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인 인터뷰 - 사람이 희망이다<1>
한국전기안전공사 이상권 사장
상태바
출향인 인터뷰 - 사람이 희망이다<1>
한국전기안전공사 이상권 사장
  • 장윤수·김현선 기자
  • 승인 2015.04.08 10: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이상권 사장

“안전은 인권이고 삶의 미래, 현장에 답이 있다”


오는 16일로 세월호 침몰 사고 1년이 다가왔다. 우리사회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문제가 최대의 화두로 등장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부의 공기업 사장이 가장 많이 쓰는 단어도 ‘안전’이다. 또 안전과 함께 ‘원칙, 기본, 신뢰’란 단어도 많이 사용한다. 가장 기본적인 ‘자신의 안전’을 지켜야 ‘다른 사람의 안전’도 지킬 수 있다고 늘 강조하는 사람. 바로 그가 우리나라 전기안전을 책임지며 지휘하고 있는 홍성출신의 이상권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이다.

지난 1974년 한국전기보안협회로 설립돼 다음해 명칭을 바꾼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전기사업법 74조에 의거 설립된 전기안전관리 전문기관으로 재난관리법 제3조에 의한 전기설비의 안전관리를 위한 검사와 점검, 전기안전에 관한 조사·연구에 이르기까지 재난관리를 책임지는 기관이다. 전국적으로 2700여 명의 직원들이 전기재해·재난에 대한 예방과 수습을 위해 맡은바 책임과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정부공기업이다. 지난해 7월 40여년 자리를 잡고 있던 서울을 벗어나 전북 완주군의 전북혁신도시로 본사 및 사옥을 이전했다.

 

이상권 사장의 경영의 핵심엔 언제나 현장이 중심이고 우선이다. 지난해 2월 취임했으니 1년을 넘어섰다. 취임과 동시에 현장을 찾기 시작했고, 전국의 67개 지방사업소와 해외사업소까지 찾아가며 발품을 팔았다. 벌써 두 번째 현장을 찾기 시작했다. 취임 초 예산 오가면에 소재한 충남중부지사(지사장 이남주)를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경영방침인 본(本)경영의 실천으로 국민을 감동시켜야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선진국과 비교해 다소 취약한 전기화재를 예방,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한다는 소신을 실천하기 위해 현장에서 답을 찾는다는 이 사장을 만나 지난 1년 동안의 소회 등을 들어봤다.

이상권 사장의 경영철학은 ‘경험상 책상머리에서 결재하고 보고받고 토론해봤자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신념을 몸소 실천하는 것이 핵심이다. ‘듣는 귀가 곧 나의 스승’이라는 다짐을 실행하면서 본연의 기본 업무수행에 역점을 둔다는 취지로 ‘본(本)경영’을 선언하고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며 현장에서 문제점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 사장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혁신”이라고 강조하면서 ‘기본적인 업무가 곧 전기재해를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결과로는 전기화재 점유율이 2013년 21.7%에서 마의 벽으로 불리는 20%를 깨고 지난해 19.7%로 낮아졌다는 통계가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이러한 현장 중심의 책임경영은 20년 가까운 검사생활을 통해 경험하고 체득한 결과이며, 국회의원 생활을 통해 주민들의 애로와 민원 등의 해결에서 터득한 ‘현장체험’과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직접 답을 찾고 있다는 증거다. 이 사장은 “2015년을 ‘기본과 안전, 원칙과 신뢰’가 뿌리내리는 한 해가 되도록 하기 위해 안전에 있어서는 양보가 없다는 원칙을 세웠고,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최고의 기술력과 첨단장비 사명감으로 다져진 기업 문화를 바탕으로 국민행복과 국가 전기안전관리 시스템의 선진화를 위해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지 벌써 1년이 다가왔다. 세월호 사고는 우리나라 압축성장의 폐해를 고스란히 드러냈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닮은꼴이다. 지금까지 수없이 ‘안전’을 외쳐왔고 실제로 경험했던 어처구니없는 대형 재난사고는 우리에게 숱한 아픔과 상처를 안겨줬다. 이상권 사장과는 거리가 멀 듯 한 ‘안전’의 문제는 20년 전 6월에 발생했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사장은 당시 삼풍백화점 사고를 직접 수사한 검사로서의 경험을 통해 이제는 ‘안전’을 담당하는 공기업 사장으로서 감회가 남달라 보였다. 이상권 사장이 검사시절 서울지검 주임검사로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사건의 시공·건축과정과정에서의 비리문제 등 수사를 주도했던 경험에서 아직도 세월호 사고 등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는지가 궁금했다. 특히 지금은 ‘전기안전’을 책임지는 공기업 수장의 입장에서 말이다.

