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해 용봉사 일석스님에게 진정한 행복에 대해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일석스님은 홍성 오일장터에서 태어나 오관리 8구에서 자랐으며 출가한지 올해로 25년 째다. 용봉사 선방에서 일석스님이 손수 내린 보이차가 찻잔에 따라지고 찻잎이 빙그르 도는 시간, 고요함이 흘렀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지길 바라고 있죠. 행복을 위해선 내가 누구인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나의 존재감에 의문을 갖지 않으면 나의 내면을 아무것도 몰라요. 우리가 인생을 살아도 자기 마음이 뭔지 모르고 밖만 보고 살고 있습니다.”
오랜 정적을 깨고 일석스님이 말문을 열었다. 일석스님은 진정한 행복은 밖에 있지 않고 자기 안에 있다고 말한다. 사람의 감각기관이 밖을 향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죽는 순간까지 밖에서 구하려고 한다. 그러나 세속에서 만든 인간의 삶은 하나라도 더 가지려는 욕구로 가득 차 있고 만족이 없는 갈증만 있다. 지금의 자신을 바라보며 이 순간 만족하면 행복한데우리는 타인을 모델로 삼는다. 돈 많은 사람, 잘생긴 사람, 권력 있는 사람을 모델로 삼다보면 죽는 순간까지 구해도 끝까지 이뤄지지 않고 부족함을 느낀다고 한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규칙에 길들어지면 제대로 보질 못 합니다. 규칙은 양변의 논리로 부자이길 바라고 가난하길 싫어하고 잘생기길 바라고 못 생긴 것은 싫어하고 권력을 얻기를 바라고 권력이 없으면 초라해지죠. 양변의 논리는 끊임없이 대결구도로 가고 우월감과 비열감으로 흐르는데 인생에는 좌우양변이 따로 없어요.”
일석스님은 본래 양변이 따로 없는데 사람들은 있다고 착각하고 살고 있다고 한다. 눈에 보이는 것만 따지고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얻으려고 하는 급함 때문에 세상이 바쁘게 돌아간다. 콩나물을 빨리 키우고 싶어도 물이 있어야하고 발효되는 시간이 있어야 하듯이 사람도 자연의 속도에 맞게 가야지만 안정되고 편안해지는데 지금 인간의 삶은 목표만 있고 과정을 즐길줄 몰라 삶이 힘겹다. 그러나 인생은 지금 이순간만 존재하기 때문에 이 순간만 깨어있고 행복하다고 느끼면 앞으로도 행복하고 다가올 시간도 행복이 기다릴 뿐이라고 한다.

용봉산에 오르면 내포신도시가 한 눈에 들어온다. 내포신도시 조성 4년차를 맞아 이 도시가 진정한 행복의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묻는 질문에 사람이 자연을 닮아가면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인디언은 자식을 낳으면 아기가 처음 눈뜰 때 자연을 바라보면서 자연을 발판으로 행복하게 살라는 기도를 합니다. 아기가 눈을 뜨면 자꾸 자연을 보여 주려고 하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우리는 어떤가요? 아기가 눈 뜨면 창문에는 ㄱㄴㄷ, 천장에는 abc가 붙어있지 않나요?” 사람과 자연은 둘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과 동화돼야 생각이 가라앉고 공격성이 없어지는데 지금 세상은 그렇지 않다고. 인간의 본성에 선함과 베풂이 있기 때문에 본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