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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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기억
  • 김종대 <내포문화숲길 사무처장·칼럼위원>
  • 승인 2016.02.25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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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길을 걷는 데는 이유와 목표가 있다. 건강을 위해, 기억하기 싫은 기억들을 지우기 위해,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살아갈 날에 대한 준비를 위해서 등 나름대로 다양하다. 길을 떠나는 사람들 나름의 생각들이 정리되어 구체화될 때 비로소 길을 떠나는 모든 사람은 ‘도인’이 된다. 

2014년도 가을이 막 시작될 무렵 안산의 모 고등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내포문화숲길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이상한 종교단체는 아닌지를 묻는 전화한통을 받았다. 이유를 물었더니 속꽤나 썩인 선생님반 문제아 한명이 캠프를 다녀와서 너무나 착한 학생으로 변했더라는 내용이었다. 혹시 신흥종교에 빠진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는 것이다. 지난여름 내포문화숲길 상생캠프에 참가했던 안산의 한 고등학생이 생각이 났다.

무더웠던 2014년 여름, 전국에서 참여한 70여명과 함께 3박4일간의 내포문화숲길 상생캠프가 시작되었는데 주제는 ‘다름을 이해하고 소통으로 하나되자’였다. 참가자들은 10대 청소년에서 70대 시니어분들까지 다양했고 불교, 천주교, 기독교, 무신론자가 함께 참여하였으며 지역도 서울, 대전, 대구, 안산, 대구, 대전 등으로 지역, 성별, 종교, 세대가 다양하게 구성됐다.

예산의 수덕사에서 시작하여 첫날 야영지인 홍성의 용봉산 자연휴양림에서 도착해 저녁식사 후에 수덕사 정경스님의 출가하기까지의 삶에 대한 토크콘서트가 진행되었고 둘째 날은 홍성군청, 가야산 보원사지까지 20km의 걷기 후 사람과 신의 영역 사이에 있는 무속인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사이에서’를 제작한 이창재 감독과 함께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셋째 날에는 서산마애삼존불을 지나 예산의 여사울 성지. 당진의 신리성지를 거쳐 합덕성당까지 20km의 길을 걷고, 연광흠 바오로 신부님과 서산 서광사 도신스님의 노래도 듣고 이야기도 나누며 종교간 화합을 다지는 ‘소통콘서트’로 마지막 저녁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참가자들의 소감발표시간도 가졌다.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이야기, 지역, 세대, 종교가 다른 사람들을 처음 만나 함께 길을 걸으며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하나가 될 수 있어서 좋았다는 이야기들을 나누던 중 안산에서 참가한 고등학생도 소감을 발표했다. 그 학생은 어머니가 억지로 참가신청을 해서 참가했는데 사회에서 말하는 ‘1진’이라고 스스로를 고백하고 학교나 주위로부터 문제아로 인식되어 있다고 했다.

지난 4월에 친한 친구들이 다니던 안산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중 배가 침몰해 친했던 친구들이 돌아오지 못했다고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렸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인 청소년기의 그 학생에게 너무나도 큰 상처가 된 것이다. 너무 아프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던 중 억지로 참여하게 된 이번 캠프가 자기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스스로 고백하며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캠프에 참여했던 모두에게 큰 울림과 감동으로 전해져 함께 울어주며 서로를 위로했다.

캠프에 참가한 모두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3박4일간 함께 길을 걸으며 각자의 삶을 이야기하고 소통하면서 많은 내적변화가 일어 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로 안산의 그 고등학생은 내포문화숲길 축제도 참여하며, 자신의 삶의 변화가 시작된 이곳 내포를 잊지 못하며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다고 한다. 

두 달이 남지 않은 시간이 지나면 세월호의 아이들이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두 해가 되지만 우리들에게 남겨진 아픔과 기억들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의 아이들이 왜 그런 아픔을 겪게 되었는지도, 또 누구 하나 책임을 졌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한창 꿈을 키우며 세상을 살아가야 할  젊은 넋들에게 너무나 죄송하고 미안하다. 떠나간 젊은 청춘들에게, 그리고 남아 있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우리 기성세대는 과연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2년여의 세월 속에 무디어진, 잊은 척 무심한 척 했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세월호 피해자 및 유족들과 아직까지도 치유되지 않은 아픈 기억을 안고 사는 모든 이들을 생각하며 오늘도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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