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민들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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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민들레처럼
  • 권기복 <홍주중 교감·칼럼위원>
  • 승인 2015.04.2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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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따스한 봄볕에 이끌려 교외에 있는 밭에 나가봤다. 가꾸기를 거의 포기한 잔디밭에 노란 민들레가 옹기종기 피어 있었다. 불현 듯 작년 이맘때에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노란 리본이 전국 방방곡곡에 물결치던 생각이 떠올랐다. ‘그대, 잊지 않겠습니다’라면서 그리운 마음을 노란색 리본에 새겨 매달아 놓은 물결! 인양한 사체가 295구, 실종 9명으로 304명의 고귀한 생명들이 잠든 지 한 해가 지났다. 밭에서 본 민들레꽃이 어림잡아 봐도 그 수에 부합될 것 같으니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지난 해 4월 16일, 476명의 탑승자를 실은 세월호는 인천항을 출발한 지 11시간 반이 지나서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 이르렀다. 이 지역은 명량대첩으로 유명한 울돌목 다음으로 조류가 센 지역이라고 한다.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도 배에 이상이 있다고 감지된 것은 오전 8시 50분경이었다고 한다. 이때까지만 하여도 325명의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은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간다는 부푼 꿈에 젖어 있었다.

순간 배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한 단원고 학생 한 명이 119에 전화를 하였고, 전남 소방본부 119상황실은 학생의 목소리에 따라 목포해경으로 연결해 주었다. 전화상의 학생 목소리는 “살려주세요. 여기 배인데 침몰하는 것 같아요”하면서 어렴풋이 들려왔다. 목포해경은 “거기 위치와 경위도를 말해주세요”라고 반복하였다. 학생은 ‘여기는 배’라고 하고, 목포해경은 GPS만을 확인하려고 하니, 서로 말이 통하지 않을 뿐이었다. 한참 후에야 배 이름을 물어보고, ‘세월호’라는 답을 듣게 되었다고 한다.

선박이 급속도로 기울어가는 와중에서 선장은 “움직이지 마세요. 움직이면 더더욱 위험합니다”라고 하면서, 구조정이 오자마자 제일 먼저 세월호를 떠났다.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도 단원고 학생들과 교사들은 선장의 명령에 따라 선실에 대기한 채였다. 선장의 명을 지키지 않고 능동적으로 움직인 일반인과 승무원들은 더 많은 수가 구조될 수 있었다. 일반인과 승무원은 137명 중에서 94명이 구조(68.6%)된 데 반해, 단원고 학생과 교원들은 339명 중에서 78명 구조(23.0%)에 불과했다. 항해 중인 선상에서 최고의 전문가라는 선장의 말을 들으면 죽음의 길이요, 거역하면 삶의 길이 되고 말았으니, 기성세대들은 신세대들 앞에서 ‘머리 숙인 세대’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비상상황에서 우왕좌왕하기만 하는 정부와 해경의 모습, 배가 기울어간다는 신고전화에도 안일하게 대처한 초동구조의 실패, 끝까지 승객을 책임져야 하는 선장과 선원들의 제 목숨 지키기에 급급해 했던 상황들은 전 국민을 눈물 뿌리게 했던 요인들이었다.

세월호 수색작업은 사건 이후 209일간 지속되다가 2014년 11월 11일로 종료되었다. 국민들의 충격도 점차 완화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얼마 전, 세월호 보상안과 인양문제 등에 대해 정부 입장을 밝혔다. 보상은 다른 해상사고에 준한다는 것과 국민성금액을 추가로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세월호 인양 작업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됨으로 부정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세월호 사건 유가족들은 다시 분노하고 있다. 사건 초기에는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을 하고, 이제는 모두 발뺌을 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는 수구초심의 자세로 돌아가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심도 있게 협상을 해야 한다. 그 분들의 요구를 들어줄 만한 것은 들어주도록 하고, 정부 입장에서 안 되겠다 싶으면 눈물로라도 호소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들 80%가 ‘세월호 인양’을 찬성하는데, 정부만 못하겠다고 하면 말이 되겠는가! 그런 무성의한 발표를 듣는 국민들은 정부를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정부는 국민 개개인이 갖고 있는 ‘국민 주권’을 보장해주고자 노력할 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세월호 사건 1주년을 맞이하여, 정부는 유연하고 국민을 신봉하는 자세로 잘 대처하여 국민 분열이 아닌 국민 화합의 새 장을 열도록 노력하여 주길 바란다. 우리 국민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태도가 아니라, 함께 애도하는 마음으로 명복을 빌어주길 바란다. 아침 햇살에 환하게 웃음꽃 피운 노란 민들레처럼 앞서 간 그들도 노란 민들레꽃을 피우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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