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조합법인의 생산관리란
상태바
영농조합법인의 생산관리란
  • 맹다혜 <곰이네농장 대표·주민기자>
  • 승인 2015.03.05 1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부터 직장을 옮겨 홍성유기농영농조합법인에서 일하게 되었다. 홍성군 로컬푸드학교급식지원센터에서 딱 1년을 일하게 된거였는데, 급식센터로는 전국의 우수사례인 곳에서 1년의 싸이클을 같이 지내보았다는 점에서 지금도 자부심을 느낀다. 배운 것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다만 내 전공도 농업이고, 경험도 농업분야에 더 많고, 앞으로도 농업을 할 것이기 때문에 좀더 농업의 현장과 가까운곳에서 일하고 싶었다. 여하튼 그렇게 해서 홍성유기농에서 맡은 일은 “생산관리”이다. 홍성유기농에 가입한지 8년정도 된 것 같은데, 생산자 였을 때 가장 자주 대면하며, 속을 썩여드렸던 바로 그분들의 자리에 내가 앉고 보니 드는 생각이 많다. 돌이켜 보면 나는 꽤나 피곤한 생산자였던 것 같다.

뭘 한다고 해놓고 잊어먹었던 일, 내 토마토가 언제 나온다고 해놓고 1달씩이나 늦게 출하했던 일, 친환경 인증을 할 때 담당자가 자꾸 뭘 물어보면 짜증냈던 일, 뭐 때문에 반품이 됐다고 하면 자기 농산물이 어땠는지 알긴 알지만 내심 빈정 상해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그래도 그런 화려한 전력이 있는지라 생산자 조합원님들과 대화를 할 때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나쁘지만은 않다. 주로 하는 일은 작부계획, 어떤 생산자의 어떤 품목이 현재 어떻게 크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 친환경 인증 관리, 그 외 온갖 잡일이다. 뭐 농촌에 있는 영농조합 법인이나 단체들에서 일하려면 온갖 잡일은 늘 하는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런것들은 아무렇지 않다. 일단 바빠서 재밌고 생산관리 담당자가 조합원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느냐에 따라 조합이 돌아가는 분위기에 플러스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서 나름 보람도 있다.

여하튼 아무리 농업현장과 가까운 일을 하고 싶다고 해도 굳이 꼭 이렇게 바쁘고, 잘못하다 큰 욕을 먹게 되는 이일을 하러 여기에 온 걸까. 아마 내가 도움을 받았던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돌려드리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기존에 홍성이 고향이고 농사를 지어왔던 분들은 귀농인들의 외로움을 잘 아시지 못한다. 내가 처음 홍성에 귀농해서 동네분들과는 어쩐지 어렵고 잘 통하지 않는 부분이 있었을 때 홍성유기농이 있어 말을 할 곳이 생겼던 것 같다. 8년을 지내며 조합원님들과는 언니 동생 하며 지내게 되었고, 그런 부분은 지금도 나에게 큰 힘이다. 동기야 훈훈하고 다 좋은데, 일을 하다 일에 실수가 생기거나 혼자 너무 많은 일을 벌려놓고 제풀에 지치지 않으려 조심하고 있기도 하다. 가까운 곳이 직장이고 생산관리가 일이다 보니 지금 짓고 있는 농사도 좀 더 계획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 같다. 조합에 뭐가 언제 안 나오던데 어려운거 아니면 내가 해볼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사가 전업이신 분들은 그 면적에 그 수익 가지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작목이 더러 있다. 나야 직장 다니니 어차피 손 많이 가는 작물은 못하는 그런것들 말이다. 나를 생산자로써 스스로 생산관리 하며 다닐 수 있는 직장이 생겨 감사하고 즐겁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