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부터 안주까지, 홍성서 맛보는 전라도 손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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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부터 안주까지, 홍성서 맛보는 전라도 손맛
  • 이정은 기자
  • 승인 2025.05.22 07:35
  • 호수 891호 (2025년 05월 22일)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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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식사·배달 주문, 모두 가능
적절한 간에 부드러우면서도 꼬들한 속살과 껍질까지 바삭하게 익은 영광보리굴비.

[홍주일보 홍성=이정은 기자] 이번호 <홍주신문>은 우주은하아파트가 솟은 마구형사거리에 야트막이 자리한 ‘바닷바람(대표 신백용·김성주)’을 소개한다. 

기자는 약간 당황하고 말았다. 생선구이 집인 줄 알고 방문한 식당 내부 한쪽 벽면엔 거의 빼곡하다 싶게 이런저런 메뉴가, 대략 25가지 정도의 메뉴가 나열돼 있는 게 아닌가. 죄다 맛있는 것들 중 대체 무엇을 선택해야 하나, 수 분간 고민하다 ‘영광보리굴비’를 주문하고 그제야 자리에 앉았다. 

음식을 기다리며 메뉴 하나하나를 제대로 살펴본다. ‘아, 저걸 시킬 걸 그랬나. 아니 아니, 저것도 맛있는데.’ 기회비용은 유혹의 옷을 껴입고 불쑥 끼어든다. 

아니다, 냄새는 생선구이 집이 맞다. 메뉴판에서 시선을 떨구니 미처 치워지지 못한 테이블이 눈에 들어온다. 가시만 남아있는 접시. 그렇다, 흔적은 곧 증명이다. 제멋대로 기대하며 먹을 준비를 마친다.

아홉 가지 반찬과 먹음직스런 때깔의 보리굴비, 시원한 녹찻물 그리고 미역국이 앞에 놓인다. 공깃밥 뚜껑을 여는 짧은 찰나, 알아채고 만다. 유독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흑미밥이다. ‘아, 이걸 혼자 어떻게 다 먹지’ 기분 좋은 걱정이 따라붙는다. 이 걱정엔 음표가 달라붙어 리듬을 만든다. 아~♪ 이걸~ ♬ 혼자~ ♪ 어떻게 다 먹~지이~♬
 

‘영광보리굴비’ 한상차림. 9가지 반찬과 국, 시원한 녹찻물(유기농)이 함께 나온다.

먼저 밥 한 숟갈에 이런저런 반찬들부터 맛을 본다. 음- 짧게 느끼고 다음 반찬으로, 젓가락이 부지런하다. 슴슴한 미역국으로 이따금 목을 축이며, 반 공기가 반찬으로부터 비워진다. 멈추기 힘든 순간, 그러나 보리굴비를 발라야 한다. 테이블마다 놓인 위생 장갑을 양손에 끼고, 이번엔 손가락이 부지런하다. 급한 마음에 잔가시가 듬성듬성이다. 그러나 꼭꼭 씹어먹으면 그만이다. 일단 빨리, 멈춤을 중단하고 어서 식사를 이어가야 한다.

황급히 녹찻물에 밥을 만다. 이것 또한 급해, 제대로 풀리지 못한 덩어리진 밥 위에 보리굴비를 얹는다. 껍질까지 바삭하게 익어 가시 말곤 버릴 게 없다. 짜지도 싱겁지도 그렇다고 슴슴하지도 않은, 알맞게 짭조름한 간이다. 너무나도 흔하게 쓰여 사용이 꺼려지는 표현이지만, 정말이지 ‘밥도둑’이다. 왜냐하면…

“사장님 공깃밥 하나만 더 주세요.”
 

공깃밥 추가를 부르는 맛, 그야말로 ‘밥도둑’이다.

두 번째 공깃밥도 푸-하고 구수한 숨을 내쉰다. 보리굴비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먹고 또 먹는다. 바지 단추를 끄르고 윗도리로 덮어둔다. 행복한 과식이다.

지난 2021년 11월에 문을 연 ‘바닷바람’은 생선구이로 단출하게 시작했으나, 점차 메뉴가 늘어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이는 김성주 대표의 경험에 기인한다. 전라도 전주가 고향인 김 대표는 그간 곱창·덕자(큰 병어 요리)·감자탕·물갈비 전골·오겹살 등 여러 메뉴를 다루며 음식 장사를 해왔고, 어느덧 27년 차에 접어들었다.

