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 시민의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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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시민의 자존심
  • 권기복 <시인·홍주중 교사>
  • 승인 2015.10.0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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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시민의 자존심을 존중하고, 최대한 보장해 주고자 노력하는 사회이다. 왜냐하면 민주주의의 주인이 바로 시민이고, 주인 된 자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의식이 자존심(自尊心)이기 때문이다. 남에게 굽히지 아니하고 자기 몸이나 품위를 스스로 높이는 마음이 없다면, 종래의 노비나 시종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정치나 신분으로부터 억압당하지 아니하고,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대접받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완전히 무르익었을 때, 우리는 성숙한 민주주의의 시민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정치 사회적 분위로 볼 때마다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가 분단된 상황이니까. 사회적 분위기가 좋지 못한 상황이니까’ 하는 것들은 사소한 핑계거리에 불과할 뿐이다.

20세기 후반에는 ‘빨갱이’ 라는 말이 가장 무서웠다. 이 말의 거미줄에 걸린 순간부터 대한민국의 시민권은 기억상실 속에 묻혀버렸다. ‘이상하면 살펴보고, 수상하면 신고하자’는 말 앞에서는 한 시민의 자존심이나 경로효친 사상도 저리 가라였다. 이러한 반공캐치프레이즈는 대한의 모든 시민들을 눈치로 살피게 하고, 의심의 대상자로 만들어버렸다. 근래까지만 하여도 주제만 달라질 뿐이지, 국가적 정책에 의해 시민의 자존심을 다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정을병은 소설 <개새끼들>을 통해 ‘재건’을 국가정책으로 내세운 박정희 군사정부로부터 시민의 자존심이 짓밟히는 상황을 묘사한 바 있으며, 20년 뒤 전두환 정권의 ‘삼청교육대’와 ‘정화’도 그 맥을 함께 하고 있다. 근래에 모든 공무원과 학교 기관까지 모든 사람들에게 ‘청렴’이란 정책을 일방적, 강압적으로 적용하게 함으로써 이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본다.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학교폭력’ 문제가 수면 밖으로 야기되자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무차별하게 달달 볶고 있다. 또한, ‘성폭력’ 문제까지 모든 기관에 속한 모든 사람에게 교육을 받도록 강요하고 있다. 물론, 사회문제는 해결방안을 찾아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아직까지 ‘부정부패’나 ‘학교폭력’, ‘직장 내 성희롱과 성폭력’ 문제가 심각한 상황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지만, 그 해결방안이 인권을 유린하고 시민의 자존심을 저해함을 인식해야 한다.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로 인해 시민다운 시민의 모습을 일그러뜨려서는 안 된다. 정부는 스스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고, 강압적인 교육보다는 홍보를 통해 시민을 계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여 해당된 자에게는 일벌백계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 불법이나 위법의 뜻이 전혀 없는 시민에게 ‘너 절대 불법이나 위법하지 마라!’ 라고 외치는 것은 무모하고도 서로에게 피곤한 일이다.

‘아저씨도 성폭행자야?’ 지나가는 길목에서 귀여운 아이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더니, 그 아이는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교단생활 35년 만에 성폭행 의사자로 의심받는 우리 사회! 이런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시민이 주인이다’라는 자존심이 설 자리가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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