 그 어떠한 메뉴에서도 크림소스를 선호하지 않는다. 먹을수록 느끼해져 도저히 끝을 볼 수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홍주소반의 트러플크림풍기파스타는 맵기 선택이 가능하며, 가니쉬로 올라간 새싹 덕분에 느끼함이 확연히 덜해 이내 삭삭 비워낼 수 있었다.
이기훈 대표에게 홍주소반의 정체성에 대해 물었다.
“매장의 분위기와 음식의 맛 기타 모든 것에 제 취향과 방향성이 담겼다고 생각해요. 내포신도시에 내려와 장사를 시작하기 전까지 저는 서울 해방촌에 거주하며 저희 가게와 유사한 분위기의 장소를 많이 다녔어요. 워낙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거든요. 메뉴들 또한 제 입맛에서 비롯된 것들이라고 할 수 있죠.”
이 대표는 요식업계 11년 차 경력자로 지난 2023년 5월 ‘홍주소반’을 창업했으며, 이전에는 ‘빠레뜨한남’ 본점에 근무하며 가맹점 개업을 돕는 업무를 담당해 왔다.
“저는 고향이 홍성이긴 한데요. 내포신도시는 제가 빠레뜨한남 본점에서 일하던 당시, 내포신도시점 개업을 위해 왔을 때가 처음이었어요. 서울에서 일할 땐 막연하게 나중에 내 가게를 차려야겠단 생각만 하다가, 내포에 내려와 보고 마음이 확고해졌어요. ‘여기에 차리면 괜찮을 것 같다’하고요.”

이 대표는 홍성에서 구할 수 없는 향신료를 제외한 농·수산물이나 채소류는 내포신도시의 우리마트와 제일마트에서 직접 장을 보고 있다.
“저는 음식을 만들 때 맛과 위생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손님들이 찾으셨을 때 언제든 한결같은 맛을 느끼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아시아 퓨전 스타일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탈리아 요리를 베이스로 여러 동양 재료를 넣어보면서 서로 조화되면 개발로 이어가고 있어요. 예를 들어 ‘화이트라구깍두기파스타’가 그래요. 이탈리아의 라구(ragu)소스에 우리나라 김치인 깍두기를 넣어봤고, 맛이 제법 괜찮아 개발하게 된 거예요. 이런 식으로 처음엔 큰 틀만 잡아놓고 동양의 어울릴 법한 재료를 추가해 보고 예상만큼 괜찮은 맛이 나오면 본격적인 개발로 이어지는 거죠.”
홍주소반의 메뉴에는 바질, 오레가노, 파슬리, 넛맥 등 주로 이탈리아 음식에 사용되는 다양한 향신료가 사용되고 있으나, 중국과 홍콩, 베트남 등지에서 많이 사용되는 고수는 찾아볼 수 없어 기자는 이에 대해 질문했다.
“고수의 경우 다른 향신료에 비해 호불호가 극명해 아직까진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요. 추후 새로운 메뉴에 고수를 선택할 수 있게끔 만들 수도 있어요. 고려 중이에요. 이외에도 꾸준히 메뉴를 개발할 계획이에요. 현재는 볶음밥을 좀 색다르게 해보려고 시도하고 있어요.”
이어 기자는 ‘음식 장사’의 현실적 희비에 대해 물었다.
“경험상 대부분의 가맹점들이 이 정도 규모의 업장을 꾸렸기에 비슷한 규모로 시작했는데, 주방일을 혼자 하다 보니 가끔 힘에 부치곤 해요. 그래도 손님들께서 맛있게 먹었다고 말씀해 주실 때 엄청나게 보람되죠. 프렌차이즈가 아니다 보니까 직접 다 준비하고 만들기 때문에 맛에 대한 좋은 평을 들었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아요. 또 주기적으로 오시는 단골 분들을 뵐 때, 그럴 때 장사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곧 개업 4년 차에 접어드는 홍주소반은 전국의 소외된 독거노인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무료 급식을 제공하는 단체인 ‘사단법인 한국나눔연맹 전국천사무료급식소’를 통해 2년가량 선행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동안 기자는 홍주소반에서 총 6개의 메뉴를 맛보았고, 앞서 설명한 페퍼로니사천파스타와 트러플크림풍기파스타를 포함해 ‘쉬림프로제깍두기리조또’ 또한 추천한다.
◆홍주소반 메뉴
△통다리투움바리조또 15,800원 △페퍼로니사천파스타 15,800원 △트러플크림풍기파스타 15,800원 △비프칠리마요샐러드파스타 15,800원 △화이트라구깍두기파스타 16,800원 △타르타르육회파스타 15,800원 △쉬림프로제깍두기리조또 14,800원 △토마토치즈제육덮밥 11,800원 △떡갈비토마토뇨끼 15,800원 △고추잡채파스타 13,800원 △나폴리탄 13,800원 △오므라이스 12,800원 △한우대창덮밥 14,800원 △소고기볶음덮밥 9,800원
ㆍ주소: 충남 홍성군 홍북읍 청사로150번길 19-11 서림빌딩 102호
ㆍ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9시까지(라스트오더 오후 8시 30분), 매주 월요일 휴무
ㆍ전화번호: 0507-1401-1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