“홍성에 고깃집은 많은데, 생선구이 집이 별로 없더라고요. 그래서 생선구이로 결정해 시작하게 됐어요. 그런데 손님들이 ‘고기 메뉴는 없어요?’하며 찾으시고, 술안주로도 이것저것 찾으시더라고요. 어차피 제가 다 할 줄 아는 거라 하나둘씩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됐어요. 호호호.”

김 대표는 메뉴판에 없더라도 손님이 요청한 음식을 뚝딱 만들어 냈다. 그러다 보니, 한쪽 벽면이 음식명으로 도배되다시피 변모했다. 간략함은 솜씨로 인해 사라진 것이다.

이어 김 대표에게 고향인 전주에서 오래간 장사를 해오다 홍성으로 터를 옮긴 이유에 대해 물었다.

“여기, 홍성에서는 이제 3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고향 전주에서는 정말 쉼 없이 음식 장사를 해왔어요. 그래서 그랬는지, 어느 날 갑자기 체중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몸이 심각하게 아프더라고요. 집안 어르신 중에 공무원으로 홍성에서 근무하셨던 분이 계신데, 이곳을 추천하시면서 요양도 할 겸 한번 가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홍성에 오게 됐고, 특별히 약을 먹거나 그러지도 않았는데도 홍성에서 쉬면서 몸이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대장장이의 손에 붙들린 쇠붙이처럼 온몸이 발갛게 달궈지는 주방에서, 하루의 반절이 쓰인다. 매일 12시간, 24년, 강인한 연장도 쓰이고 쓰이면 마모되는 법이다. 

김 대표는 몸이 보낸 경고에 그제야 멈춰서 2년을 쉬어갔다. 낯선 시골 홍성에 도착해 지난한 세월에서 잃고 만 자신을 돌보며 다시금 중심을 잡는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기운 차려, 솜씨 살려 ‘바닷바람’을 운영 중인 김 대표는 가장 자신 있는 음식으로 ‘조림류’를 꼽았다.

“무를 먼저 조리는 게 중요해요. 무는 미리 조리지 않으면 그 맛이 안 나거든요. 여름에는 구이가 많이 나가고, 날이 선선해지면 조림류를 많이들 드셔요. 그리고 술안주로는 묵은지 갈비찜이 제일 잘 나가요. 묵은지 갈비찜에는 2년 정도 숙성된 묵은지를 사용해요.”

김 대표는 직접 일군 밭에서 자라난 고추·가지·오이·상추·쑥갓·배추 등 유기농 채소를 애용하고 있으며, 기타 재료들은 지역 내 각종 마트와 인터넷, 산지 직송 등 재료에 따라 차이를 두며 신선도·할인가·생선 크기 등을 꼼꼼히 따져가며 장을 보고 있다. 또한 전반적으로 3~4만 원가량 오른 생선값에도 불구하고 음식값은 올리지 않으며 손님에 대한 배려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청결과 위생이 가장 기본적인 거고요. 손님께 친절해야 하는 건 음식 장사를 하는 사람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날이 더운지 추운지에 따라서도 섬세하게 신경 써야 하고요.”

그러고 보니 떠올랐다. 첫 방문, 첫 식사에서 맛도 맛이지만 굉장히 편안하게 식사를 즐겼던 것이. 거기엔 티 나지 않는 은근한 배려가 있었다. 또다시 이 집을 찾게 될 이유가 있었다.

◆바닷바람 메뉴          
△생선모둠구이 中25,000원 大35,000원 △영광보리굴비 19,000원 △박대구이 20,000원 △갈치구이 15,000원 △조기구이 12,000원 △가자미구이 15,000원 △민어 中35,000원 大50,000원 △농어구이 25,000원 △병어탕 또는 조림 15,000원 △갈치조림 15,000원 △조기매운탕 12,000원 △가자미조림 15,000원 △매운돼지갈비찜 15,000원 △묵은지갈비찜 15,000원 △묵은지갈비전골 12,000원 △매운양념미니족발 30,000원 △냉메밀소바 9,000원 △바지락탕 25,000원 △한돈두루치기 12,000원 △부산수제어묵전골 30,000원 △두루치기 두부김치 25,000원 △갑오징어볶음 또는 숙회 30,000원 △수제떡갈비 10,000원 △얼큰갑오징어 꽃게라면 10,000원 △제주은갈치한마리 中30,000원 大40,000원 △바다장어 소금구이 또는 매운양념구이 400g 35,000원 800g 60,000원


·주소: 충남 홍성군 홍성읍 충절로 1028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쉬는 시간: 오후 3시~5시 (주말 제외)
·전화번호: 041-633-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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