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를 대하는 종이 한 장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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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를 대하는 종이 한 장의 차이
  • 정수연<미디어활동가·주민기자>
  • 승인 2016.01.28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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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기습적인 한파에 농가주택에서 돌쟁이 아기랑 머물기가 힘들어 대전에 있는 언니네로 피난살이를 왔다. 아파트인지라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들 녀석이 편하게 이방 저 방을 기웃거리며 잘 노는 모습에 불편해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 가지, 집에서와는 달리 거의 하루 종일 틀어놓는 TV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어느새 리모컨을 잡고 어른들 모습을 흉내 내는 아들 모습에 마음이 심히 따끔거린다. 그렇다고 TV를 끄고 있기에는 타지에서의(너무 추워 밖에 나가지도 못하는데) 하루가 너무 무료하고 심심하다. 결정적으로 만화를 틀어주면 잠시지만 평온한 시간을 보낼 수가 있으니 정말 ‘어쩔 수 없는’ 심정이다. 한파로 인해 아는 지인 몇 몇도 아이들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데리고 있다고 하니 지금 딱 나와 같은 심정이지 않을까 싶다.

미디어를 대하는 많은 부모들은 비슷한 고민들을 한다. 집에서의 자녀TV시청도 고민이지만 특히 초등학생만 되어도 스마트폰을 사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매우 크다. 또래문화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이미 스마트폰은 아이들에게는 필수적인 문화로 자리 잡았다) 아이를 소외시킬 수 없다는 입장과 안 그래도 가뜩이나 미디어에 대한 문제(인터넷 중독 또는 스마트폰 중독)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데 조금이나마 이러한 문제의 환경을 늦게 접하고 싶어 하는 마음들이 팽팽하게 맞선다. 이 마음들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면 좋을까?

사실 정답은 없다. 청소년들과 미디어교육, 활동을 많이 한 필자 역시나 이제 막 13개월에 접어든 아가의 스마트폰 놀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해답은 부모가 스스로 자녀가 되도록 미디어의 장점을 접할 수 있게끔 고민하는 수밖에는 없다. 특히 영유아기 이후 청소년기에 들어갈수록 미디어의 순기능은 정말로 중요하다. 미디어 순기능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생각, 느낌을 표현해 내는 능력과 연관이 있다. 이 능력이 커질수록 미디어를 자신이 제어하는 힘도 커진다. 하여 체계적인 미디어교육이 학교교육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도 요즘의 교과서나 교과연계과정은 이러한 미디어의 순기능을 잘 반영하고자 노력하는 추세다. 다만 교육현장에서 청소년들의 특성을 생각하여 즐길 수 있는 놀이로서의 미디어교육 접근은 부족하다. 아무래도 많은 수요가 있는데 이를 채워 줄 전문적인 교육진이나 장비 등 다양한 문제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이기에 미디어로 노는 법을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곳은 부모밖에 없다. 또 미디어로 노는 것은 부모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미디어를 대하는(특히 자녀교육에서의) ‘마음은 가르치는 것’과 ‘함께 가지고 노는 것’ 딱 종이 한 장의 차이다. 후자의 생각이면 좋겠다. 미디어는 이미 우리에게도 아이들에게도 필수적인 문화가 되었으니 중요한 건 그 안에 미디어를 사용하는 나, 내가 살아있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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