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간지주(幢竿支柱)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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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간지주(幢竿支柱) 앞에서
  • 구재기 시인
  • 승인 2013.11.0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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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재기 시인과 함께하는 시로 찾는 ‘너른 고을 홍성’ <20>

 

어떤 생각이 없다면
너와 나 아무런 허물도 없고
법도 없다고는 하지만

나는 너 때문에,
너는 나 때문에 있는 것
내가 없으면
네가 성립하지 못하고
네가 없으면
내 또한 성립하지 못하네

이제 나의 병이 깊어졌나니
이 모두가 병이므로
너와 나를 다 버리라지만
어찌
너의 세밀함과
나의 거침을 함께하여 볼 수 있으랴

네 앞에 서면
너의 모습은 크고 넓어서
나에게는 어려움도 없고
쉬움도 함께 사라지고 만다네

주로 사찰에서 법회 따위의 의식이 있을 때 신성한 사찰의 영역임을 표시하기 위하여 깃발을 달아 두는 기둥을 '당간(支柱)'이라고 하며 그 당간을 지탱하기 위하여 세운 두 개의 받침대를 '당간지주(幢竿支柱)라고 한다. 당간지주의 형태는 시대에 따라 큰 변화는 없고 다만 각 면에 장식된 무늬와 돌을 다듬은 수법만이 시대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정도이다.
당간지주는 돌로 만든 것이 대부분인데 충남 홍성군 홍성읍 오관리 297-2에 위치한 국가지정 보물 제538호(지정일 : 1971.07.07)인 홍성동문동당간지주(洪城東門洞幢竿支柱) 또한 돌로 만들어진 고려시대 중기의 작품으로 높이 4.44m에 이른다. 이 당간지주는 홍성읍내에서 동쪽으로 흐르고 있는 월계천이 남문천과 합류되는 지점인 홍성읍 대교리 제방길 밑에 위치하고 있다. 78cm의 간격을 두고 양 지주가 동서로 상대하여 서 있다. 지주의 내면에는 아무런 조각이 없고 바깥면의 중앙부에는 단면 반원형의 2조 돌대가 세로로 새겨져 있다. 정면과 후면에는 주연에 종대를 돌출시켰고 지주의 상단은 호형(弧形 : 활모양)을 이루고 마주보는 안쪽의 상단에만 장방형의 간구를 만들었다. 간대(간짓대. 대나무로 된 긴 장대)는 1매의 장대석(長臺石: 네모지고 긴 돌)으로 중앙에 원좌가 있고 중심에 지름 32cm, 깊이 4cm의 간공이 있는데 이 자리에 당간을 놓게 되어 있다.
현재 당간지주가 위치하고 있는 주변 일대가 고려시대의 '광경사'라는 절터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서 반출된 유물로는 홍성여중 정원에 광경사지 삼층석탑과 홍성읍 내법리에 위치한 용주사에 석불좌상이 있는데, 이들은 광경사의 역사를 살펴 볼 수 있는 소중한 유물들이다. <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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