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인 인터뷰 - 사람이 희망이다<17>
너른내장학회 편기범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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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인 인터뷰 - 사람이 희망이다<17>
너른내장학회 편기범 이사장
  • 장윤수·김경미 기자
  • 승인 2015.11.0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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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내장학회 편기범 이사장
▲ 편기범 이사장이 장학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광천 출신으로 ‘한국 웅변계의 대부’돼 대통령상 3회 수상
너른내 장학회 설립, 52차례 4억5000여만 원 장학금 지급
아내 이정애 여사·동생 편사범 회장 장학회 이사로 함께해
“받는 것보다 주는 즐거움 크다” 모든 이들 함께 누렸으면

“저는 1년 중에서 장학생들을 만나는 날이 가장 행복하고 기다려집니다. 왜냐하면 1년 동안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장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편기범 너른내장학회 이사장의 말이다. 편 이사장은 지난 1979년 광동초등학교(현재는 광천초등학교에 합병)에 처음으로 장학금을 주기 시작했고 지난 2000년 11월 너른내장학회를 설립했다. 광천의 순수한 우리말인 ‘너른’은 사방으로 힘차게 뻗어나간다는 뜻도 가지고 있는데, 편 이사장은 장학회를 통해 올해까지 52차례동안 광천 지역의 형편이 어려운 장학생을 위한 장학금을 지급해오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고 건강한 정신으로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비전과 용기를 주고, 이 정신이 사방으로 힘차게 뻗어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장학회를 설립한 편 이사장은 지난달 12일에도 광천 현대예식장에서 2015년도 장학금 수여식을 개최했다.

“아직까지도 가난한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그 생각만하면 눈물이 나옵니다. 37년 전, 저는 정치를 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는 분께서 ‘정치를 하려면 기부를 많이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쌀 한 가마가 3만2000원이던 시기에 1인당 5만 원씩 총 10명에게 기부를 시작하게 됐죠.”

이후 편 이사장은 정치의 뜻을 접게 되면서 기부를 계속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을 하게 됐는데, 그러던 중 한 장학생이 쓴 편지를 받게 됐다. 편지에는 “이사장님이 주신 장학금으로 교복도 사고, 학비를 보태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었다”면서 “정말 감사드린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고 한다. 이후 편 이사장은 뜻을 정하고 기부를 계속해오게 됐다.

“저는 좋은 차를 타고 다니지 않고, 돈이 많이 든다는 고급 운동도 하지 않습니다. 제 나이 서른셋, 얼떨결에 조그맣게 시작한 장학 사업이 37년이 지나 지금은 제게 최고로 기쁘고 흐뭇한 일이 됐습니다.”
편기범 이사장은 매 년 장학생들에게 동일한 당부의 말을 빼놓지 않고 전하고 있다. 이는 올해 장학금 수여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저는 지금까지 52번째 장학금을 주면서 52번 똑같은 말만 전했습니다. 제가 장학생들에게 주는 장학금은 이름만 장학금이지, 사실은 장학생들에게 빌려주는 돈이라는 것입니다. 비록 저는 작은 돈을 빌려주지만 장학생들은 모두 열심히 노력해서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성공해, 제가 빌려준 돈에다 훗날 이자를 훨씬 더 많이 보태서 또 다른 어려운 사람에게 빌려주기 바랍니다. 그리고 장학생들도 제가 전한 이 말을 그대로 전해주길 바랍니다.”

편 이사장은 올해 함경남도 이원군 장학회 10차 기부금 200만 원을 포함해 학생 74명 등에게 총 4020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했고, 지금까지 전달한 장학금 총액은 4억5000만 원에 달하고 있다.

“함경남도 이원군 장학회에 올해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2100만 원을 기부했습니다. 이것은 저희 집사람이면서 너른내 장학회 이사로 있는 이정애 이사가 함경남도 이원군 출신으로 이원군 군민회에서 설립한 장학금을 40여 년 전 대학교에 다닐 때 받았는데 그에 대한 빚을 부부가 함께 갚고 있는 것입니다.”

편 이사장은 너른내장학회 장학생 선발 기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일반적으로 공부를 잘 하거나 열심히 하는 청소년들을 장학생으로 선발하는데 반해, 너른내 장학회에서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 중 올바르게 살아가는 학생들을 추천받아 지급하고 있다.

“공부를 잘하고 똑똑한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가난해도 비뚤어지지 않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편 이사장은 대학 시절부터 서울에서 웅변학원을 운영한 웅변인이자 ‘스피치의 달인’으로 익히 알려져 있으며, 대통령상을 3번이나 수상한 바 있다. 편 이사장은 ‘인생을 살면서 겪지 말아야 할 세 가지 일’을 소개했다.

“첫째는 ‘청년성공’입니다. 젊은 나이에 출세를 하게 되면 뒤끝이 좋지 않게 됩니다. 어려서부터 성공한 까닭에 교만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이는 돈을 벌어서 망하는 길로 가는 것입니다. 둘째는 ‘중년상처’입니다. 40대에 아내가 죽으면 아이들이 초등학생 나이인데 바르게 성장시키기도 어렵고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그래서 중년에 배우자를 잃지 말아야 합니다. 마지막 셋째는 ‘노후무전’입니다. 나이가 들었는데 모아놓은 자산이 없으면 또 괴로움을 겪게 돼죠.”

편기범 이사장의 동생인 편사범 한국 동화구연 아버지회 회장도 너른내 장학회에서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편사범 회장 또한 대통령 표창을 받고, 새싹회에서 주는 ‘소파 방정환 상’을 수상한 바 있다. 편사범 회장은 너른내 장학회를 위해 1000만 원이 넘는 장학금을 계속 내놓고, 행사의 전반적 진행을 비롯한 경비와 식사비 등을 도맡고 있다.

편기범 이사장은 “동생인 편사범 회장 덕분에 너른내 장학회는 혼자가 아닌 동생과 함께 형제가 준비하는 장학금이 됐다”면서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편기범 이사장은 “세계에서 역사상 가장 부자가 누구인 줄 아느냐”고 물었다. 이어 “바로 알렉산더 대왕과 칭기즈칸”이라고 말했다.

“알렉산더 대왕도 죽을 때엔 ‘내 두 손은 관 뚜껑 밖에 내놓고 묻어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천하를 휘어잡았던 알렉산더도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것을 후대에 알리고 싶었다는 것이죠. 앞으로도 저는 ‘주는 즐거움’을 계속 누리고 싶습니다.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의 마음이 훨씬 더 즐겁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알고 함께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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