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라폰 책쓰기코칭 아카데미 대표
칼럼·독자위원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20년간 근무하고, 현재는 힐링심리학아카데미 원장으로 심리 상담과 강연, 교육 및 저술에 전념하고 있는 이현수 작가가 《당신은 언제나 괜찮다》를 올해 5월에 출간했다. 이 책은 주로 중년기 우울에 관해 언급하고 있는데, 불안 또한 중년기에 많이 겪는 감정으로, 욕심과 허세를 부리면 우울과 불안이 공통으로 따라붙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욕심과 허세를 부리는 한 불안이 사라질 수 없고, 불안은 불안을 낳아 패닉 상태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중년기 우울증을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욕심과 허세 같은 정크 파일들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굳이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지 않더라도 버티면서 그동안 살아온 삶에 살짝 업데이트만 해도 돈 절약, 에너지 절약, 시간 절약이 될 뿐 아니라, 마음고생도 훨씬 덜 하게 된다. 그간 누적된 삶의 자원이 풍부해 후회되는 것도 많지만 잘한 것도 많기에, 버틸 용기만 있다면 업데이트를 통해 힘 있게 살아갈 수 있다. 버티기가 문제 해결의 기법이 아니라, 삶의 해법이 될 때도 있다. 즉, 삶이 고되다는 것을 먼저 받아들이고 한계에 다다랐을 때 의미 있는 일에 전념하면서 버텨내면, 삶의 고비를 넘길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버티기를 잘 해낼 수 있을까? 이 작가는 말한다. “중년기를 버티는 병기가 감사다. 감사는 세상을 바라보는 필터를 교체해 ‘삶이 불충분하다’는 시각을 바꿔준다. 갖지 못한 것들 사이에서 빌빌대며 허덕이는 게 아니라, 가진 것에 만족해 ‘내 세상’ 곳곳이 충만함으로 채워져 있다는 게 새삼 눈에 띄고, 설사 잠시 비어 보여도 다른 의미가 있겠거니 하고 평온하게 기다릴 수 있는 성숙하고 담대한 시야를 갖게 해준다”고. 감사하는 순간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마음이 평화로우면 문제 해결은 시간문제다. 감사하는 사람은 우울해하지 않고, 면역력도 좋아 질병에 쉽게 걸리지 않으며, 뛰어난 성취를 보인다. 덴마크의 심리학자인 피아 칼리슨은 우울증을 치료하려면 우울증을 유발하는 생각과 ‘거리 두기’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감사가 우울 증세를 종료시키는 약이다. ‘괜찮아, 이만해서 다행이고 감사해’라는 생각은 즉시 걱정과 근심에서 거리를 두게 만든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채워지지 않는 욕심이 아니라 ‘감사’다. 용기, 끈기를 통해 결실을 보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감사는 즉시 마음을 안정시키고 생체 기제를 회복 모드로 바꿔주므로 가성비가 매우 좋다.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저자 빅터 프랭클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포로수용소에서 날마다 중노동과 극심한 배고픔에 시달리면서도 아침 해와 저녁노을을 보고 ‘세상이 어떻게 이리 아름다울 수 있지’하며 감사했고, 옮겨진 수용소에 굴뚝이 없다는 것을 알고 감사했다고 한다. 이시형 박사는 대학 시절 힘들었을 때, 고서점에서 빅터 프랭클의 이 저서를 발견하여 읽은 후 ‘아무렴 포로수용소, 거기보다 낫지 않느냐?’라며 감사했고,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의 저자 이상미 교수도 아버지의 죽음으로 상실감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우울증에 빠졌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띈 책이 《죽음의 수용소에서》였다고 한다. 우리가 아무리 힘들지라도 아우슈비츠 포로수용소보다는 나으므로, 감사하면서 살아야 할 것이다.
끝으로,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하다. 우울증이나 불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운동도 해야 한다. 운동은 기억 기관인 해마가 커지고, 뇌세포의 연결이 증가하며, 새로운 뉴런이 생성되고, 혈류 증가로 염증 발생이 억제돼 치매 예방에도 좋다.
쇼펜하우어는 “현상의 핵심인 내면을 들여다보면 누구나 똑같이 고통과 궁핍에 시달리는 가련한 희극배우에 불과하다”고 했다. 사는 동안 어느 해는 풍작을 이루고, 어느 해는 흉작을 이룰 것이다. 풍작일 때는 ‘이게 사는 거지’ 하며 기뻐하고, 흉작이면 ‘내 인생 마스터키를 만드는 데 활용해야지’라는 자세로 살면, 중년기가 생애 최고의 황금기로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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