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암 마애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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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암 마애불
  • 구재기 시인
  • 승인 2014.06.0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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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재기 시인과 함께하는 시로 찾는 ‘너른 고을 홍성’ <48>

 


슬픈 일이사
구절양장의 굽이를 넘어서야
극에 이르는 것, 비로소
세상 언저리의
작은 이야기들을 하고 싶을 뿐,
높고 낮은 것은
서로 기울어지고
어렵고 쉬운 것이
서로 어울려지고 나면
세상은 살만 하지 않을까
아름다운 것은
추함이 있기 때문이라고
선한 것은
선하지 않는 것 때문이라고
높지 않음에도 구불구불
꺾이는 산길에 올라
구절암 마애불 앞에서는
오직 묵도만이 깊게 할 뿐이다
밖에서 보면 보이지 않는
바다가 보일 정도로
앞이 탁 트인,
구절암 마애불의 맑은 눈길
제 몸에 그은 상처의 선線으로
묵묵부답, 부단의 정진
주저할 수 있을까

1998년 7월 25일 충청남도 문화재 자료 제361호로 지정된 홍성 구절암(九節庵) 마애불(磨崖佛)은 홍성군 구항면 지정리 산101-2에 자리하고 있다. 이 마애여래좌상은 보개산 남쪽으로 솟아 오른 바위면의 동남쪽에 불상을 조각할 부분만을 다듬은 뒤 선각(線刻)으로 앙연좌의 대좌를 새기고, 그 위에 좌상의 마애불을 새긴 것이다. 높이는 대략 320cm이고 얼굴높이는 130cm이며 신체부위는 190cm이며, 폭은 190cm로서 마애여래좌상으로는 큰 편에 속한다.

구절암의 마애여래좌상은 전체적으로 얼굴 부분을 제외하고는 선각으로 처리하였다. 마애불의 얼굴은 신체에 비하여 매우 크게 표현하였다. 선각으로 소담스럽게 처리한 육계(肉?:부처의 머리 위에 있는 살상투)와 소발(素髮)은 간결하면서도 인자하게 표현하고자 한 부처의 상호(相好)와 잘 어울린다. 아울러 얕지만 돋을새김의 방법을 사용한 상호는 마애불에서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이기도 하다.

이마에는 뚜렷하고도 깊게 백호를 표현하였으며, 그 밑으로 인중 부분은 깊게 조각하고 끝으로 갈수록 얕게 표현한 반원형의 눈썹이 아름답다. 눈은 코와 붙여 조각하였는데 좁고 길게 치켜뜬 모습이지만 초리를 살짝 내리고 있어 근엄함보다는 인자함을 보이고자 노력하였다. 코는 좁은 인중 아래로 밑부분을 매우 넓게 표현하여 뭉툭한 모습이지만 본 마애불의 표현 가운데 가장 돋을새김이 강한 곳이다. 살짝 다문 듯한 입은 적당한 두께의 입술과 얼굴의 비례에 잘 어울리면서 전체적인 상호의 모습과 함께 인자함을 더하고 있다. 귀는 백호의 위치에서 목부분까지 표현하였다. 전체적으로 근엄함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인자함을 갖춘 부처님의 상호이다.

예컨대 현존하는 홍성지역의 마애불과 석불의 경우 고려초의 작품인 홍북 상하리 미륵불과 광경사지 석불좌상을 제외하면 통일신라시대의 작품으로 알려진 용봉사 마애불과 가마밭골사지 출토 석불, 신경리 마애불(고려), 용봉산 빈절골사지 마애불(조선), 결성산 고산사 석불, 홍북 용산리 석불, 홍북 내덕리 석불(이상 고려), 대교리 석불(조선) 등은 한결같이 지역과 시대를 막론하고 입상(立像)이며, 수인(手印)은 오른손을 내려서 다리에 붙이고 왼손은 들어서 시무외인을 결하고 있으며 마애불의 경우는 모두 두부는 깊게 새기고 신체부위는 아래로 내려갈수록 얕게 부조하는 돋을새김의 방법을 사용하였다. 이 가운데 특히 오른손은 곧게 내려서 다리에 붙이고 왼손은 들어서 시무외인을 결하고 수인은 통일신라시대 이래 홍성지역만의 특징적인 수인으로서 현존하는 홍성지역의 마애불과 석불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구절암 마애여래좌상은 선각의 조각기법과 좌상, 그리고 전법륜인의 수인(왼손의 마모가 심하여 불확실하지만) 등에서 홍성지역의 다른 불상들과 차이를 나타낸다. 그렇다면 구절암 마애여래좌상의 조성연대는 사찰의 경내에서 발견된 강희(康熙:중국 청나라의 4대 황제인 성조의 연호) 명(銘) 조선시대 기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추론이 맞는다면 구절암 마애여래좌상의 조성연대는 조선시대의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 초의 무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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