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의 자질과 전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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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의 자질과 전문성
  • 최선경<홍성군의원·칼럼위원>
  • 승인 2016.01.0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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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총회 기간이다 보니 현장에서 주민들을 만나는 일이 잦은 요즘이다. 지난 일 년 간 수고했다며 손을 잡아주시는 주민들이 있는가 하면, 제대로 밥값은 했냐고 따져 묻는 분들도 계신다. 아마도 논란이 됐던 의원 피복비 승인 등 예산심의와 관련된 비판적인 지역신문 기사를 접한 후 의회에 대한 불만족스러움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유독 내게 쓴소리를 하는 주민들이 많은 이유는 유일한 야당 의원에 거는 기대가 많았던 만큼 실망도 컸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예산안 심사를 마치면서 진보정당의 의원이 지방의회에서 경험하는 현실이 생각보다 훨씬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보수정당의 의원들이 한 무리로 이해관계에 따른 표결을 할 때 한 명의 의원이 이에 대처할 방법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더구나 비협조적인 공무원들도 있고, 지역토호세력들이 호시탐탐 이권에 개입하고자 기회를 엿보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중앙당이 적절히 지원을 해주지도 못하는 상황이니 험난한 가시밭길을 홀로 걷는 기분이 든다. 한 치만 삐끗해도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싸움터에서 고군분투하는 심정이랄까?

하지만 많은 논란이 됐던 문제들과 맞서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한 결과를 ‘혼자라서, 세력이 약해서’라고 외부 탓으로만 돌려 정당화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진보정당의 의원들은 바로 그런 문제점들을 해결하라는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 지방의회로 진출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보수 정치인들과 똑같이 행동할 거라면 굳이 의회에 들여보낼 이유가 없다는 주민들의 마음을 충분히 알기에 미안함이 크다.
지방자치제도가 부활된 지 20년을 넘어섰는데도 의원들이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때마다 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지방의원이 예산 및 정책심의 능력, 정책의 입법화 능력, 주민여론 수렴 및 민원처리 능력, 그리고 실현성 있는 정책대안 제시 능력 등 전문성을 갖춰야 지방정치가 확 달라진다는 의견에 공감이 간다.

7대의회가 개원한지도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우리 지역에는 의원들의 자질을 평가할 시민단체나 별도의 기구가 없는 만큼 집행부 공무원들의 평가가 유권자 선택 기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겠다. 행정사무감사와 군정질의, 예산안 심사 등 일련의 의정활동을 통해 공무원들이 모든 의원들에 대해서 자체 평가를 한다. 행사장만 왔다 갔다 하는 의원, 공부하는 의원, 민원 해결에만 관심 있는 의원, 어느 정도 잘 할 수 있는 의원, 무식한 의원, 자질부족 의원 등 다양한 평가가 내려진다. 최소한 ‘자질부족 의원’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열심히 공부하면서 의정활동을 해왔다고 자부하지만 어떤 ‘성적표’가 나올 지는 미지수다.

몇 분의 공무원들과 사적인 자리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공부하지 않고 내용도 모르면서 무식하게, 용감하게, 열심히 하는 의원이 가장 위험한 의원’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수 십 년간 의원들을 지켜 본 집행부 공무원들의 경험에서 우러난 평가라 어느 정도 타당성 있는 지적이란 생각이다.
정치에 매우 관심이 많은 사람을 제외하곤 지방의원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자질이 있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아마도 드물 것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무관심이 의원들의 질을 저하시킨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바다. 따라서 의원 개개인이 자신의 의정활동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내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의원들의 자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방의회 의원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애정, 비판과 감시, 경우에 따라서는 질책도 요구된다. 아울러 시민단체들이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 또 지방언론의 지속적인 비판기능이 중요하다. 언론에서의 기사 한 줄이 의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새해를 맞으며 지역 일꾼으로서 자질이 의심스럽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주민들이 내게 표를 몰아주면서 무엇을 기대했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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