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되지 않는 갈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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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되지 않는 갈등은 없다
  • 최선경 <홍성군의회 의원>
  • 승인 2015.03.0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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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충남도로부터 참여소통 활성화 기획단 위원으로 위촉을 받았다. 참여소통 활성화 기획단은 민·관 협치 활성화를 통한보다 높은 수준의 거버넌스, 실질적인 참여와 소통, 성숙한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통한 참여와 자치의 도정을 펼치기 위한 기획단이다. 이를 위해 전문가와 다양한 영역의 시민단체 활동가들로 위원들이 꾸려졌다. 기초의원으로서는 유일하게 위촉을 받았으니 자랑스러울 뿐이며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분야라 의욕적으로 활동하리라 다짐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면서 유난히 우리 사회에 소통의 의미를 되짚게 했다. 소통의 사전적 의미는 막히지 않고 잘 통하고, 그 뜻이 통하여 오해가 없는 것이다. 소통은 발전과 생산, 상생을 위한 첫걸음이다. 막힌 데는 뚫고 구부린 곳은 바르게 펴는 게 그것이다. 그런데 소통을 거론하면서 통하는 데만 통하고, 막힌 데는 더 막히는 결과를 초래했다면 이는 불통과 먹통의 또 다른 얼굴인 셈이다. 소통이 화두가 되면서 한편으로는 갈등의 해결 방식에도 많은 관심이 쏠린다. 요즘 다양한 사회적 갈등이 분출되고 있으나 이를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은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최근 홍성군에서도 장항선 2단계 철도개량 사업과 관련해 주민들 간 갈등의 골이 깊은 실정이다. 국토교통부와 철도시설공단은 국비 7870억원을 투입해 홍성군과 보령시 일원 총 34.1km를 대상으로 철도개량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난 2012년 실시설계안을 통해 광천역 위치를 당초 기본계획안인 상정리 홍주미트에서 신진리 광신철재 쪽으로 변경하겠다고 발표하자 양 노선을 두고 주민 간 찬반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달 25일 홍주문화회관에서 장항선 2단계 철도개량 사업과 관련, 석면조사 결과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주민들 반대로 무산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일부 주민들은 철도시설공단 관계자와 석면조사 용역을 수행한 교수들에게 막말과 욕설을 퍼부으면서 막무가내로 설명회 자체를 개최하지 못하게 하는 행태를 보였다.

홍성군의회에서도 이와 관련 연구모임을 구성해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광천 발전을 위한 최적의 방안을 찾기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노력 중이나 주민들 의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갈등이 증폭된 원인은 무엇일까? 일단 집행부 잘못이 크다. 같은 지역에서 두 가지 서로 다른 논쟁이 뜨거운 것을 알면서도 방관했다. 주민들 주도로 노선에 관한 주민투표를 실시해 의견을 모으고, 직접 시설공단을 찾아가 광천읍의 실정을 알리려고 노력하는 상황에서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정을 펼치지 않았다. 철도시설공단 측도 만약 실시설계안으로 확정돼 이미 더 이상 노선 변경이 어렵다면 주민들에게 명확한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 따라서 모호하고 어정쩡한 태도로 주민들 갈등만 부추겼고 오히려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책임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다.

국책사업을 두고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없다는 법조항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현재 일부 주민들은 여론조사를 통해 진정으로 광천 주민들이 원하는 노선이 무엇인지 제대로 확인하는 절차를 다시 거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주민들의 엇갈린 시각과 의혹들을 해소하기 위해 집행부는 찬반주민과 의회, 시설공단 등과 대화와 소통의 장을 만들고 다각적인 논의를 통해 주민들 갈등을 최소화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소통의 대상을 ‘자기 편’에서만 찾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소통은 상대편과 간극 줄이기 작업이 아닌가? 주민들도 이번 철도개량 사업의 본질을 염두에 두고 상대방 주장을 듣고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이 바탕에는 관심과 겸손의 마음을 지녀야 하며 상대방과 자신을 살펴보는 자세가 요구된다. ‘해결되지 않는 갈등은 없다’고 한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위기를 초래하는 갈등도 잘만 해결되면 홍성군이 한 단계 선진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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