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 열정으로 누에․한우 결실 일군 부부농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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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 열정으로 누에․한우 결실 일군 부부농사꾼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4.03.0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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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농]⑦ 오누이 농장


남편은 농장, 아내는 누에 농사 10년간 매일 매일 농사일지 작성
농업대학․강소농 교육 받으며 노하우  터득해가는 열정 쏟아
농장으로 시작해 누에 성공 거둬 올부턴 누에 체험농장 운영 계획

장곡면 지정리는 1900년대 초반부터 충남도내에서 5번째로 양잠이 발달했던 전통적인 누에마을이다.
누에는 청정지역에서만 기를 수 있는 동물이라 조금이라도 살충제 냄새가 나거나 도구들이 청결하지 않으면 살수가 없어 주변에 농약을 사용하는 농가가 있으면 누에를 기를 수 없는 특징이 있다.
그 만큼 장곡 지정리 누에마을은 물도 깨끗하고 공기도 맑은 ‘청정 마을’로 유명하다.
장곡 지정리의 ‘오누이 농장’(대표 김기식․조수영)은 홍성군의 대표 특산물인 홍성한우와 더불어 마을의 특산물인 누에를 함께 기르는 곳이다.
부부가 철저한 분업을 유지하며 소, 누에 두 가지 농사에서 모두 성공이란 달콤한 결실을 맺고 있기에 최근 여러 전업농가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IMF 시절에 홍성으로 내려와 남달랐던 열정과 노력으로 나름의 결실을 맺은 두 부부의 ‘농사이야기’는 규모는 작지만 강한 경쟁력을 갖춘 이른바 ‘강소농’의 한 예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아내인 조수영 씨는 매일매일 농사일지를 작성하고 각종 농업 관련 교육을 빠짐없이 찾아듣는 열성적인 학생이다. 생 초짜 농사꾼으로서 농촌에 뛰어들다보니 주먹구구식의 귀동냥으로는 한계가 있었다고 한다. 조 씨의 좌충우돌 농사일지의 시작은 약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홍성이 고향인 남편을 따라 무작정 귀향한 조 씨. IMF 위기로 도시에서의 사업을 접고 홍성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조 씨 부부의 첫 농사는 남편 김 씨의 아버지께서 주신 소 두 마리를 기르는 것에서 시작됐다.
처음부터 성공한 농사꾼은 없다는 시아버지의 가르침대로 애지중지 소 두 마리를 길렀지만 번식이 생각처럼 쉽지 않아 처음 3~4년간은 애를 먹었다고 한다.
이 때 두 부부는 소를 기르는 것을 비롯해 농사일을 보다 체계적으로 배워야겠다는 마음으로 각자 홍성군농업기술센터와 홍동에 자리한 홍성여성농업인센터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당시 논․밭농사와 축산을 겸하고 있던 남편 김 씨는 농업기술센터에서 전반적인 농업의 기초를 배웠고 조 씨는 여성농업인센터의 각종 실용교육과 가족관계 개선교육을 배우면서 농촌에서의 삶과 농업에 대해 알게 되고 노하우를 쌓게 됐다.
각종 교육과 숱한 시행착오를 통해 소의 적정한 수정시기를 터득하게 됐고 이런 경험을 발판삼아 처음 두 마리로 시작했던 남편 김 씨의 농장은 최근 한우․번식우 통틀어 110여 마리로 늘어났다. 홍성 정착 후 14년의 세월 동안 두 부부 사이에서는 3남매가 태어났고 풍년이었던 자식농사처럼 부부의 엽채류 농사도 가짓수를 하나하나 늘려가 10여 가지에 이를 정도가 됐다.
이 와중에도 부부의 공부는 계속됐다. 지난 2011년 남편 김 씨가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신활력대학에 입학해 ‘식품가공’을 전공하는가 하면 아내 조 씨는 역시 농업기술센터 강소농 육성 교육을 받으며 전문지식을 쌓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두 부부가 많은 농사일을 한꺼번에 지속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한다. 세 자녀를 양육하면서 소를 키우고 논, 밭일을 함께 하다 보니 무엇 하나 집중할 수가 없어 노동력을 쏟는 것에 비해 소득이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조 씨는 강소농 교육에서 강조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함을 절감했다. 그동안 지어왔던 밭작물의 가짓수를 줄이는 대신 마을의 특산물인 ‘양잠’을 선택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였다.
“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두 부부가 일을 할 수 있을까 같이 고민했어요. 많은 논의 끝에 남편은 축사일을 전담하고 저는 누에농사와 양육에 집중하기로 결정했죠. 양잠은 마을의 특산업이기에 접근하기가 쉬웠고 농촌에서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품종이기에 선택했어요. 지금도 남편과 철저히 분담체계를 지켜가며 일을 하고 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여성농업인도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조 씨는 3년 전 양잠을 시작할 당시 군농업기술센터 뿐만 아니라 공주시에 위치한 잠원사업소 교육까지 받으며 누에에 대한 전문지식을 쌓으려 노력했다. 또 오래전부터 누에를 길러온 마을 어르신들의 조언을 듣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조 씨의 이 같은 노력은 적지 않은 결실로 돌아왔다. 당초 마을에 묵어 있던 뽕나무 밭을 임대해 작은 규모로 시작했다가 작년 말에는 뽕나무 6000주를 새로 식재하는 등 누에농장의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6월과 9월, 두 차례 공주 잠원사업소에서 작은 누에알을 받아와 뽕나무 잎을 먹여 키운 누에는 건조기에서 바짝 말려 마른 누에로 판매되는데 뽕나무 재배 규모가 늘어난 만큼 키우는 누에양도 차츰차츰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건조누에 판매에서 나아가 건조누에를 가공해 만든 누에 분말, 누에환 같은 가공식품 생산도 계획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조 씨는 “올해부턴 본격적으로 누에와 유기농채소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농장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우리 부부의 본업이었던 축산에서 나아가 분업을 통해 각자의 농장을 운영하기 까지 많은 노력이 있었던 만큼 성과가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배우고 또 배우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 오누이 농장의 누에온실을 찾아 체험을 즐기고 있는 어린아이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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