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이란 주민으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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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이란 주민으로부터 나온다
  • 최선경<홍성군의원·칼럼위원>
  • 승인 2015.07.1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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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의 역할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홍성군의 살림살이를 꼼꼼히 따져 주민의 혈세가 헛되이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예산안 심의는 집행부가 예산을 제대로 세웠는지,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곳에 잘 배정했는지 면밀히 검토하는 작업이라 하겠다. 올해 홍성군 추경예산은 370여억 원으로 예년에 비해 재정 상태가 그리 여유로운 편은 아니다. 그 가운데서도 국·도비 매칭 사업을 제외하고 순수 군비로 지원되는 자체 사업비는 70억 원 남짓으로 매우 소중한 자산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본예산에서 삭감된 예산이 그대로 올라오는 것을 지켜보면서 ‘본예산 삭감은 추경 부활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추경이 본예산과는 달리 주민이나 언론의 관심과 분석이 부족한 틈을 이용해 이미 삭감된 선심성, 특혜성 예산이 종종 부활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추경에도 지난 본예산에서 삭감된 예산 중 7건이 다시 올라왔으며 건강도배 7150만원을 제외하고, 충령사 보훈탑 설치 6억 원을 포함해 6건 모두 예산이 부활됐다.

개인적으로는 본예산에서 삭감된 예산이 추경에 재차 올라온다면 전액 삭감하는 것을 원칙으로 심의했지만 결과적으론 예산 부활을 막지 못했다. 상황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하고 본예산 심의와 달라진 현재 시점에서 판단해 필요하다면 예산을 부활해도 상관없다고 주장하는 일부 의원들의 의견도 잇따랐다. 많은 논란이 일겠지만 본예산에서 삭감된 예산을 재승인한 결과는 본예산 심의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군민들의 따가운 눈총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을 것이다.

논란을 떠나 의회가 집행부의 거수기도 아니고 분명히 타당한 이유를 들어 본예산 심의에서 삭감했다면 집행부는 의회가 삭감시킨 예산 심의를 인정하고 삭감된 대로 사업을 진행하는 게 맞지 않을까? 아니면 최소한 추경 예산안에 올리기 전에 의회에 구체적인 사업 계획안을 재설명하고 의원들을 설득시키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어야 하는 게 옳지 않았나 싶다.

이번 추경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안타까운 부분 몇 가지를 짚어본다. 지난해 의회에서는 정책토론회를 개최해 이주노동자에 대한 상담소 설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추경 예산안에 이와 관련된 예산이 편성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지만 관련 부서의 책임 떠넘기기 ‘핑퐁게임’으로 결국 누락됐다. 모 지역신문에서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사설을 통해 집행부의 예산 정책 원칙과 방향 및 기술, 의지에 대한 부분이 부족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밖에 논란이 된 예산은 개인이나 기업, 법인에 대한 특혜 의혹이 드는 사업들,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지 않은 사업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계획조차 꾸려지지 않은 지특사업 등이다. 의견 차이가 첨예하게 대립되어 의결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건설 투자사업과 농어민 지원 사업 확대로 해석해 전부 원안대로 예산이 세워졌다.

또 지특사업은 정부와 자치단체가 매칭을 통해 자금을 투자, 지역발전을 위해 벌이는 사업으로 일명 지역구의원의 쪽지예산이라고도 불린다. 추후 106억원(국비 50%, 군비 50%)의 사업비가 투입될 서부 철새하늘탐방시설 사업은 사업선정은 되었으나 아직 내시되지 않아 정확한 재원은 미정이며, 방향 설정조차 안 됐다. 막대한 예산이 홍성군에 지원될 예정이라지만 달다고 무턱대고 꿀꺽 삼킬 수만은 없는 예산이라 하겠다.

마지막으로 사회복지사 보수교육비 720만원과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를 위한 중간지원조직 운영비 7000만원이 삭감된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둘 다 지역공동체 회복을 위한 사람에 대한 투자라 할 수 있어 다른 어떤 예산 집행보다도 꼭 필요한 사업비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예산안에 대한 심사권은 의회의 고유권한이다. 누구도 토를 달수는 없다. 그러나 예산이란 주민으로부터 나온 것이며, 주민을 위해 쓰여야 하는 게 맞다. 잘못된 예산 삭감 또는 엉뚱한 예산 배정의 피해는 주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의회와 집행부 모두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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