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우리가족이 다니는 교회에 한 청년부 담당 전도사님이 부임해 오셨다. 항상 나이어린 청년들에게도 경어를 사용하셨고 인격적으로 대해 주셨다. 어떤 일에 헌신하셨어도 알아달라며 나서지 않으시고 항상 자신을 낮추셨다. 그러니 그 분이 가는 곳 마다 칭송이 끊이질 않았다. 나중에 사람들의 입을 통해 그 분의 숨겨진 이력을 들을 수 있었다. 그분은 어느 누구가 들어도 입이 딱하고 벌어질만한 서울의 명문대학의 정치 외교학과를 졸업하셨다고 한다. 그러나 그 분은 성도들 앞에서 단 한 번도 자신의 출신 학교를 거론하지 않으셨던 것이다. 또한 담임목사님보다 한 살이 더 많았지만 목사님의 입지가 당신 때문에 혹여 라도 좁아질까 봐 나이를 한 살 줄여서 이야기 했다는 것이다. 사실 쉽지 않은 겸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전도사님은 서울의 모 대학에 합격하여 우쭐한 한 청년에게 교만해서는 안 된다며 누누이 당부를 하시는 등 우리 청년들에게도 항상 섬기는 자가 되라고 가르치며 그 가르침을 몸소 행하셨다. 그리고 그 후 그 분은 다른 사역지로 목사 임직을 받고 떠나셨는데 그분에게는 그림자처럼 사람들의 존경이 따라 다녔다.
마찬가지로 선배들이 우리에게 권위를 갖고자 했더라면 선배로써 좀 더 겸손하고 아끼고 좀 더 낮은 자가 되어 섬겨 주었더라면 우리는 선배들에게서 진정한 권위를 느끼고 존경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데 우리 동기들의 태도 또한 마찬가지였다. 1년이 흐른 뒤 그 당시 억울하고 부당하다고 아우성치던 우리들도 주객이 전도되자 그 말이 쏙 들어가고 우리 선배들 못지않지 않게 후배들에게 기합을 주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대학가에서는 학번이 계급이라는 말이 있다. 말하다 말문이 막히면 학번을 물어보고 사회에서도 시비가 붙으면 주민등록증 좀 보여 달라고 한다. 다 나이에 근거를 둔 서열의식, 권위의식의 폐단이다. 진정한 권위와는 나 역시도 동 떨어진 듯싶다. 그럴 때면 언제고 청년부 예배시간에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합니다”하는 전도사님의 설교말씀을 떠올리며 나 자신을 끊임 없이 반성해 보려 한다. 그리하며 그 분이 몸소 실천 하신 겸손한 삶을 나 또한 행해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