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김미선 사무국장에게 묻다”

[홍주일보 홍성=이정은 기자] 우리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지는 환경 문제는 무엇일까? 그리고 근원적 개선을 위해선 어떠한 방식이 필요할까? 우리의 삶은 자연 안에서 함께 이뤄지기에 ‘환경’은 끊임없이 관심 가져야 할 주제이다.
매년 6월 5일로 지정된 ‘환경의 날’을 맞아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김미선 사무국장을 만나 환경단체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10여 년간의 활동 내용을 압축해 들어봤다.
지난 2012~2014년 무렵은 홍성과 예산 지역에 농촌 환경 현안들이 집중되게 발생하던 시기였다. 또한 내포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새로이 생겨난 환경 문제들까지 더해져 이를 우려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자들이 모여, 2015년 7월 11일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이 창립됐다. 150명가량으로 시작한 창립 인원은 현재 약 250명으로 늘어났으며, 이들은 홍성·예산의 각 사무국장과 운영위원단, 상근 활동가로 나뉘어 다양한 현안을 해결해 나가고 있다.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이한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에서 그동안 가장 집중적으로, 그리고 양적으로 많이 다룬 문제는 무엇보다 산업단지와 산업폐기물 매립장이다. 김미선 사무국장은 단체가 창립되던 2015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지속되고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저희 단체가 활동을 시작했을 때 예산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들어오기로 결정된 상태였고, 갈산면 오두리 그리고 최근에는 예당일반산업단지도 있고요. 특히 고덕면에는 신소재산단, 농공단지 등 총 4개가 밀집돼 있어요. 이처럼 산업폐기물로 인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지역 주민들의 반대 운동에 연대하고 있으며, 매립장의 경우 승인 받지 못하도록 막는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예산군 대술면 궐곡리의 경우 행정심판까지 가서 승소했고, 갈산면 오두리 산업폐기물 매립장의 경우 2019년 무렵 소각장을 포함한 대규모 시설의 환경영향평가를 받으려 했는데, 워낙 반발이 심하니 사업자가 포기했어요. 석면 문제에 있어서도 피해자분들과 계속해 연대해 오고 있고요.”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경청자 겸 지원자 역할 맡아
지역민들과의 연대, 그 결과 산업폐기물 매립장 건 폐기
근원적 문제 해결, ‘인구 과밀 해소’와 ‘정책 마련’ 필요
지난 2020년에는 농촌지역 환경 문제와 관련해 주민들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제도 안에서 주민들이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지원자 역할을 하며 주민들과 결합해 활동했고, 그 결과 ‘조곡그린컴플렉스일반산업단지(예산)’ 산업폐기물 매립장 건이 폐기됐다.
나아가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에서는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제도화되고 있는 주요 사업에 관한 환경영향평가를 시민이 직접 주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또한, 공공기관과 축제장에서 쓰이는 일회용품을 모니터링하는 등 자연순환과 관련된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모니터링의 영향으로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으로 교체하는 등 차츰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하반기까지 지켜봐야죠.”
이뿐만 아니라 최근 이슈화된 파크골프장과 같이 관광 개발 사업에 의해 환경이 파괴되는 문제들에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산림 보호를 위해 문제를 제기하고 지역민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홍북읍 용산리 파크골프장의 경우 저희 단체의 10주년을 계기로 직접 현장조사를 나가기도 하고, 주민들이 의견서를 내실 때 참고해야 할 내용이나 기타 정보를 제공해 드리는 역할을 했어요.”
이어 최근 들어 연이어 설립·개장되고 있는 파크골프장에 관해 김미선 사무국장의 의견을 들어봤다.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취임한 뒤 파크골프장을 늘리겠다 공약했고, 그 일환으로 최근에 많은 파크골프장이 생겨났어요. 하천 부지를 활용한 파크골프장에 한해 말씀드리자면, 지형 특성상 수해 위험이 높기 때문에 예산 낭비의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보고 있어요. 실례로 지난해 8월 개장한 금산 골프장이 3일 만에 물에 잠겼어요. 그렇기에 하천 부지를 활용한 파크골프장 개설은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하천이 범람하는 기후 위기 시대에 맞지 않는 ‘잘못된 행정’이라고 생각해요. 용산리 파크골프장의 경우, 군유지라는 이유로 주민들이 농사짓는 땅을 빼앗아 여가시설을 조성하겠다는 건데요. 주민들의 목소리는 거의 듣지 않고 있어요. 게다가 수요 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확실한 이유 없이 파크골프장이 늘어나고 있어요. 많이… 많이 위험한 정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골프장은 환경영향평가를 받는 반면, 파크골프장은 규모가 비교적 작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도 받지 않고 군 사업으로 진행되고, 예산도 많이 들어가는데 모두를 위한 보편적 복지에 맞는 건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죠. 그리고 세금을 투입해 개발 사업을 할 땐 충분한 수요 분석 이후 주민의 목소리를 담아야 하는데 이런 부분 또한 굉장히 미흡한 게 현실이에요.”
예산이 고향인 김미선 사무국장은 2018년부터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에 합류했으며, 환경단체 활동을 하다 보니 이전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제가 예산에서 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비해 인구가 현저히 줄었어요. 아이가 태어나지 않은 지 20년이 됐다는 동네도 있을 정도로요. 이러한 현상은 기피 시설들이 생겨나기 쉬운 지역이 됐음을 뜻하거든요. ‘농촌 지역은 도시의 식민지가 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지역이 점차 수탈되고 있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요. 활동을 해오면서 지역소멸과 환경 이슈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멈추지 않고 생겨나는 수많은 환경 문제들, 이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김미선 사무국장은 답한다.
“저는 공동체가 파괴되면서 환경 이슈가 극심해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환경 문제의 뿌리, 그 근원엔 도시 집중 현상이 있다고 봐요. 정치권은 인구가 밀집된 곳, 다수의 목소리만을 따를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니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죠.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선 지역 안에서 스스로 먹거리나 쓰레기 등을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이러한 제도가 뒷받침돼야겠죠. 예를 들어 탄소중립과 관련된 것만 따져봤을 때 텀블러 사용, 전깃불 소등, 장바구니 들고 다니기 거의 이런 것들뿐인데 기업을 대상으로 정책을 마련해야 더 큰 결과를 가져올 거란 말이죠. 결과적으론 정책 변화가 필요해요. 또, 어떠한 결정을 할 땐 ‘모두에게 유리한지’를 두고 잘 살펴봐야 하는데, 대개는 ‘나에게 유리한지’만을 고려하는 것 같아요.”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은 지난 4월 30일 주민설명회를 개최해 광천지역 ‘자연발생석면 영향조사’의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에 가장 많은 석면피해자가 발생한 광천, 그러나 결과보고서는 ‘자연발생석면 영향이 적다’로 결론지었다.
“제가 그날 화가 좀 났어요. 왜냐하면 주민설명회에 참석했던 군 환경과, 광천읍, 충남환경보건과 공무원을 비롯해 거기에 도의원까지 모두 보고서 내용에 환영 입장을 냈다는 거예요.”
이에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은 환경의 날을 맞아 ‘자연발생석면 영향조사’ 보고서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주민의 환경권보다 개발권에 집중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종합적으로 꼬집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은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