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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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의 추억
  • 주호창 <광천노인대학장>
  • 승인 2013.07.0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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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작품인 '한 여름 밤의 꿈'에 깊이 매료된 17세의 멘델스존은 '한 여름 밤의 꿈'이란 서곡으로 그의 꿈이 실현되었다. 어느새 금년도 절반이 지나고 신나는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7월이 되지만 학생들에게 즐겁고 가벼운 여름방학이 과중한 숙제나 몇 과목의 과외와 여기저기 학원으로 더 바쁘고 힘든 방학이 되지는 않을까…. 어느 글에 "오늘날 우리는 더 높은 빌딩과 더 넓은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지만 성질은 더 급해지고 시야는 더 좁아졌다"는 말에 동감이 된다.

이제 타임머신을 타고 1950-60년대의 여름방학의 추억을 더듬어 보고자 한다. 그 당시에는 문명의 이기라고 하는 것이 우리 마을에도 어느 분이 가지고 있는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전부였다.

아침이면 조기회로 동네마다 많은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출석을 부르고 청소와 운동을 하며 잔디씨를 채취하여 누런 편지봉투에 넣어서 제출했다. 한낮에는 식물채집을 하려고 이름 모를 풀도 뜯어 책갈피에 끼워놓고 곤충채집하려고 날아다니는 잠자리와 맴-맴 울어대는 매미를 쫓아 다니며 땀을 뻘뻘 흘리기도 했다. 그리고 더위를 식히기 위해 냇가에서 온 몸에 진흙을 바르고 물장구치며 호박 줄기 따다가 물대기 시합하고 배가 고프면 마늘 몇 개와 떨어진 고무신짝, 빈 병을 가지고 아이스케키(얼음과자)를 바꾸어 먹으며 물물교환을 체험하기도 했다. 어느덧 방학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 되어서 그리기와 만들기는 자신이 없어 형에게 부탁하여 숙제를 완성해서 개학하는 날 한 보따리를 들고 등교하였다.

마침 학교가 가까운 우리는 방학 때에 잠겨 진 창문을 몰래 열고 들어가 책상을 마주 붙여 놓고 간이 탁구대를 만들어 미리 준비한 널판지 배트로 운동을 하다가 당직 선생님한테 들켜 꾸중을 듣던 일. 비록 낡은 풍금이지만 그렇게 치고 싶어 자물쇠를 이리저리 돌려서 열어놓고 도레미파솔라시도를 흥겹게 치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고 그 때 그런 행동들이 오늘의 내가 있게 만든 원동력이 될 줄이야.

그런 여름방학이 어른이 되어 아들 딸 낳아 대학생이 된 4자녀들과 마을 아이들을 불러 모아 '가정학교'라고 공부하던 추억이 새롭다. 가정도 하나의 학교로 만들고 싶어 나는 총책임자로 한자를, 아내는 간식담당, 큰딸은 영어, 둘째 딸은 수학, 셋째 딸은 피아노, 막내아들은 운동을 맡았다. 처음 시작할 때는 식순에 따라 개강식을 하고 한 달 동안의 과정을 마치는 날에는 각자 준비한 다과와 게임 등으로 즐거운 수료식을 하기도 하였다. 그런 것이 1994년도이니 어느새 20여 년 전의 추억이 되었고 사진에 나온 학생이 22명으로 요즈음 시골의 한 학급보다 많은 숫자이기도 했다.

이제는 자녀들이 결혼과 직장으로 이번 여름방학에는 나 혼자서 동네 1-2학년 꼬마들에게 한자 기초를 그리고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들에게 한자 6급 자격시험 대비를 하려고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오늘날에는 돈은 더 쓰지만 즐거움은 줄었고 집은 커졌지만 식구는 줄어들었다"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인정하면서 옛 추억에 젖어든다.

방학은 문장의 마침표가 아니고 쉼표이며 재충전으로 새 학기를 준비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한 여름에 소가 풀을 뜯고 시원한 그늘 밑에서 반추하듯이 우리의 삶도 조금은 여유롭게 반성의 기회가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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