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시민의식이다
상태바
이젠 시민의식이다
  • 권기복<시인·홍주중 교사>
  • 승인 2015.11.26 16: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엄마, 안 돼!”
“괜찮아. 빨리 와!”
젊은 여자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1학년 학생처럼 보이는 아이의 손목을 잡고 도로를 가로지르고 있다. 지나가는 차가 경적을 울려대도 들은 대꾸도 없이 앞만 바라보고 간다. 엄마에게 끌려가는 아이는 불안한 눈빛으로 붙잡히지 않은 오른팔을 들고, 오가는 차에게 수(手)신호를 보내고 있다. 10m쯤 떨어진 왼쪽 편에 횡단보도가 있는데, 그녀는 아랑곳없었다.

“아주머니, 차례를 지키셔야죠.”
“어! 뭐? 여기 자리 비어 있잖아.”
“여기는 잠시 화장실 다녀온다는 분 자리에요.”
“그려. 그런디, 젊은 사람이 꽤나 따지네. 당신도 나이 먹어 봐. 줄 서 있을라면 다리 아프고, 허리도 아픈디…”
“그럼, 양보해달라고 하셔야죠.”
“됐구먼. 원, 비위 상해서…”
10월이 어느새 중순으로 넘어왔다. 청명한 가을하늘과 알록달록 물들어가는 단풍철을 맞이하여 지역마다 축제도 한창이다. 곳곳의 축제장마다 인파가 몰려들고, 발걸음들이 사뭇 북적인다. 축제장을 다녀온 사람들은 해당 축제의 프로그램이나 규모 등에 의해 감동받기보다는 행사 담당자들의 매너나 주민들의 질서 및 예절의식에서 더 큰 인상을 남기게 된다.

불과 반세기만에 대한민국은 환골탈태(換骨奪胎)하였다. 이제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기반이 다져졌고, 시민들도 정치권력이나 군사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로운 존재가 되었다. 시민 개개인이 존중받고, 법의 보호를 제대로 잘 받는 시민사회가 형성되었다. 또한 경제면에서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세계에서 해외여행을 가장 즐기고, 돈 잘 쓰는 국민들 중에서 상위에 랭크되고 있다. 모든 관공서나 군대까지도 시민들의 민원을 가장 무서워하며, 민원 발생이 생기지 않도록 시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제는 반대로 공무원들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아니라 ‘떼~한민국 시민’이라고 한다. 절차상으로 안 되는 일도 떼를 쓰면 안 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때로는 법적으로 안 되는 일도 민원이 생길까 무서워 위법을 해가면서 처리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극히 일부이겠지만, 시민들은 그러한 상황을 자신이 승리한 것처럼 으스대며 자랑삼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수도인 파리시를 달리는 승용차들을 보면, 우리나라 승용차처럼 반들거리지 못하다. 거의 모든 차량들의 앞뒤 범퍼가 쭈그러지고, 도색이 벗겨진 것은 예삿일이다. 도로 가의 거리 주차장에는 차량들이 일렬로 주차되어 있는데, 그 간격이 앞뒤로 20~30㎝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차를 빼려면 앞뒤 차량을 자신의 차로 밀어내야만 빠져 나갈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범퍼가 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파리 시민들은 그를 문제 삼는 사람이 없다. 범퍼는 본 차량을 보호하는 보호대일 뿐이니까.

이제 우리 한국사회도 제도적으로는 어느 선진국 못지않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름답고, 행복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적은 편이다. 자신의 이익만을 좇다보니, 사회에 피해를 끼쳐도 나 몰라라 하는 일부 시민들의 몰지각한 행태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아름답고, 행복한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예절과 질서를 지키고, 법을 존중하고 지키도록 노력해야 하며, 이웃 간에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남에게 아주 작은 피해를 끼치더라도 미안함을 표시하는 것, 줄서기나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등 작은 것부터 질서나 법을 지키는 것, 자신에게 작은 피해가 있어도 ‘나도 그럴 수 있는데’ 라고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 이런 것들이 모여 아름답고, 행복한 우리 사회를 만들어 줄 것이다. 이젠 우리 모두를 위해 올바른 시민의식이 정립되어야 할 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