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겨울 준비를 하다보니 이제 시골집은 어떻게 겨울을 나는 건지 대충 감이 잡힌다. 난로 때기, 수도 동파 방지등 혼자 일을 해놓고 이제 이런 것도 할 줄 안다며 "내가 누군데, 나 맹다혜야~"라며 웃기도 한다. 그러면서 배우고 있는 게 많다. 상대방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방법은 내가 완전히 혼자 설 수 있을때 서로 관심을 가져주고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게 내버려두는 일이라는 것, 뭔가 나한테 부족한 걸 채워줘야 사랑이라고 생각한 애들 같은 마음에 대한 반성. 그게 식구들부터 친구, 주변 분들에게까지 번지며 전과는 다르게 사람들을 대하게 되는 것 같다. 그간 남편한테서 40대가 사는 법을 다 배웠으니 가능한 일이다. 애들 같았던 나를 이렇게 인간 만들어주고 간 우리 남편에게 너무도 감사할 뿐이다. 농사가 날 너무 괴롭히는 건 아닐까 생각도 해봤다. 그러다 가끔 블로그로 주문이 들어와 아직 하우스 안에 살아있는 애플민트를 따다보면 또 그런 것은 아니다. 올 한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왔던 희망마을 사업의 위원장이라는 것은 그만두게 되었는데 원래 마을이 좋은 평가를 받도록 올해까지만 한다고 했었고 나를 받아준 마을에 대한 보답이었고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좋았다. 위원장이라는게 집안이 안정되어 주변을 생각할 수 있을때 하는 일인데 지금의 나는 그런 정도까지는 아닌 것이다. 다만 마을의 발전이 나의 발전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으로 언제든 내가 필요한 부분에선 도울 생각이다.
여하튼 처음에 농사지으려 했을 때 마음만 생각하며 잘 정리하고 있다. 친환경 농사, 농촌에서의 소박한 삶, 젊은 사람으로서 농촌에 도움이 되는 인간이 되고자 했었는데 먼저 나하나 먹고 살자고 애쓰다보니 정반대로 가기도 했었다. 이젠 오히려 사는게 단순해졌으니 충분히 다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러고도 괜찮은데 잘만 이겨내면 앞으론 무슨 일인들 못 이겨내겠냐는 희망찬 생각으로 지내고 있으니 너무 불쌍하게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나에게 많은 감사함을 주셨던 분들 따뜻한 마음이 복이 되어서 새해에는 원하시는 일들 다 잘 되시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