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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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
  • 이성철 <나사렛대 교수·칼럼위원>
  • 승인 2016.06.2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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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 : 지역구 국회의원의 선출과는 별개로, 투표할 때에 지지정당 투표에 의한 득표수를 전체 투표권에 비율로 나누어서 지지정당에게 의석을 나누어 주는 것. 각 정당별로 직능별 비례의석을 위한 자리로 선별하는 것이 통상적 관례이다.
엊그제 발표에 의하면 청년실업이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요즘 들어 가장 민감한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청년실업이 아닐까.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까지 나돌며 희망에 부풀어 장래를 설계해야 할 청년들에게 희망이 아니라 오히려 패배감과 굴욕감마저 느끼게 하는 표현들이 줄지어 만들어지고 있다.
자, 이쯤에서 한마디. 백성을 위하겠다며 이름까지 ‘백성의 당’이라고 붙인 정당  김아무개 이력을 들어보니 ‘금수저’임이 분명한 어떤 젊은이를 비례대표로 선출, 최연소의원이 되었단다. 그런데 그 최연소의원께서 젊은이들의 행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걱정이 아닐 수가 없다. 벌써부터 불법자금이 무엇인지 깨우쳐 알고 몸소 행하신 그런 최연소의원이시라면 경력이 붙게 되고 점점 더 많은 경우를 몸소 체험하시게 된다면 과연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돈을 불법으로 주무르려고 하실 것인가. 요즘 젊은이들이 적어도 20년 이상을 죽어라고, 그것도 취업이 된 젊은이들에게만 해당되겠지만, 악을 써가며 모아야 겨우 만져볼 수 있는 금액을 우습게 받아든 최연소 의원이라.
이 땅의 수많은 순수한 청년들은 그저 졸업과 함께 밥벌이라도 할 수 있는 취업자리만이라도 가질 수 있게 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과자봉지 디자인 한 번으로 아무개의 눈에 띄게 되었고, 어느 한 정당의 로고마저 다 만들어 놓은 회사로부터 막판에 후다닥 가로채고, 그 한 번의 운 좋은 재수로 비례대표 의원이 되셨다. 신데렐라 신파극도 아니고 이건 무슨 만화영화에나 나올 법한 얘기 아닌가. 게다가 그 이면을 뒤집어보니 불법자금의 맛을 배우기 시작한 신출내기에 지나지 않음이 더욱 많은 백성들의 희망을 뒤집어 놓고 있다. 최영장군이 지하에서 벌떡 일어나 땅을 치며 통곡할 일이 아닌가.
옛 속담에 “고슴도치도 제 새끼 털이 함함하다”고 한다지? 권오길이라는 작가가 써서 팔아먹은 책의 제목이기도 하지. 박태환이라는 수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모두들 아실 것이다. 그 선수가 어찌하다가 비뇨기과 의사에게서 ‘네비도’라는 약물처방을 받고 투여 받았다지. 그런데 그 약물이 세계도핑기구에서 강력하게 금지하고 있는 약물이었다는 것. 어쨌든 박태환 선수는 그 약물이 금지약물인지도 모르고 그저 의사 처방에 따라 치료받은 것에 불과한데, 올림픽 위원회에서 이번 리우올림픽 출전을 금지시켰다. 정말 국가의 위상을 높여줄 선수는 알지도 못한 채 의사가 처방해 준 약물로 인해 ‘매우 엄격한’ 잣대에 의해서 백성들에게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한 유능한 젊은이의 기회를 매장시켜 버렸다. 정말 대단히 ‘엄격한 판단의 잣대’가 아닌가.
그런데 우습게도 백성들을 위한다는 정당에서, 그것도 백성의 대표로 백성들에게 닥치는 문제들을 해결해 달라고 뽑아준 의원이라는 분들께서는 고슴도치처럼 자기 새끼 감싸 안고 아무 문제없다는 식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백성들을 우습게 아는 처사가 아닌가. 정말로 백성들에게 희망을 안겨줄 사람이 누군가를 생각해보자. 물론 박태환의 금메달이 내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그 박태환의 금메달 하나하나는 많은 백성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반면, 과연 김아무개에 대해 바로 그 ‘백성의 당’이 보여주는 행태는 백성들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 것인가도 한 번 쯤은 생각해야 되는 것 아닐까.
많은 백성들 역시 ‘고슴도치’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같은 국내 정세에서 지나친 새끼사랑은 명분 없는 고슴도치가 될 뿐이라는 것은 왜 생각하지 못할까. 신지검장이 조들호에게 한마디 한다. “권력은 한 번 잡으면 놓고 싶지 않은 것이야.” 과연 국회의원이 권력의 자리인가를 진지하게 숙고해 봐야 하지 않을까. 백성들을 우습게 알지 마시라. 백성들은 잡초처럼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숭고한 생명체임을 명심하고 진심으로 백성들을 위해 “세비만큼”이라도 일해주기를 바란다.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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