“안전사고는 사고 구조의 유형이 어떻게 보면 비슷하고 똑같은데,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도 1995년 6월에 났으니까 올해로 벌써 20년이 되지만 국민들이 안전에 대해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하고 “앞으로 20년 후에도 그런 사고가 나면 삼풍백화점과 세월호를 또 되새기기만 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삼풍백화점과 세월호는 구조상 아주 똑같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던 날 경영진들은 대책회의를 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이미 일주일 전부터 이상 징후를 알고 있었다는 거죠. 회의 도중 균열음이 심해지면서 소리가 쾅쾅 날 때까지 손님들이 혼란스러워하면 큰 사고가 날까봐 대피하라는 말을 하지도 않고 경영진들이 먼저 도망친 모습은 세월호와 똑같습니다. 세월호 선장도 승객들에게 대피하라고 알리지도 않고 자기들만 먼저 빠져나가지 않았습니까”

이상권 사장은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안전’을 떠 올렸는데 세월호 사건이 터지면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함께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고 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터지자 언론은 물론 청와대까지 책임자를 색출해 엄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서초구청에 관련서류를 요구하고 백화점 지하와 1층 기초공사를 맡았던 우성건설의 책임자를 수사선상 1순위에 올렸다고 한다. 그는 이상철 이라는 사람이었는데, 검찰에 불려 와서도 태도가 너무 당당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혈기왕성한 40대의 주임검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만난 이 씨는 단호한 태도로 말했다고 한다. “저는 대한민국 건축시공분야 1호 기술사인 이상철입니다. 저는 제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시공을 했기에 한 치의 부실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사측이 무리한 설계변경을 요구해 공사를 자진 반납했습니다. 저는 아닙니다”

이 사장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당시 조사과정에서 공사를 맡은 시공사가 공사 도중에 갑자기 바뀐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당초 삼풍백화점은 백화점이 아닌 4층짜리 유희시설로 설계됐습니다. 하지만 유희시설은 돈이 안 될 것 같고 백화점이 더 돈이 될 것 같다고 판단한 사측이 한 층을 더 올려 슬쩍 설계변경을 강행했습니다. 유희시설과 백화점은 건축구조부터가 다릅니다. 시공을 맡았던 우성건설에서 절대 안 된다며 반대하니까, 결국 우성건설과 계약을 해지하고 자체적으로 삼풍산업을 만들어 공사를 강행했습니다. 백화점 건물은 더 많은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합니다. 4층이 5층으로 늘어났지만 내력벽과 기둥은 오히려 줄였고, 하중 계산도 모두 무시됐던 것입니다. 설계대로 시공하고 관리했으면 무너질 수 없는 건물이었습니다. 세월호의 경우도 증축하면 안 되는 배를 불법으로 개조하고, 과적운행하고, 선박검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으니 세월호와 삼풍백화점은 꼭 닮은 꼴입니다”

당시 이 씨는 “이렇게 공사하면 분명히 무너지니 이런 공사라면 우리가 할 수 없다”며 공사를 포기했다고 한다. 수익을 눈앞에 두고도 안전을 선택한 쉽지 않은 결단이다. 결국 백화점 측은 주식회사 삼풍산업이라는 건설업체를 만들어 공사를 강행, 부실을 초래했던 것이다. 안전을 무시한 대가는 사상자 1445명이라는 한국전쟁 이후 최악의 참사를 불러왔다. 똑같은 유형의 사고로 세월호는 304명이 참사했다. 아직도 9명은 시신조차 찾지 못하고 있어 오늘도 진행형이다. 이런 대형 참사는 정부에게는 재난안전 대책과 위기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국민에게는 물질적 풍요보다도 사람의 생명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전환점이었다. 이런 교훈을 자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참사 자체를 쉽게 잊어서는 안 된다. 안전을 위한 장기적 과제로 체계적인 교육도 중요하지만 부정부패 해소가 최우선이란 점은 명심할 일이다. “성과주위와 효율성만 강조해 온 대한민국 사회가 오늘에서라도 한번쯤 고민해 봐야 하는 대목이 아닐까요” 이상권 사장이 취임 1년과 세월호 참사 1년을 맞으며 던지는 메시지다.

 


이상권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은..
1955년 홍성에서 출생했다. 홍남초, 홍성중, 홍성고(27회)를 졸업하고 건국대학교 법과대학을 마쳤다.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사법연수원 14기)한 이후 검사생활을 시작했다. 청주지검·인천지검 부장검사를 역임한 뒤 변호사사무소를 개업한 법조인 출신이다. 제18대 국회의원(인천 계양을·새누리당)을 지냈으며, 지난해 2월 21일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취임이후 2015 한국을 빛낸 창조경영인 지속가능경영 부문 대상, 2015 대한민국 창조경제대상 안전경영부문 대상, 2015 대한민국 에너지효율·친환경 대상 에너지효율 부문 공공기관 대상(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 수상을 비롯해 보건복지부 독거노인 지원 유공 단체 표창, 국민권익위 부패방지 유공 단체 표창, 2014 대한민국 전기안전대상, 2014 세종·충남지역신문협회 풀뿌리언론대상 공기업대상 등을 수상했다. 국회의원 시절 의정활동분야 자랑스러운 한국인대상을 수상했고, 자전에세이 ‘쥐뿔도 없는 자존심 덩어리’를 출간한 바 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