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깃거리가 있는 우리 고장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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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깃거리가 있는 우리 고장 만들겠습니다"
  • 조 원 기자
  • 승인 2014.12.11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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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갈산초등학교 김정헌 교장

동화작가로 마을 이야기 발굴
아이들에게 자긍심 심어줘

삶과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우리고장의 숨겨진 이야기'의 저자 김정헌 교장.

교직생활 37년. 펴낸 책만도 20여권. 3년 전  갈산면에 위치한 갈산초등학교에 교장으로 부임한 김정헌 선생의 이력이다. 1978년 처음 교편을 잡고 1987년 동화작가로 등단한 그는 아이들은 물론 지역민들의 가슴에 따뜻한 동심을 심어주는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홍성군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교직 생활을 시작하면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온 삶을 뒤돌아보니 꿈과 희망을 듣던 날이야말로 그를 지탱해준 힘이였기 때문이다. 교편을 잡을 당시부터 이런 관심을 놓치지 않았던 차에 동화작가로 등단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러던 중 작가에 대한 더 깊은 이론과 이해를 위해 그는 한국교원대학원에 진학했다. 

그곳에서 작가로서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고 한다. “인생은 누구를 만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죠. 당시 고등학교 선배이신 최운식 교수님을 만난 겁니다. 구비문학을 전공한 그 분을 통해 민속 문화의 묘미를 알게 됐죠.”

당시 전국민속학회 회장이었던 최 교수는 김 교장과 함께 두 제자를 데리고 홍성군 민속 문화를 알리는 데 노력했다. 매 주말과 방학을 이용해 홍성 구석구석을 누비며 제자들에게 지역 문화에 대해 채록(採錄)하는 일을 가르친 것이다.

김정헌 교장이 그동안 저술했던 책들.

'평양기생 난향열녀묘' 이야기 나누고파
지역 문화유산 연계한 스토리텔링 개발
김좌진 장군이 세운 갈산초 위상 드높여


이 때 김 교장은 채록하는 기술과 학문의 정신을 갈고 닦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두 명의 친구와 각 지역의 경로당을 찾아다니며 만든 첫 책은 ‘홍성의 민담’. 역사적 발자취를 남기는 순간이었다. 이듬해 나온 두 번째 책은 ‘홍성의 마을공동체신앙’. 이 책을 발간하기까지는 숱한 고생을 거듭해야만 했다.

다양한 제사 이야기를 담아야 했던 책 내용 탓에 음력 1월초부터 정월대보름까지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최 교수와 공동으로 채록한 세 번째 책은 ‘홍성의 점복과 무속’이다. 100여명의 무속인을 일일이 만나 홍성의 무속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기록했다.

삶으로 땀으로 엮은 이 세 권의 책은 그가 동화작가로 성장하는 데 커다란 자산이 되었다. 이 기간을 거치며 홍성의 문화유산과 민속 문화를 하나로 엮는 데 성공했다.

군민을 위해 쉽게 이야기보따리 풀어
이 같은 경험을 힘입어 김 교장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바로 문화유산과 민속 문화를 토대로 지역 민담을 엮는 일이다. 동화작가로서의 재능을 십분 발휘했다. 지역 곳곳을 찾아다니며 지역과 얽힌 이야기를 발굴해 냈다. 이 같은 내용을 혼자만 간직할 수 없어 1994년부터 2010년까지 지역 신문에 게재했다.

그렇게 게재를 시작한 지 어언 17년. 격주로 한편씩 게재한 그는 사실 이렇게 오래 게재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몇 개월만 할 생각으로 시작했죠. 그런데 지역마다 이야깃거리가 넘실거리는 거예요. 그렇게 수 년 게재해 오다가 더 이상 이야기 거리를 찾을 수 없어서 그만 두려 했어요. 그런데 마침 제 글을 재미있게 읽던 독자들로부터 제보가 들어오기 시작한 거예요. 자신들의 고장 이야기도 있다면서 취재해 달라고 말이죠.”

그렇게 독자들과 함께 호흡하며 만든 이야기는 자그마치 180여편. 각 마을의 속설이나 역사이야기 등을 정리한 이 기사는 군에서도 귀한 자료로 여겨 책으로 출간을 지원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우리고장의 숨겨진 이야기, 삶과 상상력이 녹아있는 우리동네’다.

학생들에게 우리 고장의 옛이야기를 알리고 있는 김정헌 교장.

김 교장은 우리고장의 전설 가운데 잊지 못할 내용이라며 ‘평양기생 난향열녀묘’라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홍동면 원천리에 있는 ‘아홉골’이라는 동네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옛날 이 고장 출신의 황흠이라는 사람이 평양 감사를 지냈다고 한다. 그 때 그의 넷째 아들인 규하가 아버지를 따라 평양에 같이 머물며 공부를 하고 있었다.

이 때 규화는 난향이라는 여성을 만나 사랑을 나눴다. 그런데 어느 날 규하의 아버지가 한양으로 다시 발령을 받으며 둘은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되었다. 이후 난향은 그 규하를 잊지 못해 한양으로 올라갔지만 만나지 못했다. 알고 보니 규하도 난향이 그리워 평양으로 내려왔던 것이다. 그

러나 규하는 없었고 묘비만 있었다. 뒤늦게 규하의 죽음을 안 난향은 그 규하의 묘 앞에서 ‘시묘살이’를 하다가 결국 함께 묘지에 묻히게 됐다는 이야기다. 김 교장은 춘향전 못지않은 ‘난향열녀묘’ 이야기를 홍성군민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어진 ‘솔바람길’
‘우리고장의 숨겨진 이야기’를 발간했을 당시 전국적으로 제주도 올레길 붐이 일었다. 그는 이를 착안해 홍성 지역에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보겠다고 생각했다. 그 때 히트시킨 것이 ‘남산과 보계산의 솔바람길 이야기’다.

“마침 군에서 진행한 향토 발굴 사업 공모에 제 이야기가 상당한 역할을 했습니다. 군비와 국비를 얻어 남산과 보계산에 길을 닦아 놓는 계기를 마련했죠.” 그렇게 만들어진 남산과 보계산의 솔바람길은 지금도 일 년에 한 번 주민 걷기 행사가 열릴 정도다. 관광객들도 늘어 지역 명산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월산과 용봉산 주변의 솔바람길 이야기, 오서산과 석장산의 솔바람길 이야기 등과 홍주성을 토대로 한 홍주성 천년을 말하다, 백제부흥 운동길, 천주교 순례길 이야기 등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만들었다. 그의 문화유산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갈산초에 부임하면서 갈산초를 명문학교로 탈바꿈 시켰다.

다름 아닌 갈산초가 김좌진 장군이 세운 학교임을 공고히 한 것이다. “대한독립군 총 사령관이 세운 학교 가운데 하나가 갈산초였던 것을 알게 됐지 뭡니까. 홍성의 상징적인 인물이 세운 우리 갈산초를 더욱 알리기로 마음먹었죠.”

갈산초 동문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에게 갈산초의 위상과 자부심을  안긴 김 교장은 이 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김좌진 장군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는 중국 체험학습의 장도 마련했다. 홍성의 문화유산을 토대로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발굴해낸 김정헌 교장. 그의 동심의 세계는 지금도 진행 중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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