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이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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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전의 이야기
  • 정규준 <한국수필문학진흥회이사·주민기자>
  • 승인 2016.07.28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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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빛으로 태어난 한 영혼이 있었다. 그 영혼은 완벽해서 어둠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것은 태양 아래 촛불 같아서 영혼은 밝은 빛 아래서 자신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작은 영혼은 자신을 알기를 바라면서 지내게 되었다. 그 바람이 너무나 커서 하루는 신이 이렇게 말했다.
“자신을 알고 싶으면 너 자신을 체험해 봐야 한다. 체험에는 여러 가지 측면이 있다. 분노, 슬픔, 기쁨, 배신, 용서…. 너를 어떤 측면으로 체험해보고 싶으냐.”
“용서로 체험해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건 약간의 문제를 일으켰다. 아무도 용서 받을 이가 없었던 것이다.
“네 주위를 둘러봐라. 너보다 덜 완벽한 영혼을 찾을 수 있느냐?”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던 작은 영혼은 깜짝 놀랐다. 하늘왕국 도처에서 몰려온 영혼들이 거기에 있었다. 그들은 하나 같이 작은 영혼처럼 빛나는 존재들이었다.
“나보다 부족한 영혼이 하나도 없어요! 그럼 전 누굴 용서해야 하죠?” 작은 영혼이 이렇게 외치는 순간, 다른 영혼 하나가 무리에서 앞으로 걸어 나와 말했다.
“날 용서해 주면 돼.” “뭘 용서한단 말이야?” 작은 영혼의 반문에 그 상냥한 영혼은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네 다음번 물질 생으로 들어가서 네가 용서해 줄 일을 할게”
하지만 작은 영혼은 그토록 완벽한 존재가 나쁜 일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과 그 이유를 도무지 짐작할 수 없었다. “너는 왜 그렇게 하려는 거니?” “간단해, 널 사랑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려는 거야. 너는 자신을 ‘용서’로 체험하고 싶은 거잖아. 게다가 너도 날 위해 같은 일을 했으니까.”
“내가 그랬다고?” 작은 영혼은 놀라서 물었다. “물론이지. 기억 안 나니? 너와 나는 그 모두였어. 위와 아래였고, 오른편과 왼편이었고 좋고 나쁨이었어. 우리는 서로 간의 합의로 그렇게 한 거야. 왜냐하면 자기 아닌 것이 없으면, 자기인 것도 없다는 걸 이해하고 있었거든. ‘차가움’ 없이 너는 ‘따뜻함’ 일 수 없어. ‘슬픔’ 없이 너는 ‘행복’ 일 수 없고, 이른바 ‘악’ 없이는 소위 ‘선’이란 체험도 존재할 수 없지. 만일 네가 뭔가가 되기를 선택한다면, 그것에 대립하는 누군가가 나타나야 해.”
그리고 상냥한 영혼은 그런 사람들은 신의 특별한 천사들이고, 그런 상황들은 신의 선물임을 설명했다. “이번엔 내가 너한테 딱 한 가지만 부탁할게.” “뭐든지! 뭐든지 말해봐.” 신의 모든 계획을 이해한 작은 영혼은 흥분해서 소리쳤다. “내가 너를 때리고 괴롭히는 그 순간에, 상상할 수 없는 못된 짓을 네게 저지르는 그 순간에, 그런 순간에….”
상냥한 영혼은 간절한 눈빛으로 말했다. “내가 진짜로 누군지 기억해줘.”
­「닐 도널드 월시」저 ‘작은 영혼과 태양’을 축약, 편집한 글임을 밝힙니다.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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