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감]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선택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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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감]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선택을 하자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4.05.2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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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순천에는 우리나라 삼보(三寶) 사찰 중 하나인 송광사가 있다. 신라말기 처음 창건된 송광사는 고려 불교를 중흥시킨 유명한 승려인 보조국사 지눌(知訥) 스님의 원불인 목조삼존불감 등 수많은 국보와 보물들을 간직하고 있다. 이곳에 있는 지눌스님의 부도는 그곳에 적혀있는 ‘우행호시(牛行虎視)’라는 단어 때문에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호랑이처럼 사물을 꿰뚫어 보고 소처럼 신중하게 행동하라’는 이 말은 현재의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항상 예리하고 날카로운 눈으로 사물을 꿰뚫어 보고 일을 결정하고 처리할 때는 신중하게 행하라는 말은 빨리 빨리와 단순함에 젖어가는 현대사회에 던져주는 삶의 지침과도 같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개인의 진로나 가정사 뿐만아니라 국가적인 문제 등으로 많은 선택을 요구 받게 된다. 처해진 갈림길에서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생과 삶이 좌우된다. 특히 민주주의의 기본인 선거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한 사람의 유권자가 어떻게 한 표를 행사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명운이 뒤바뀌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한 표로 인해 희비가 엇갈린 사례는 많다. 1645년 대영제국은 찬반을 묻는 투표에서 한 표 차로 올리버 크롬웰에게 통치권을 부여했다. 크롬웰은 통치권을 부여받자 아일랜드를 점령해 2000명을 학살하고 군대를 동원해 의회를 해산시키는 등 폭정을 서슴지 않았다. 영국민들은 한 표 때문에 5년간 철권통치 아래 암울한 시기를 감내해야 했다. 1923년 독일에서 실시된 나치당 당수 선출에서는 한 표 차이로 아돌프 히틀러가 당선됐다. 히틀러는 11년 후 총통에 올랐고 5000만명의 희생자를 낸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한 표가 지구촌 모두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셈이다.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은 하원의원 투표에서 테네시주 클레아본 의원이 던진 한 표로 아론 버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고 앤드류 존슨 대통령도 한 표 덕분에 탄핵 소추를 면할 수 있었다. 유권자가 행사한 한 표에 개인과 국가, 세계의 명운이 달려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제 13일 후면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오늘(22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지방선거는 우리 지역을 발전시키고 순항의 길로 인도할 선장과 리더를 뽑는 신성한 주권 행사의 장이다. 비록 한달전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충격파로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지 못하고 유권자들의 관심도를 체감하기도 쉽지 않지만 지방선거는 4년마다 반드시 치러야 하는 중요한 정치 행위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그 어느 때 보다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필요하다.
한 번의 선택에 좁게는 향후 4년 동안의 지역 발전과 주민들의 삶의 질이 달려 있다. 멀리 바라보면 홍주 1000년을 앞두고 있는 홍성의 미래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후보자들의 자질과 정책, 공약 등을 세심하게 따져보고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함은 당연지사다. 혈연, 지연, 학연 등에 얽매어 소중한 권리를 날려버리는 우매함은 이번 선거에서는 사라져야 하는 것 중에 하나다. 단순하고 경솔하게 한 표를 던졌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냉철하고 명석한 판단만이 옥석을 가릴 수 있다.
유권자들은 반드시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투표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권리이자 의사표시의 수단이다. 자신에게 부여된 주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역 구성원으로서의 자격을 포기하는 것이고 지역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주권을 포기한 사람에게는 그 결과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주어진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지도 않고 뒤에서 결과를 따진다는 것은 민주 시민에게는 있을 수 없는 비겁한 행동일 뿐이다.
선거는 투표로 판가름된다. 어떤 후보자를 리더로 선출할 것인가는 우리의 한 표에 달려 있다. 호랑이의 매서운 눈으로 후보자들을 검증하고 소처럼 신중한 자세로 투표에 임한다면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당당하게 행사한 내 한 표가 분명 홍성의 미래를 바꿔 놓을 것이다. 그게 바로 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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