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새는 수장고? ‘작품 위협’, 보수했지만 ‘재발 가능성’ 여전
현장 둘러본 군의원들 “문제점 투성”, 한입으로 우려 목소리
[홍주일보 홍성=오동연 기자] 고암 이응노 화백의 예술세계 연구와 연구자료에 대한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홍성군이 25억 원을 들여 건립한 이응노 학술연구소(고암 학술연구소)의 작품 보관 시설인 수장고의 누수 발생 가능성이 있어 우려 섞인 목소리와 질타가 끊이지 않으며 군 관계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교육장, 회의실 구축은 물론 고암의 유작품 보관을 위한 수장고 확충 등 다목적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건립된 고암 학술연구소는 군비 20억 원, 도비 5억 원 등 총사업비 25억 원이 투입돼 지난 2022년 12월 착공해 이듬해인 2023년 12월에 준공됐다.
수장고(收藏庫)는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소장 중인 작품을 보존, 유지, 관리하기 위해 만든 보관시설이다. 작품의 보전을 가장 우선되는 기능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온도와 습도 유지, 내진 설계 등이 중요하다.
하지만 고암의 작품 등을 보관할 수장고에서 누수가 발생하는 등 크고 작은 수십 건의 각종 하자가 발생해 지난해 홍성군의회 군정질문에서 의원들의 강한 지적을 받았고,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는 지난 19일 진행된 주요사업장 방문 현장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열린 홍성군의회 군정질문에서 당시 이정희 의원은 “이응노 학술연구실은 초기 설계부터 부실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장고는 온도와 습기 유지, 내진 설계 등이 매우 중요한데 지하에 수장고를 만들었고, 심지어 누수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언제까지 예측하지 못한 강우량 핑계로 공사 하자를 덮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다른 시설도 아닌 작품 보관 시설인 수장고이기 때문에 준공 공사 시 철저하게 확인했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었다.
당시 이 의원에 따르면, 건축 하자 해결을 위해 실시한 관계기관 회의자료에는 1층 외부부터 건물 전체에 대한 총 61건의 하자에 대한 보수 계획이 담겨있었다.
현장방문서 의원들 ‘우려 목소리’
재발할 가능성 여전히 남아있어
홍성군의회는 지난 19일 제311회 임시회 주요사업장 현장방문 일정에서 홍북읍 중계리에 위치한 이응노 학술연구소를 찾아 현장을 살피며, 지난해 군정질문에서 지적됐던 사항들이 개선됐는지 점검했다.
이날 홍성군 문화관광과의 설명에 따르면, 홍성군은 지난해 8월부터 수장고 누수 등 하자 보수공사를 했고, 11월 건축물 사용승인을 완료했다. 올해 3월부터 6월까지는 진입로 흙 콘크리트 포장, 수장고 입구 우수관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7월부터는 상설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외부 사면 보강과 수장고 내부 비품 구입 등을 위한 추경 예산을 편성해 내년 1월부터는 기념관 소장품을 순차적으로 이동한다는 계획이다.
군 문화관광과 문화예술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시공업체들과 회의를 하고 현장을 둘러봤으며 문제가 된 부분 총 61건이 거의 하자보수 처리가 됐으나 화장실 BF인증 건이 남아있어, 4월부터 6월까지 기능보강을 할 예정이며, 추가적으로 필요한 예산은 추경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수장고 누수 문제와 관련해서 고은실 문화예술팀장은 “수장고 보수 공사 후 누수가 발생하지는 않고 있다”면서 “계속 누수가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장을 둘러본 군의원들은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수장고 보수공사 후 누수가 발생하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 군의 설명이지만, 장마철 폭우 시 누수가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수장고 배수로·외벽 마감처리 미흡
건물 뒤편 ‘사면 토사 노출’ 지적도
이정희 의원은 “누수와 수로 문제를 지적해왔고 사면 토사 문제도 있다”면서 “시급성에 따라 예산을 배정할 것”을 당부했다. 이 의원은 △건물 뒤쪽 사면의 흙이 노출돼 있어 장마 시 토사가 흘러내려 배수로를 막을 수 있다는 점 △건물 외벽의 마감처리가 제대로 안 돼 있다는 점 △수장고를 지하에 조성해 놓은 점 △호우 시 수장고 쪽 바닥으로 물이 들어갈 수 있는 점 △수장고 안쪽 문이 두꺼운 문으로 교체되지 않은 점 등에 대해서 지적했다.
장재석 의원은 “전체적으로 문제가 많아 보인다”면서 건물 외벽과 바닥의 경계석이 없는 문제, 수장고 인근 배수로가 미흡한 문제 등을 지적했다.
김덕배 의장 역시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어 염려스럽다”며 “외벽에 물이 다 들어갈 수 있어 실리콘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문병오 의원은 “행정사무감사 때 집중적으로 다루겠다”고 예고하면서 “이 상태로는 건물로 물이 찰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의원들도 건물 외벽 등 마감공사가 제대로 안된 점을 지적하며, 한 목소리로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고은실 문화예술팀장은 “이번 현장 방문에서 군의원 지적사항에 대해 조치를 할 것”이라며 “하자에 대한 부분은 업체에 보수 요청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정희 의원은 “수장고를 지하에 놓은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고, 현재로선 비가 와봐야 누수 문제가 해결됐는지도 알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수장고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고, 총체적 난국인데 어떻게 해결할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김태기 군 문화관광과장은 “올 상반기 안에 회의를 소집해서 관련 분야별 시공업자들에게 문제점을 강력하게 전하고 보수할 것”이라며 “하자보수 기간이 있는 만큼, 최대한 군비 추가 투입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