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낳은 아이 따뜻한 사랑으로 품에 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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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낳은 아이 따뜻한 사랑으로 품에 안죠”
  • 조원 기자
  • 승인 2015.03.31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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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자식처럼 아이를 돌보고 있는 김태복·이기중 부부와 위탁아 이리훈 군.

따뜻한 사랑으로 양육하는 입양위탁모
25년간 가슴으로 낳은 아이만 150여명

“저희 아들이에요. 아빠, 엄마를 얼마나 좋아하는 지 한시도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런 아이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줄 몰라요” 올해로 25년째 아이를 대신 맡아 기르고 있는 김태복(65)·이기중(62) 씨 부부는 군에서 유일한 공식 입양위탁부모다.

입양위탁부모란 가정이 없는 아이들이 새로운 부모를 만날 때까지 가정에서 사랑으로 돌봐주는 또 다른 부모를 말한다. 이들이 그동안 가슴으로 낳아 기른 자녀만 해도 150여명에 이른다. 많은 경우는 한 번에 4명이나 양육한 적도 있었지만 대개는 한 해에 한 명 내지는 두 명꼴로 아이를 위탁받는다.

현재 이들 부부는 10개월 된 리훈이와 함께 행복을 싹틔우는 중이다.  “아이를 처음 데리고 왔을 때 가장 반겼던 사람은 남편이에요. 저보다 아이들을 더 잘 보살펴 주죠. 하루에도 몇 번이고 아이 걱정하며 전화를 합니다.

이런 남편을 두고 우리 아이들이 가끔 시샘할 때도 있지만 남편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오랜 기간 일을 하지는 못했을 거예요” 이들 부부가 처음 아이를 맡아 기른 것은 이기중 씨가 유치원에서 영아들을 보육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치원장이 세 남매(12세, 9세, 7세)를 키우고 있던 그녀에게 잠시 아이를 맡아줄 수 있겠냐며 부탁을 해왔다. 그녀는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반대한다면 아이를 맡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가족 모두가 적극 환영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아이 한 명에게 지원되는 양육수당은 분유 값 감당하기도 벅찬 수준이다. 부족한 부분은 고스란히 이들 부부의 몫이다. 남들은 이런 사정도 모르고 가끔 오해 섞인 이야기를 하곤 한다. “때론 지인들이 노년에 무료함도 달래고 돈도 벌 수 있어서 좋겠다고 해요. 그래서 본인도 하고 싶다며 소개해달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막상 이 일에 대해 알아보면 모두가 그런 일을 어떻게 하냐며 저보고 제정신이냐고 되물어요. 위탁모는 무료함을 달래거나 돈을 벌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에요” 남편 김태복 씨도 “자식 키우면서 아깝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어디 있겠냐”며

“위탁부모는 가슴으로 자녀를 낳아 기르지만 몸으로 낳은 부모만큼이나 헌신이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이들 부부의 품을 거쳐 간 모든 아이가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지만 그 가운데 유독 기억에 남는 아이가 있다. 약 20년 전, 이들 부부에게 찾아온 5살, 3살의 자매다.

당시 자매는 한 부모에게 입양되길 원했지만 끝내 각각의 부모에게 입양되는 안타까운 사연을 가졌다. 이들과 헤어짐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새벽, 이 씨는 작은 아이가 품에서 느껴지지 않아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불을 켜보니 아이가 방구석에 앉아 손으로 다리를 모은 채 잠들어 있었던 것. 이를 본 이 씨는 언니와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밤새 울고 있었을 아이를 떠올리며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아이의 빈자리가 매우 큽니다. 가끔 자다가도 아기 우는 환청이 들려서 깰 때도 있을 정도예요. 양육하면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은 다른 게 아니라 아이들과 헤어지는 일입니다” 남편 김 씨는 “저나 집사람이나 지금도 아이들과 헤어지는 날이면 눈물 한 바가지는 쏟아낸다”며

“여전히 아이들과 헤어지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부부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저희보다 더 잘 길러줄 사람이 있다면야 저희도 바람이 없겠지만 그렇지가 않은가 봐요.

아이들이 매년 이렇게 부모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데 어떻게 마다할 수 있겠어요. 우리가 늙어서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다면 모를까 먼저 이 일을 그만두지는 못할 겁니다. 그저 아이들이 좋은 부모 만나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간다면야 더 이상 바랄게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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