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을(乙)’일 수밖에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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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을(乙)’일 수밖에 없는
  • 심재선<도예가․주민기자>
  • 승인 2015.02.16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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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부터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일명 ‘땅콩회항’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일반 국민들의 공분을 산 이 사건으로 얼마 전 공판에서 관련자들에게 2~3년의 실형이 선고 되었고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상대적 약자인 계약직의 문제도 대두되었다. 우리 사회가 갖은자 또는 힘 있는 자의 횡포에 많은 상처가 있는 건 분명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1월 중순 20~60세 전국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갑질 문제가 심각하다”라는 질문에 동의 95%, “갑질이 모든 계층에 만연해 있다”는 응답은 77%, 갑질이 “매우 심각하다”에 대한 응답은 재벌 64%, 정치인 및 고위공직자 57%, 고용주 및 직장상사 46%, 거래처 및 상급기관 45%, 언론인 32%, 교수 등 전문직 종사자 31%, 구매고객 28% 순으로, 응답자 자신이 갑인지 을인지 묻는 질문에 대해 85%는 “나는 을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당한 갑질 중에서 고용주(67%)와 직장상사(67%)에게 당한 갑질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다음은 거래처나 상급기관(57%), 고객(51%), 전문직 종사자(45%), 공무원이나 정치인(43%) 순으로 나타났다. 갑질 문제를 일으키는 주요원인으로는 특권의식(49%), 물질만능주의(16%), 인성교육부족(16%), 상명하복식 조직문화(10%) 순으로 나타났다.

필자는 한국사회가 전통적으로 상호 소통과 공동체적인 문화를 중시하던 사회에서 힘 있는 자의 이익과 돈의 힘으로 움직이는 사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던 사람은 그냥 소위 갑이라는 사람들의 머슴에 불과 했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상호 소통과 신뢰를 중시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라고 생각하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살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계 역시 이런 갑질의 횡포가 심하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작년 3월에 기고한 ‘재능 기부를 강요하는 사회’라는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관련된 일을 하면서 재능 기부를 강요하는 것, 문화예술계 특성상 지원을 받아 운영하거나 진행되는 일이 많아 지원을 해주는 쪽의 압력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문화예술계의 대부분의 일자리가 계약직이어서 갑질에 대해 힘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도 안타깝다. 그런 점에서 근래 홍성문화원의 실무자들이 교체된 건 안타까운 일이다.

필자는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예술인들이 스스로의 문제를 인식하여 지역 주민들과 자신의 능력을 공유하며 사회에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것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와의 교류, 협업, 구조적 모순을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그렇지 않으면 여전히 을일 수밖에 없고 갑을이 없는 사회는 어렵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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